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7일 금요일

아들이 선물한 만화책 <안녕이란 말도 없이> - 우에노 켄타로


사진 속의 어린 아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 딸아이는 태어나기 전인 1999년에 찍은 것이라 이 사진에는 없다.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한 아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부모와 가끔은 의견 다툼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냉전을 치르는 요즘이지만 서점에 가서 식구들 몫으로 만화책을 한권씩 사다 주었다. 나의 것은 우에노 켄타로의 <안녕이란 말도 없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아, 중년 나이에도 감수성이 너무 풍부하여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잘 흘리는 나에게 왜 이런 만화책을 선물하여 또 울게 만든단 말인가... 만화 작가인 주인공이 사랑하던 아내를 갑자기 읽고 장례를 치르며 그 일년 후를 보내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너무나 무겁게 그려내었다. 우에노 켄타로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만화로 담은 것이다. 특히 장례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이 너무나 다르게 변하였다. 장례를 치르고, 다시 일상의 바쁜 만화가 생활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밀어닥친다. 슬픔과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린 딸을 두고 그럴 수는 없다. 엄마 아빠도 이렇게 만화에 나온 인물들처럼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라는 뜻으로 고른 아들의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구글을 찾아보니 우에노 켄타로는 2004년 아내 키호와 사별했지만 그 뒤에 재혼한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자전적 작품을 남겼다고 해서 첫번째 아내를 그리워하며 영원히 살라는 법은 없으니까...

아들은 친구와 함께 진해 군항제를 보러 아침 일찍 가족들이 깨기도 전에 조용히 집을 떠났다. 따뜻한 남쪽 도시에서 새하얗게 피어난 벚꽃을 보며 다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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