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5일 목요일

무엇이 옳은가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군정치하에서 남한이 단독으로 정부 수립을 준비할 때 일제에 부역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불행한 잔재는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서 한국 사회 곳곳에서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 수립 과정까지의 복잡하고 짧은 기간 동안의 모든 책임을 당시 군정을 책임진 미군에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한국을 지배했던 계급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것이 미군 입장에서는 효율면에서 가장 적합해 보였었을지도 모른다.

선진국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그 나라를 현실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독재 정권과 손을 잡은 사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만약 그 나라의 국민 대다수가 고통을 받고 있고 현 독재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투쟁을 하는 조직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국가를 지원하고자 하는 외국은 어느 경로를 통해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독재 정권? 지하에서 투쟁하는 조직?

평창 올림픽을 맞아서 모처럼 남북한 사이에 긴장 완화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은 마치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처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고, 선정적인 취재거리를 찾는 기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뉴스 거리를 만들어내려고 지나칠 정도의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분명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지만, <'백두혈통' 김여정이 한국에 온다>는 기사 제목은 좀 불편하다.

어떻게 보면 현재 북한을 통치하는 사람들은 북한 민중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큰 책임이 있다(이 고통이 모두 미국의 경제재제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현재 북한의 정권은 반드시 붕괴될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통치 계급과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 심지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 강하게 주장한다.

무엇이 옳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고 느껴진다. 고립이냐 대화냐의 두 가지 선택이라는 단순한 문제로 환원시켜 놓고 생각해 본다면 현재의 북한 지도부와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냉전과 분단 체제가 너무나 오래 지속되다보니 이 현상을 유지함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집단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옳지 않다고 본다. 군사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어떤 형태의 통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통합을 이루기 전에 문화·경제적으로 협력하고 동질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언젠가 남북이 화해를 하고, 김정은이 과거 6·25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북한에서는 남한이 먼저 북으로 침공한 것으로 국민들을 가르쳐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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