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2017년의 마지막 주를 보내며

여름 무렵부터 한달에 15회 이상의 블로그 포스팅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업무, 영화감상, 독서, 취미 등 일상에서 접하는 일들에서 기록으로 남길만한 거리를 뽑아내고, 대략 스토리를 정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목표를 세우니 달성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일년 동안 쓴 글의 수를 헤아려 보면 2015년이 186편으로 가장 많았고, 지금 쓰는 글은 2017년 160번째의 글이므로 그 기록을 넘기기는 힘들다. 2014년 말에 23개월 동안 머물렀던 부서를 나와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면서 2015년에 많은 글을 블로그에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2월 28일(목)은 2017년의 마지막 주가 맞는가?

이를 명확하게 하려면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인가 혹은 월요일인가에 대한 질문부터 해결해야 한다. 달력에서는 관습적으로 일요일이 한 주의 시작인 것으로 표기하지만, ISO 공적표준에 따르면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다. 따라서 위에 보인 2017년 12월 달력 그림에서는 31일은 2017년 마지막 주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그러면 좀 더 복잡한 문제를 따져보자. 어느 주에 그 달(M)이 끝나고 새 달(M+1)이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그 주는 M달의 마지막 주인가, 혹은 M+1달의 첫 주인가? 이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야만 '5월 세번째 주 목요일에 만납시다'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혹은 가장 흔한 예로써 마트의 휴무일(둘째 주 및 넷째 주 일요일)을 정확히 결정하는 문제도 그러하다. 정답은 그 주의 목요일이 M달이냐 혹은 M+1달이냐에 따라 달려있다. 다시 말해서 주의 과반(4일)이 어느 달에 속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물론 이 물음은 한 주의 시작 요일이 무엇이냐가 명확함을 전제로 한다(일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이다!). 만약 목요일이 M달의 마지막 날이면, M달은 그 주의 날을 4일(즉 과반)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주는 M달의 마지막 주가 된다. 마찬가지로 목요일이 M+1달의 1일이라면, 그 주는 M+1달의 첫 주가 된다. 원칙은 이러하지만 혼동을 피하려면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표현보다는 '몇번째 무슨 요일'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네번째 목요일인 것처럼. 생각해보니 네번째 목요일은 자동적으로 넷째주 목요일이 된다. 목요일은 어느 달의 첫째 주의 기준이 되니 말이다. 따라서 어느 달 1일이 토요일로 시작하는데 이를 그 달의 첫주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는 모두 국가표준(KS X ISO8610 "데이터 요소 및 교환 포맷-정보교환-날짜 및 시각의 표기")에 잘 나타나 있다.

두 줄 요약

  • 일주일의 시작은 일요일이 아니고 월요일이다.
  • 어느 달의 첫째주는 반드시 목요일을 포함해야 한다.

완벽한 개인의 입장에서 블로깅을 하는가?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일과 놀이, 근무지와 집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서 업무 영역과 사생활 영역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철저하게 익명으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기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약에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더욱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공적으로 추진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데, 아직 기획 단계에 불과한 것을 비공식적인 통로를 이용하여 섣불리 공개했다가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정치인들은 인터넷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새로운 주장, 정책 아이디어, 놀라운(?) 폭로,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을 열심히 쏟아내고, 언론은 이를 받아 적어서 뉴스로 만들어낸다. 각자 필요에 의해서 인터넷을 이용할 뿐이다.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한 것인지, 혹은 참모진들과 회의를 거쳐서 면밀한 계산을 통해 준비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인지는 일반 대중이 알기 어렵다. 대중은 이를 '진심'으로 믿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다음 선거를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쓴 글일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일까? 나는 공무원은 아니지만(대신 잘못을 저지르면 공무원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국가 차원의 연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큰 연구과제를 기획하거나 이를 주무르는 입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하자면 연구계에서는 일종의 '소시민'과 같은 사람이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생각을 한번 가감없이 나열해 본다.

  • 근무 시간 중에 블로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무 태만이다.
  • 연구와 관련된 정보는 특별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기밀로 취급하는 것이 맞다. 이런 공개된 곳에 적어서는 안된다.
  • 생명정보학 교육 자체가 우리 조직의 중요한 업무 내용 중 하나다. 유전체학 동향이나 생명정보학 관련 실무 지식을 쉽게 풀어서 블로그에 쓰는 것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 나 자신도 업무를 위해서 리눅스/파이썬/R 등등을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구글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내 블로그를 통해서 일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 정당한 업무의 연장이라면 연구소 웹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그렇다면 공인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시해야 된다)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나는 쓰고자 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사람을 직접 대면하면서 발휘되는 사회성·사교성과는 별 관계가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볼썽사납게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내가 대단히 혐오하는 사람의 유형), 비교적 조용히 있다가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조곤조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허용된 것만을 할 것인가, 금지하지 않은 일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 결국 이것으로 문제가 귀결된다. 나의 직장은 개별 직원이 실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지도, 허용하지도 않았다. 금지하지 않은 일이고, 공공의 이익에 현저하게 해를 끼지는 것도 아니니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금까지 해 온 그대로 에너지를 발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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