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8일 목요일

병원 배관에 항생제 내성 세균이 우글우글

오늘 아침에 받은 GenomeWeb 시퀀싱 섹션에 실린 기사이다. mBio에 실린 논문 "Genomic analysis of hospital plumbing reveals diverse reservoir of bacterial plasmids conferring carbapenem resistance(링크)"를 소개한 것이다.


카바페넴은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 중 적용 대상균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항생제이다. 최근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큰 문제가 되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첫 CRE 감염자가 보고된 이래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CRE는 주로 병원을 통해서 전파된다. 장기간 입원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이때 카바페넴 내성을 지닌 감염세균은 더욱 창궐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소위 병원내 감염(nosocomial infection)의 원흉이 되는 것이다.

카바페넴을 무력화시키는 효소인 carbapenemase 중에서 특히 NDM-1(New Delhi metallo-beta-lactamase)가 유명하다. 이 효소의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가 드디어 superberg라는 이름으로 언론에서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Klebsiella pseumoniae carbapenemase(KPC)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cabapenemase이다. 이들 효소의 유전자는 수평적 전파를 통해서 장내세균속 및 Acinetobacter baumanii와 같은 프로테로박테리아에게 쉽게 전달되어 내성을 퍼뜨리게 된다. 각 효소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각각 blaKPC, blaNDM이라 부른다.

오늘 소개하는 이 논문에서는 미국 베데스다 지역의 NIHCC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Clinical Center) 병원에서 2년간 수집한 미생물 샘플 108종의 유전체 서열 해독을 통해 카바페넴 내성 세균의 존재와 다양성을 밝힌 것이다. 변기, 배관, 외부의 맨홀 등이 샘플 채집 장소였다. 이러한 환경은 carbapenemase를 만드는 미생물에게는 vast, resilient reservoir였던 것이다. 이 병원은 2011년  carbapenemase-positive, carbapenem-resistant Klebsiella pneumoniae outbreak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연구에서는 환자의 감염뿐만 아니라 난간, 송풍구, 싱크 배수구, 입원실 벽 등 다양한 곳에서 내성 세균이 검출되었었다(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논문 링크). 당시에도 whole-genome sequencing이 중요한 연구 기법이었다.

감염된 환자와 주변 환경에서 발견된 미생물 종 다양성과 항생제 감수성 프로필은 달랐지만, 두 집단 간의 plasmid backbone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환경 reservoir에 있는 내성 유전자가 mobile element를 통하여 공유됨을 시사한다.

병을 고치러 입원한 병원에서 오히려 약도 듣지 않는 '슈퍼버그'에 감염되어 더 큰 위험에 처한다면 이 얼마나 모순되는 일인가? 작년 12월에 있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떠오른다. 희생된 아기들에게서 발견된 Citrobacter freundii는 내가 알기로는 심각한 내성 감염의 원인세균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데,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혈관 주사 등으로 많은 개체가 감염되었다면 치명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는 모르겠다. 이것은 내가 보기에는 부주의에 의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감염성 세균과의 싸움은 군비 경쟁과 같다. 우리가 항생제라는 무기를 들면 세균은 내성을 키워서 맞대응한다.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려 해도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항생제는 제약회사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힘을 쏟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1987년 이래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의 Kim Lewis 연구팀에서 teixobactin이라는 항생물질을 자연계에서 발견하면서 30년만의 항생제 발견이라고 하여 크게 주목을 받았었다(당시 Nature 논문 링크).

세균에 맞서는 무기('항생제')를 계속 개발해는 것이 정답일까? 엘크의 뿔, 공작새의 꽁지처럼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다가(배우자 후보의 마음에 잘 들게 되므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오히려 생존에 불리해지듯, 항생제를 무기로 한 전쟁에도 결국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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