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박스 신품으로 산 리액션폰을 잘 쓰고 있었다. 중고로 한두개씩 모은 단말기도 몇개 있고 해서 더 이상 단말기 바꿈질을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딸아이의 아트릭스는 충전 단자의 상태가 나빠져서 일반 마이크로 USB 단자 형태의 충전기로는 충전이 되지 않고 오로지 멀티미디어 독에 끼워서만 가능하다. 멀티미디어 독에 끼우면 쥐는 방향도 불편하고 작동 화면이 아마도 시계 상태로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물론 시계 기능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지난번에 깨진 액정을 8만원인가를 주고 수리했는데 또 돈을 들이기는 싫다.
그러던 중 별 생각없이 휴대폰 뽐뿌를 들어가 보니 SKT 사용자를 위한 기기변경 또는 타 통신사로부터 번호이동으로서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레이저, 그리고 HTC 센세이션을 일년 약정으로 팔고 있었다. 위약금은 7만원 수준이고 기기 값은 없다. 요금제는 기본 혹은 기존 요금제 그대로 진행된다.
나는 2년의 약정 기간이 내년 2월에 끝난다. 약정에 따른 위약금은 7천 몇백원 정도 남아 있는 상태이고 딸아이는 지난 5월에 모든 약정이 끝났다. 내 단말기(현재 딸이 쓰는 아트릭스)에 대한 할부금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기 변경을 하면 12개월로 연장된다고 한다.
기존 단말기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두 개를 주문하고 말았다. 나는 레이저, 딸은 센세이션(화이트). 대리점마다 정책이 조금 달라서, 레이저는 기존 유심을 그대로 쓰면 된다고 하고, 센세이션은 개통을 해서 보내니 유심 비용을 별도로 물어야 한단다. 심하게 따져들고 소비자 권리를 들먹이면 추가 비용 없이 기존 유심을 쓸 수 있겠지만, 그냥 단말기 값이라 생각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단 불량이 나더라도 교환은 곤란하고, 사후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모토로라와 HTC는 이미 오래전에 국내의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를 하였고 수리도 매우 제한적으로 서비스된다고 알고 있다. 그래도 일년은 잘 버티지 않겠는가?
현재의 자본주의가 뜻하지 않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출시된지 2년이 넘은 악성 재고를 어떻게 해서든 처분하고 싶을 것이다. 최신 성능의 휴대폰에 목숨을 걸지 않는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결국 남는 것은 폐 단말기(아직 기능을 하는)와 악세사리들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앞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은 어떻게 해서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계속 신제품을 만들어서 약정이 끝난 고객으로 하여금 새 단말기를 사게 만든다? 그래 봐야 통신사 바꿈질 말고는 별 대안이 없지 않은가? 아니면 속도 향상을 이유로 기본 요금의 수준을 슬금슬금 올리기?
아마 이에 대해서 제조사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나와 같은 일반인보다 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어떻게 해야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투자를 해 나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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