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8일 목요일

나의 두번째 진공관 앰프 '밀당 2018'(6J6 push-pull, 제작: 이영건 선생님)

2014년 이영건 선생님을 통하여 주문 제작한 나의 첫 진공관 앰프에는 '지음(知音) 2014'라는 이름을 붙였었다(링크). 만 4년이 지나서 두번째로 갖게 된 진공관 앰프는 '밀당 2018'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왜 '밀당'인가? 바로 push-pull 앰프이기 때문이다. 총 4 개의 6J6 진공관(Valve Museum; Radiomuseum; Tung-Sol 데이터 시트 참조)이 쓰였다. 6J6은 일곱 개의 핀을 갖춘 미니어쳐 쌍삼극관이다. 원래 고주파 회로용이지만 간혹 오디오 용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 1956년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당연히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다. 요즘 민수용으로 만들어지는 진공관은 인기있는 모델 몇 가지에 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시프트 키를 누른 상태로 6j6을 치면 ^J^이 된다. 웃는 얼굴 모습이다. 먼저 진공관의 모습을 감상하자.

'밀당 2018'의 옆모습. 진공관 네 알은 전부 같은 6J6이다.
'지음 2014'를 비슷한 각도에서 찍었던 사진.
출처: http://blog.genoglobe.com/2014/02/blog-post.html
설 연휴 직전 소리전자 장터의 자작품 게시판에 소형 6J6 푸시풀 앰프를 판매한다는 이영건 선생님의 글을 보고 '이런 가격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즉시 주문을 하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배송이 늦어져서 어제 앰프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앙증맞은 레벨미터가 달린 귀여운 앰프이다. 판매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좌우 채널을 각각 별도의 포텐셔미터로 조절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 받고 보니 왼쪽은 회전식 전원 스위치였다. 크기는 트랜스부를 제외하고 본체 기준으로 100 x 104 x 205 mm이다. 가장 높은 부분은 약 170 mm이다.

고무발이 없어서 두꺼운 상자 종이 위에 올려놓고 첫모습을 감상한다.
진공관 표면에는 6J6A RCA라는 마킹이 있다.

전원을 넣고 DAC를 입력부에 연결해 보았다. 소리는 잘 나는데 사무실 스피커를 울리기에는 부족하다. 푸시풀 앰프라는 사실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집에 있는 14GW8 초삼결 앰프보다 출력이 더 클 것으로 잘못 짐작한 것이다. 사용과 함께 따뜻하게 앰프 본체가 데워지면서 전원트랜스로부터 에폭시 수지 냄새가 솔솔 난다. 에이징 및 냄새를 날리기 위해서라도 집중적으로 음악을 재생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집에 들고 가서 知音 2014와 비교를 해 보기로 하였다. 갖고 있던 고무발도 붙여 주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피커는 인켈 SH-950(89 dB)이다. 사무실 스피커에 비해서는 큰 소리가 난다. 확실한 사실은 知音 2014와에 비해서 소리가 작다는 것이다. 이영건 선생님께서는 6V6 싱글 앰프보다 소리가 클 것이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능률이 좋은 스피커를 쓰시는 바람에 그런 혼동이 오지 않았나 싶다.


배송이 늦어진 주요 원인은 바닥판을 열기 쉽게 개조하느라 시간이 걸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음 사진에서 보였듯이 뒷면 아래쪽의 볼트를 풀면...


이렇게 바닥판을 밀어서 뺄 수 있다. 전선이나 케이블류를 수납할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덕트(예를 들어 이런 것)를 사용하여 이렇게 멋들어진 앰프 샤시를 만드는 것은 이영건 선생님의 특기이다. 

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 4 개 말고는 특별한 발열 대책은 없다. 전원트랜스가 엎드려서 배를 딱 붙이고 있고 출력 트랜스도 내부에 거의 밀폐된 상태로 있으니 본체가 따뜻한 정도로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삼십몇 도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틀어 놓아도 어느 이상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매우 훌륭한 손난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3월이 되어 난방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요즘이 더 춥게 느껴진다. 한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바닥판을 완전히 열어 보았다. 66 코어를 사용한 출력 트랜스가 보인다. 초크 코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험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한다.


설계 철학, 마감, 음질, 그리고 가격, 다 맘에 드는데 '밀당'이가 울릴 마땅한 고효율 스피커가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이것으로 앰프와 스피커에 대한 호기심은 일단 접으려고 했는데, 새롭게 스피커를 마련해야 하나? 그것도 사무실 전용으로? 그동안 어설픈 스피커 시스템 자작을 하다가 별로 얻은 것 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는데,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풀레인지 스피커 시스템을 자작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Visaton BG17-8(93 dB 링크)이나 Dayton PM180-8(94.4 dB 링크), 이런 것을 사용하여? 여기에 예시로 든 것은 전부 6.5 인치 급이라서 내가 갖고 있는 통에 넣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앰프 구입 가격보다 더 큰 돈을 스피커에 쓴다는 것이 쉬운 노릇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문제 하나. 아날로그 디지털 볼트미터를 이용하여 레벨 미터를 구현하였다. 표시 범위는 10-17 볼트이다. 즉 원래 VU 미터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바늘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믿지 못하겠지만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 입력을 연결하지 않아도 레벨 미터가 움직인다! 사무실에서는 매우 심하고, 집에서는 움직임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전원에서 유입되는 - 그러나 스피커로는 나오지 않는(?) - 노이즈인가?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영건 선생님께 보고를 하였다. 레벨 미터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여 신호 레벨이 높은 음악을 재생하면 바늘이 끝까지 올라가서 '탁탁' 치는 소리가 난다. 차라리 레벨 미터가 없는 모델(가격은 1 만원 저렴)을 살 것을 그랬나..


Sensitivity가 높은 스피커가 있어야 이 앰프의 진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으련만,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아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또 스피커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되는 것인지...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결론] 이 가격에 이런 물건이 존재할 수는 없다. 부품값만 해도 판매 가격을 훌쩍 상회할 것이 뻔하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할 작은 진공관 앰프로는 최적이다. 내가 만 사 년째 매우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고 있는 '지음'이와 비교하면 훨씬 작고 가볍지만(출력도 약간 낮음) 음질은 동등하다. 100 달러를 조금 더 주면(물론 배송료 제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샤시가 없는 것도 있고 실체배선도도 없이 직접을 납땜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 부품의 품질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매우 만족스럽다. 그런데... 아, 좋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사서 통에 짜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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