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6일 월요일

연령별 최대 심박수 계산 공식의 허와 실

지금까지 총 11회차의 런데이 30분 달리기 훈련을 마쳤다. 어제는 무리하지 않기 위하여 계속 심박수를 확인하면서 170 bpm을 넘기지 않으려고 페이스를 조절하였다. 그렇게 한 덕분에 비교적 무난하게 어제의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Mi Fitness 앱에서 확인한 나의 심박수 측정 기록이다. 2분 30초 동안의 달리기를 6회 되풀이하는 동안 심박수가 정확하게 6개의 봉우리를 그리고 있다. 달리기를 마친 후 정리운동 삼아서 아내와 함께 달렸던 코스를 한 바퀴 더 걷는다. 그래서 약 30분 뒤에는 계속 중강도 혹은 그 미만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운동 중 심박수는 최고 173 bpm으로 측정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령별 최대 심박수(MHR, maximum heart rate) 계산 방법은 220에서 나이를 뺀 것이다. 1970년에 고안된 이 Fox-Haskel formula는 매우 단순하여 암기하기에도 편하다. 

MHR = 220 - age

챗GPT에 물어보니 이 공식은 두 명의 과학자가 다양한 운동 테스트와 관찰을 바탕으로 제안한 것으로서 학술 논문 등을 통해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 역시 레드미 워치3을 구입하고 나서는 심박수를 점검하면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절대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 공식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검색을 좀 해 보았다. 2012-13년에 걸쳐 주간동아에 연재되었던 김원곤 교수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있다) 컬럼에 이와 관련한 글이 있었다.

운동 강도 숫자로 표시 '심박수'에 이의 있습니다(주간동아 2013년 1월 28일)

이 컬럼에 의하면, '최대심박수 = (220 - 나이)'라는 이 아름다운 공식은 깊은 논의를 거쳐 자료를 모은 뒤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도출된 것도 아니었고, 이 공식이 널리 퍼지는 데에는 심장박동 모니터를 만드는 기업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많은 학자가 이 공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여 여러 대안이 등장하였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대규모 샘플 조사를 통해 내놓은 '208 - (0.7 x 나이)'라는 공식이다. 어느 공식을 따르든, 계산을 통해서 개인의 최대 심박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없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것.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트레드밀에서 직접 뛰면서 심장기능 상태를 평가하는 것인데,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이런 복잡한 검사를 수시로 받기는 곤란하지 않은가.

어쨌든 Fox-Haskel 공식에 의하면 내 나이의 최대 심박수는 두 가지 공식에 따르면 165 bpm 또는 169.5 bpm이다. 최대 심박수에 따라서 운동 강도에 따른 목표 심박수를 정하고, 이에 맞추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삼성서울병원 골관절센터 스포츠의학센터의 운동 강도 정하기 웹문서(링크)에서는 55세의 경우 다음과 같은 최대 심박수 수치인 170 bpm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목표 심박수를 제시하였다.

  • 저강도(최대 심박수의 64% 미만): <109
  • 중강도(최대 심박수의 64-76%): 109-129
  • 고강도(최대 심박수의 76% 초과): >129

10여 년 전에 '망달당달' 컬럼을 기고했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원곤 명예교수는 '식스팩' 만들기를 50대의 목표로 정하여 이를 실천하였고, 은퇴와 더불어 홀로 4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어학연수를 마쳤다고 한다. 다음에 소개한 최근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정말 모든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기를 팍팍 죽이는 것 같다.

"허송세월은 거부합니다… 70세 노인? 나는 파워 시니어"(조선일보 2024년 8월 18일)

'김원곤 교수는 나보다 모든 면에서 여유가 많았을 거야'라고 부러워할 것이 아니다. 현재의 나는 그보다 훨씬 젊지 않은가? 핑계는 달콤하며, 남이 아니라 나의 희열을 위해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배움에 도전한다는 그의 말을 기억해 둘 만하다.

2024년 8월 25일 일요일

내 블로그의 사진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쓰인 이야기 - MBC '손석희의 질문들' 제4회

나는 지메일을 매일 꼼꼼하게 열어 보지는 않는다. 어차피 개인 메일 계정으로만 쓰기에 업무상 중요한 일이 지메일로 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마터면 방송일 하루 전 새벽에 MBC에서 보낸 이메일 메시지를 놓칠 뻔하였다. <손석희의 질문들> 프로그램의 PD가 보낸 그 메시지는 내 블로그에 올린 진공관 앰프 사진을 방송에서 자료로 사용하고 싶으니 허가를 구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지메일뿐만 아니라 블로그의 포스팅 두 개에도 같은 사람이 사진 활용이 가능한지 묻는 댓글을 달아 놓았었다. 광고성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자동 알림 기능을 아예 꺼 놓았기에 그런 문의 댓글이 왔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6J6이라는 진공관을 4알 사용한 미니 푸시풀 앰프를 찍은 이 사진의 출처는 2018년 3월에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이다(링크). 내 블로그에 올린 숱한 진공관 앰프 사진 중 이것은 내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개인 제작자의 작품이다. 나의 오디오 DIY에 관한 전체 글 목록에는 꽤 많은 진공관 앰프 관련 사진 자료가 있는데, 하필 이 사진이 눈에 뜨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촬영 장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관동 북쪽윙 3층에 위치한 예전 사무실이다. 참고로 쌍삼극관인 6J6은 원래 오디오용 관이 아니다.

출처를 명시해 주면 사용해도 좋으니 방송은 언제 되느냐고 답장을 보냈다. 바로 오늘(8월 24일 토요일 - 참고로 이 글은 토요일에 방송을 본 뒤 늦은 시간에 쓰기 시작하였으나 실제 마무리를 거쳐 포스팅된 날짜는 일요일) 밤 8시 40분이라면서 텔롭에 출처를 표시해 준다는 답장이 재차 도착하였다. 텔롭이 뭐지? 검색을 해 보니 텔롭(telop, television opaque projector)이란 TV 방송에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영상 속에 글자나 그림을 직접 넣어 보내는 장치 또는 그 글자나 그림을 뜻한다고 한다. 따라서 방송 끝부분에 삽입되는 텔롭이라면 영화로 치면 엔딩 크레딧 정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단행본 원고를 하나 쓰면서 편집자와 함께 바이라인(byline, 신문이나 잡지에서 작성자의 이름을 나타내는 라인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헤드라인과 텍스트 사이에 위치함)에 올릴 저자 목록에 관한 논의를 하는 중인데, 이것 하고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도대체 어떤 초대 손님과 함께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손석희의 질문들> 제 4회에서 내 진공관 앰프 사진 - 지금은 개조 후에 처남에게 선물로 주었지만 - 을 배경으로 깔게 된 것일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서 TV 앞에 앉았다.

오늘 방송의 주제는 영상물이 넘쳐 나는 시대에 '읽고 쓰는 것'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었다. '숏폼', 즉 짧은 동영상에 모두가 몰두하는 이 시대에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많은 인내력을 요구한다. 

첫 번째 초대 손님은 작사가 김이나 씨였다. 역시 글을 다루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용하는 낱말의 폭이 풍성함을 느꼈다. 젊어서는 전완근이 발달한 사람이 멋져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이 낫다는 재치 있는 말과 함께. 참고로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해결 등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며 다른 연합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절한다고 한다(출처: 서울아산병원).

대중음악의 가사를 쓴다는 것은 창작자로서 자기 자신을 아주 잘 드러내는 일은 아니다. 비록 저작권협회에 수백 곡이 등록되어 적지 않은 고정 수입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가장 돋보이는 일이다. 만약 가사를 쓰는 일을 아주 심각한 '예술'로 여기고, 그 하나 만을 주업으로 삼아서 전력 질주하듯이 일을 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김이나 씨는 현재 27대 별밤지기로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기에게는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하였다. 두 진행자는 책('텍스트')은 마치 라디오와 같다고 하였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자로 전달된 정보를 머릿속에서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런 쪽으로 대화가 흘러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진공관을 이용한 옛날 라디오(수신기)와 TV로 흘러 갔다. 드디어 세트장 위 커다란 배경 화면에 내 블로그의 사진이 나타났다. 엄밀히 말해서 이 사진은 진공관 라디오가 아니라 진공관 앰프를 찍은 것이지만. 전원을 넣으면 진공관에 불이 들어오면서 소리가 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멘트와 함께. 기록을 위해 휴대폰으로 방송 화면을 찍었다. 전체 방송을 보려면 웨이브에서 구매권을 구입하여야 한다.



두 번째 초대 손님은 소설가 황석영 씨였다. 방북 후 망명을 거쳐 귀국한 뒤 옥고를 치르는 등 15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문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현업에 복귀하였고, 지금도 새 책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을 만큼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 민담집을 엮어서 내는 등 새로운 시도를 끊임 없이 하고 있으며, 컴퓨터와 챗GPT와 최신 기술을 다룸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황석영 씨는 '챗GPT를 써 보니 마치 박사 열 명을 데리고 일하는 것 같더라'고도 하였다.

독서 인구나 출판 시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화제가 이어졌다. 요즘 독서 인구에서 20~30대의 비율이 70% 정도로 늘어나고 있고, 유명 연예인이 읽었다고 방송에서 소개한 소설의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전 소설을 읽는다'는 유명인의 행위 자체를 따라 하면서 소셜 미디어 등에 내보이기 위해서 젊은 층이 서점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황석영 씨는 이렇게 해서라도 시작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저변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그 중에는 진정성을 갖고 책을 대하는 사람이 조금은 늘어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지난 2015년에 출판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도 잠깐 화제에 올랐다. 당시 경향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소개한다. 나도 갑자기 소설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황석영 "정치인들 한국 소설 읽어야"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 황석영 씨는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도둑놈이 집을 침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사다리를 두고 간 것이라고. 남기고 간 사다리가 도둑이 물러간 이후 피해자 가정의 살림에 도움이 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결과를 이유로 도둑의 침입·폭행·약탈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화면으로 흘러가는 '텔롭'을 지켜 보았다. 자료 출처를 소개하는 글귀가 옆으로 흘러 지나가는 가운데 '정해영의 블로그'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휴대폰 조작을 잘못하여 그 순간을 촬영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웨이브에서 유료로 구매하여 다시 보면 된다. 

마지막 회인 다음 주에는 영화배우 윤여정 씨가 출연한다고 하였다.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또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이 주제라고 하였던 것 같다. 겨우 5회를 끝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려고 했었으나 역시 시청률 앞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 4회에서 손석희 씨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간 질문 - 읽고 쓰는 문제 -을 던진다고 했으니 말이다.

증거물 확보! 김상옥 박사님, 고마워요~

김이나 씨는 나이가 들어도 재미 있는 사람, 후배들이 찾아와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어느 방청객이 질문과 함께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후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칭찬하고 떠 받들어 주는 것을 믿지 말라는. 정말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자기로 집중되고, 듣기 좋은 말만 들리기 마련이다. 권력 서열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비판보다는 칭찬에 가까운 말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을 진실에 기반한 것으로 오해하고 '옳거니, 역시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었어!'라고 여기면서 이를 덥석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 우물을 파고 싶지만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젊은이의 질문에 대해 김이나 씨는 미래를 위해 현재 모든 것을 다 쏟지는 말라고 했던 것 같다. 가사를 쓰는 것을 예로 들자면, 특정 가수와 계약을 맺어서 기한 내에 완성을 해야 하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경우 이를 잠시 멈추고 다른 가사를 써 보는 것이다. 나도 가끔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내가 인터넷에 남긴 사진 자료가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 아니겠는가? 텍스트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책을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된 것도 이번 방송의 바람직한 영향일 것이다. 주말마다 인근 도서관을 열심히 찾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왜 그러지 못하는 것인지... 다시 도서관에 간다면, 외국서적 번역본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인 소설책을 읽고 싶다. 헛갈리지 않도록 등장인물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 가면서 말이다. 눈 앞을 어지럽히는 짧은 동영상과 손가락 넘김으로 표출되는 인내심 부족을 모두 떨쳐내고, 텍스트로부터 비롯된 상상력을 머릿속에 채우면서 정신적 쾌감을 느껴 보고 싶다.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런데이 훈련 3주차를 마치고

런데이 앱을 통한 '30분 달리기 도전'은 1주에 3회를 달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나는 무조건 이틀에 한 번 달리는 것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10회차의 달리기를 마쳤지만 훈련 일정으로는 4주차에 해당한다.


훈련 3주차 쯤 되면 자연스럽게 1 km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리게 될 줄 알았다. 며칠 전에 시도를 해 보았으나 보기 좋게 포기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말이 되지 않는 시도였다. 오늘, 즉 10회차 달리기 코스는 5분 걷기 - (2분 30초 달리기 - 2분 걷기) x 4회 - 2분 30초 달리기 - 5분 걷기로 구성되어 있다. 초보자 수준의 달리기 페이스인 7분/km로 생각해 보자. 1 km를 7분에 달려야 하지 않는가? 겨우 2분 30초 달리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무슨 7분 지속 달리기란 말인가...

내가 달리는 코스는 약 2.5 km의 동네 한 바퀴를 적절히 변형한 것이다(아래 지도 참조). 오늘 기준으로 런데이 훈련 코스를 따라서 이 코스를 그대로 돌면 출발점을 지나쳐야 한다. 그래서 현재는 A-B를 순환함과 동시에 D 지점에서 왼쪽(서쪽) 동네로 들어가 골목길 안을 적당히 돌다 돌아오는 코스를 활용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이 '동네 한 바퀴' 경로를 쉬지 않고 한 차례 달리는 것이다. 8분/km(시속 7.5km)의 초보 러너 페이스라면 20분에 끝낼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이론 상으로만 그렇지 언덕을 고려하면 그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B를 거쳐 C로 향하는 오르막이 바로 난제이다.

 이 코스에서 E-A 구간은 평지에 가깝지만, 나머지는 C를 정점으로 하는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글 어스에서 조사한 해발 고도는 A-36미터, B-53미터, C-64미터, D-49미터, E-41미터. 중앙의 화살표는 달리는 방향을 나타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런데이 앱의 기록 분석으로 들어가 보면 고도 정보가 잘 나온다.

이 지도의 코스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B 지점 조금 전에 2분 30초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면 C에 채 다다르지도 못한 상태로 힘이 빠져서 걸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한심한 상황이다. B-C를 뛰면서 넘어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뛰는 시간을 2분 30초에서 점점 늘려갈 때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 오늘의 10회차 달리기 훈련을 반복하면서 C를 지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심박수 데이터를 보니 그렇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달리면서 측정한 최대 심박수는 내 나이의 최대 심박수보다 꽤 높다. 심박수가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지지 않게 하면서 C를 지나가려면 속도를 늦추는 방법 말고는 없다. 또는 평지로 이루어진 다른 코스를 알아보아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므로, 무리를 하지는 않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최근 구입한 샤오미 레드미 워치 3로 측정한 심박수 데이터. 내 나이의 최대 심박수에 비해서 너무 높은 수치가 나온다. 무리하지 말아야 되겠다. 나의 안정시 심박수는 62 bmp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과연 내 심폐기능이 나아졌는지 궁금하여 테스트를 해 보았다. 운동을 마치고 11층까지 성큼성큼 걸어 올라와 보았다.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오르게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릎과 발목 등 관절에는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심박수에만 유의하여 페이스를 적당히 유지한다면 내 50대 중반의 신체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유전체(전사체 포함) 데이터 생산을 위한 용역, 첫 삽을 뜨다

식지 않는 더위와 출장으로 범벅이 된 한 주였다. 오늘도 잠시 뒤 전주로 출장을 떠나야 한다.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전화를 받을 겨를도 없이 바쁘게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위한 유전체와 전사체 데이터 생산 및 기초분석 용역에 대한 사전규격이 어제 나라장터에 등록번호 1483488로 공개되었다(링크). 정말 많은 사람이 노력하여 여기까지 진행이 되었다. 사업의 기획부터 시범사업, 수 많은 논의와 내부검토, 회의,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 조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산더미 같은 문서 작업... 공개된 것은 규격서 하나이지만, 한 쪽 한 쪽마다 정말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파쇄기에서 사라진 숱한 인쇄물에게도 조의를 표한다.

사전규격공개란 무엇인가? 나라장터의 자주하는 질문에 의하면 입찰참여 기회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조달요청서가 접수되면 이를 공개하여 입찰참가 희망업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사전규격공개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기간은 통상 접수일로부터 7일(긴급은 3일)이며, 그 사이에 건의된 의견은 수요기관이 반영 여부를 검토한 뒤 최종 공고규격을 확정한다고 한다.

앞으로 5년에 걸쳐서 77만 명이 넘는 참여자로부터 시료와 건강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그 중에서 약 30만명에 해당하는 참여자의 유전체 해독(WGS, whole-genome sequencing)을 책임질 국가적 사업에 과연 어떤 업체가 참여하게 될 것인가? 국내 유전체 해독 서비스 업체의 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몇 개의 업체가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나라에서는 첫 글자만 대면 다 아는 유전체 분석기기 생산기업이 직접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의료기관이나 대학 또는 연구소로부터 시료를 받아서 시퀀싱을 한 뒤 결과(raw data 또는 필요하다면 분석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음)를 제공하는 산업이 워낙 잘 발달해 있는 관계로, 이런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종류의 산업을 '연구산업'이라고 하며, 정부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몇 년 전에 연구산업진흥법을 제정하였다. 산업진흥법이므로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경제에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사전규격이 이제 공개되었으니, 해당 업체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4월 사업단이 공식 출범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사업을 소개하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아직 공식 웹사이트가 구축되지 않아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구글에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검색하여 나타나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웹사이트(링크)는 이미 종료된 시범사업에 관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 사업에 관여하고 있지만 사업단의 공식 '입'은 아니므로 이미 결정이 되었거나 알려져도 무방한 사실에 관하여 소식 공유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사전규격 관련 용역사업의 수요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이다. 즉, 한국생명공학원에서는 유전체 및 오믹스 데이터 생산 및 분석이라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내 정책지정과제를 수행하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기초 분석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고자 조달청을 통한 입찰을 거치게 된 것이다. 보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사업 내 '유전체정보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KRIBB의 국가생명연구자원센터(KOBIC, Korea Bioinformation Center)가 바로 이 용역을 통해 대규모 유전체 정보 생산을 진행한다.

지난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유전체 데이터의 고도분석과 관련한 위탁연구과제 파트너 네 곳을 선정하기 위해 과제 발표 평가를 진행하였다. 원래 위탁과제는 주관연구기관이 알아서 책임자를 선정하여 협약을 거쳐 짐행하면 된다. 그러나 최고의 연구 수행 역량을 갖춘 팀을 선정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거친 뒤 선정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꼬박 이틀에 걸쳐서 대면 발표 평가를 진행하였으니 경쟁률은 꽤 높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의 난이도와 분량은 얼마나 높았겠는가? 전문가 논의를 거쳐 RFP를 만들고, 내외부 평가 위원을 섭외하여 일정을 맞추고, 서류를 접수하여 정리하고, 회의장을 예약하는 등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료를 인쇄하여 배포하고 수거 후 파쇄하는 등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수고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전부 마련된 자리에 가서 발표를 들으며 몇 마디 거들고 서류를 쓰는 일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아이고, 이제 전주로 출발!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나도 ChatGPT의 노예가 되기로 했다

여기서 '노예'라 함은 월 일정 금액을 내고 ChatGPT Plus, 즉 유료 플랜을 이용함에 동의한 자를 의미한다.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월 20달러로서 무료 플랜에 비하여 더 정교한 답변과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무료 플랜에서는 질문을 몇 개 던지면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용량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몇 시간 뒤에 다시 이용하라는 성가신 안내를 토해내고는 하였다.

원래 AI 기술을 노예처럼 부려서 인간은 더 고귀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 AI 시대의 장미빛 미래상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AI 기술의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의 고귀한 노동으로 번 돈을 AI 기술에게 '구독제'라는 이름으로 가져다 바치게 되었다. 통신 요금을 비롯하여 도대체 몇 개의 구독제 늪에 빠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고요하게 살고 싶었던 나의 가치 체계를 뒤흔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는 셈이다. 

ChatGPT에 질문하면... 구글 검색 10배의 전기 사용(조선일보 4월 24일)

구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구글 포토에 사진을 자동 백업하며, 유튜브에 보잘것없는 동영상을 올리는 일 모두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낭비하여 탄소 배출을 증대시켜 지구를 더욱 덥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올 여름은 앞으로 인류가 만날 여름보다 가장 시원한지도 모른다... 

다음은 8월 16일 경향신문에 실렸던 '시대착오적인 전력정책 - 11차 전력계획'의 일부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현재 전력소비량이 2000년 전력 소비량보다 적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둔감한 미국도 20여 년 전보다 10% 정도 전력 소비가 늘었을 뿐이다. 전력소비가 줄었지만, 그들이 4차 산업혁명이 뒤처졌다거나 ‘촛불 켜고 산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는 2.1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 ChatGPT에 질문을 하나 던지는 것은 구글에서 한 건의 검색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편의성 뒤에서 유발되는 부정적인 효과에 신경이 쓰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편의를 위해 ChatGPT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언제 받았을까? 다음은 구글의 검색 결과이다. 사실 예전에는 검색어를 포함하는 웹사이트 중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에 의해 상위에 랭크된 것들이 순서대로만 표출되었을 뿐, 검색어를 나름대로 해석하여 요약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즉, 나는 구글 검색창에 단지 '마리 퀴리 노벨상'이라고 쳤을 뿐이며,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받은 연도가 궁금하여 이런 검색어를 넣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은 구글의 해석일 뿐이다. 사실 검색자의 의도를 잘 반영하였다.


만약 검색창에 '마리 퀴리는 언제 노벨상을 받았나'라고 넣으면 다음의 웹페이지가 가장 위에 나오며, 문맥 중에서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에는 강조 표시가 들어간다.



반면 ChatGPT는 보다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질문도 보다 구체적으로 던질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직접 자료를 조사한 뒤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만들어내는 글과 유사한 결과물을 제공해 주고 있으니, 업무를 위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월 20달러를 지불하면서 내 손가락과 뇌의 수고스러운 활동을 약간(또는 상당히?) 덜어낼 가치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 뒤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 또는 전력 소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ChatGPT를 애용하게 되면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는 지적 능력도 슬슬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모든 궁금증에 관한 해답을 '세 줄 요약'보다는 약간 더 확장된 형태로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방대한 원전(原典)을 읽고 핵심 사항을 스스로 추려내는 능력은 줄어들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목 뒤에 케이블을 찔러 넣어서 지식을 습득하는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다가 감정의 영역까지 기계의 힘을 빌려서 하게 되는 사회가 된다면 - 이미 그 문턱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 아마 인류의 존속도 위태로워 질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통해 얻게 되는 자유 시간에 우리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철학적인 고민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본다. 


2024년 8월 28일 업데이트

조회수가 78만회에 가까운 ChatGPT 사용 요령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런데이 2주차 훈련을 마치고

런데이의 30분 달리기 코스는 한 주에 세 번의 달리기를 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 나는 이를 그대로 지키지 않고 하루 걸러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총 네 번을 뛰는 주도 생기게 되는데, 몸이 견딜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달리기를 마쳤다. 가장 최근의 훈련에서는 2분 달리고 2분 걷기를 반복하였다. 근육통은 1주차 때에 잠깐 있었고, 무릎 관절의 이상 증세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달리기 페이스는 6분 15초 정도로서 절대 무리를 하지 않는 수준이다. 

속도-페이스 환산표. 


운동을 시작한 후로 잠을 아주 잘 자게 되었다.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내려왔다. 운동을 시작한 뒤 간혹 상식 이하의 낮은 혈압이 측정될 때가 있어서 이것이 운동의 영향인지, 또는 가정용 혈압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식 이하의 혈압은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었다. 최근 방바닥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두 번 정도 받았었다. 기립성 저혈압인가? 겨우 2주 동안 달리기를 했다고 해서 고혈압 근처였던 나의 상태가 이렇게 갑자기 바뀔 수는 없다. 몇 주가 더 지날 때까지 운동을 더 한 뒤에 면밀하게 판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낮 시간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던 시절에도 그 정도는 경험을 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는 위험성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허리에 두르는 밴드를 하나 주문하였다. 조만간 러닝용 워치도 주문하게 되지 않을까?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여든? 아니, 팔십입니다

일요일 오전, 아내와 함께 근처 백화점에 갔다. 스와치 그룹에 속하는 어느 시계 매장에서 진열된 물건을 구경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계 옆에 놓인 성능 지표와 관련한 짤막한 용어(아마도 POWERMATIC 80이었을 것임)를 놓고 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나, 아내에게 한 말) "이건 오토매틱 시계의 무브먼트가 다 감기면 여든 시간은 간다는 거야."

(점원,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듯 급하게) "아니, 80 시간입니다."

(나, 아내) ???

아마도 점원은 '여든 시간'을 '여덟 시간'으로 잘못 알아듣고 이를 빨리 정정해 주려고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겨우 여덟 시간밖에 못 가는 초저성능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시계 옆에 80이라는 숫자가 크게 찍혀 있는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아무리 발음이 시원치 않다 해도 '여ㄷ...'이라고 말하는 것을 여덟로 알아듣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1루(하루), 2틀, 4흘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표현이 종종 보인다. 2틀은 애교로 봐 줄 수 있지만 4흘은 '사흘' 즉 삼일의 뜻을 완전히 잘못 알고 쓰는 것이다.  '제 나이는 오십 넷입니다' 라는 어색한 숫자 표현도 너무 흔하다. 후자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군대에서 쓰던 숫자 세는 방식이 일반에 널리 퍼져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국외 출장 준비를 하느라 항공권을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 직원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8월 십날'이라고 날짜를 부르는 것을 듣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잘 몰랐어서' - 이것은 어법상 아예 맞지 않는다. 정말 듣기 괴롭다.

'~해서'를 '~해 가지고'(실제 발음은 '해 가지구' 또는 '해 가주구'에 가까움)라고 쓰는 것도 듣기에 편하지 않다.

'~했었어 가지고' - 이것은 정말 듣기에 더욱 괴롭다.

복수 표현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도 문제이다. 우리말은 단수와 복수를 그다지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더운 여름날, 백화점에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붐볐다고 가정하자. 그저 '사람 참 많네'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네' '생각들이 많아서...' 등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들'을 남용하는 것도 어색하다.

말 뿐인 존대법도 그렇다. '몇 분이세요?' '손님분' 등등.

'어제 복날이었어 가지고... 우리 식당에 손님분들이 너무 많았어 가지고 정말 바빴어. 한꺼번에 몰린 손님분들한테 어떻게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받아야 될지 잘 모르겠어서 정말 힘들었지. 홀 담당 알바생이 일주일 전에 두 명이나 바꼈어 가지고 우왕좌왕하느라 더 힘들었어.'

이쯤 되면 듣는 나는 폭발할 지경이 된다.

점점 꼰대가 되어 감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꼰대였을 것이다. 최소한 올바른 말과 글을 쓰지 못하는 현 세대를 지적함에 있어서는. 그러나 정작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 앞에서는 지적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아내에게만 불평을 늘어놓을 뿐이다. 

특히 나는 TV 프로그램(소재, 포맷 또는 진행 방식, 마치 사전에 만들어진 대본이 없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촬영 방식, 사용하는 언어 등)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라서 아내가 TV를 보고 있으면 옆에서 너무 잔소리를 많이 해 댄다. 따라서 꼰대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