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흔한 SF 영화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입체 안경을 착용하였다. 영화 시작 전 롯데시네마의 홍보영상(공교롭게도 이 영상에서도 우주를 날아가는 로켓이 나온다)부터 3D라는 것이 이채로왔다.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무중력의 우주공간. 너무나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우주복이나 우주선과 같은 장비의 보호 없이는 단 일초도 버틸 수 없는 극한의 공간이다. 갑자기 날아드는 인공위성의 잔해물, 위와 아래를 구분할 수 없고 지지물이나 추진장치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긴박감과 공포감을 준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중력 상태를 완벽하게 재현했을까? 영상은 마치 우주선에 동승한 일인의 카메라맨에 의해 다큐멘터리 형태로 촬영된 것처럼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때로는 주인공 산드라 불록의 헬멧 속 관점으로 들어가서 긴장과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져 가는 시야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물체, 그리고 죽을 고비를 거쳐서 소유즈까지 이동했으나 이를 추진할 동력이 없음을 알고 절망하여 흐르는 눈물은 구슬처럼 산드라의 눈을 이탈하여 관람객 앞으로 다가온다.
너무 상세하게 쓰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니 이 정도에서 멈추련다. 주인공은 절망스런 상태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결국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로서 엉망진창이 된 중국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한다. 물 속에 떨어진 우주선을 힘겹게 탈출하여 물 밖으로 나오니 무중력 상태에서 적응해 온 그녀에게 지구의 중력은 너무나 힘겨워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그러한 중력(그래비티)와 손에 잡히는 모래는 바로 그녀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음을 의미하는것 아니겠는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산소와 중력이 이렇게 고맙다고 느낀 순간은 없었을 거ㅅ이다.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삶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구로 돌아온 여주인공도 대단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조지 클루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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