2017년 11월 20일 월요일

새 만년필 구입(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 핑크)

지난 10월 말, 주력으로 사용하던 워터맨 필레아(Waterman Phileas Green Marble) 만년필을 깨끗이 세척하여 잠시 서랍에 넣은 다음 파커 벡터 스탠다드(Parker Vector Standard)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예전에 쓰다가 남은 파커 잉크 카트리지를 다 써버리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 가까이가 지난 지금, 역시 적응에 실패하였다. 파커 벡터 스테인레스 스틸 제품과 레진 몸체의 스탠다드를 전부 써 보았지만 약간 가늘고 굴곡이 없이 완벽한 원기둥 모양의 몸체는 내 손에서 도저히 익숙하게 잡히지를 않는다. 짧게 쥐면 자꾸 미끄러지면서 헛도는 느낌이고, 길게 쥐어서 레진 바디쪽을 잡으면 너무 어색하고...  파커의 최저가 라인인 Jotter의 만년필도 이보다는 나았었다.

벡터보다는 상급의 만년필을 써 보기로 하였다. 카트리지를 소모하기 위해 만년필을 사는 꼴이라니! 집에서 멀지 않은 삼화문구몰의 만년필 매장을 방문하였다. 평소에 눈여겨 보았던 파커 어반은 가격대가 생각보다 높았고 꽤 묵직하였으며, 쥐는 느낌이 좋고 적당이 가벼워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네트는 그보다 더욱 비쌌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IM Premium Vacumatic Pink(링크) 만년필이었다. CT(chrome trims), 즉 크롬으로 마무리를 한 제품이다. 단종이 되었는지 이 제품의 링크는 파커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내기는 어렵다. 닙 규격은 F(fine).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분홍색을 원래대로 재현하기 위해 포토스케이프에서 약간의 후보정을 하였다. 실제에 거의 가까운 색상이 표현되었다.



이 만년필은 선물로 받은 워터맨 필레아를 제외하면(새 것은 아니었음) 내가 직접 구입한 것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다. 외양도 예쁘고 무게 밸런스도 매우 좋으며, 글씨가 써지는 느낌 또한 좋다. 앞으로는 5만원 미만의 만년필은 사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저가 라인은 래커칠이 벗겨지거나, 배럴이 부러지거자, 필기감이 좋지 않은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만 내가 이번에 구입한 파커 IM은 손에 쥐는 부분이 금속이라서 약간 미끄러운 것이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타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것이 더 좋았다.

출처: https://global.rakuten.com/en/store/hunnyhunt/item/waterman-phileas-green/

기회가 된다면 파커 소네트 혹은 펠리칸 M200(속칭 '고시용' 만년필)을 언젠가는 써 보고 싶다. 늘 휴대하는 필통 속에는 파커 IM, 그리고 사무실 회의용 테이블 위에는 펠리칸 트위스트가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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