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대전시민천문대에 대한 쓴소리

초등생 딸아이가 오랜만에 천문대에 가 보고 싶다고 하여 아내와 함께 셋이서 대전시민천문대를 찾았다. 일년에 몇 번씩은 들르는 곳이었지만 이번 방문은 상당히 오랜만이라서 나름대로의 기대를 갖고 갔다. 그러나 그동안의 방문 중에서 가장 성의 없고 불친절한 태도에 많은 실망을 하고 말았다.

시민천문대의 설립 목적은 무엇일까? 비록 도심에 위치하여 광공해때문에 많은 별을 보기 어려운 입지에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천문학에 대해 쉽고 편하게 다가가도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입장료를 직접 받지는 않지만 아마 적은 예산이나마 시에서 지원을 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어제 관람객을 맞는 운영자의 태도는 빨리 문 닫고 집에 가고 싶은 주인의식 없는 점원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들에게는 손님이 많이 찾아와 봐야 귀찮고 번거롭기만 할 뿐이다.

먼저 관측실 이야기부터 하자. 아마 이곳에서 생전 처음 본격적인 망원경을 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망원경의 원리를 기초부터 설명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최소한 오늘 관측 대상은 무어라고 설명이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내인이 하는 설명이라는 것은 고작 "날씨가 좋지 않아 밝은 별 위주로 맞추어 놓았습니다. 둘러보시고 궁금한거 있으시면 질문하세요"가 전부였다. 초점이 흐트러져있다고 하자 누가 또 건드렸냐는듯 짜증스러운 태도와 함께.

더욱 가관인 것은 천체투영관에서였다. 동영상을 먼저 상영한 다음 별자리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은 나오지 않고, 오디오도 처음부터가 아니라 볼륨 조절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중간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영상은 한참동안 나오지 않은 채로 오디오만 재생하다가 안내인은 그냥 별자리 설명으로 넘어가겠다고 하였다.

플라네타리움 시설이 있는 천체투영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린이나 초보자이다. 최소한 동서남북 방위가 어떻게 되고, 낮에도 밤과 똑같이 많은 별이 있으나 밝은 태양때문에 보이질 않고, 천체는 하루에 한번 일주 운동을 한다는 설명 정도는 하고 가을 별자리로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레이저 포인터는 너무 어두워서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고, 심한 사투리(이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성의 없는 설명 등... 대중 앞에서 효과적인 말하기를 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하기 기술보다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려는 정성과 태도이다. 이번 안내인은 모든 것이 부족해 보였다.

대전시민천문대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모든 시정이 그러하듯 넉넉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설물을 간신히 유지 보수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갖고 관람객을 정성스럽게 안내하려는 마음이 도저히 나지 않는 수준의 보수를 받고 열악하게 근무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사람을 직접 대하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인지도 잘 안다. 장애인 차량만 올라올 수 있게 만든 진입로를 통제하고, 비싼 망원경을 잘못 건드리지 않도록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등 나름대로의 애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통해 시민들과 그 자녀들이 하늘과 천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입문하는 저변이 늘어난다면 그것이 곧 보람 아니겠는가?

"운영 예산은 부족하고 관람객은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어요" 혹시 이런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몇년 전, 아름다운 배경음악을 나지막하게 깔고 성시경씨 비슷한 그윽한 목소리로 낭만적인 별자리 설명을 하던 안내원이 기억난다. 차라리 몇몇 동호인을 모아서 자원본사 형식으로 다만 몇회라도 별자리 설명을 하게 만든다면 비록 기계 조작 등 전문성에서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충분한 열정으로 관람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를 이미 해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민천문대 근무자들은 "내가 왜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나의 미션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해 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우리는 사설 천문대를 공짜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우리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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