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0일 토요일

'밀당 2018'(6J6 push-pull amplifier)의 레벨미터 바늘이 춤을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력 단자에 아무것도 연결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패널의 레벨미터가 움직이는 현상이 있음을 지난번 글(링크)에서 언급했었다. 집에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사무실에서는 매우 심하게 바늘이 떨린다. 좌우 채널이 똑같이 떨리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전원선을 통해서 노이즈가 침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래의 동영상은 사무실에서 찍은 것이다. 사무실은 온갖 실험실 장비과 전원선을 공유한다. 따라서 노이즈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혹시 이것이 전원선을 위해 유입되는 common mode noise에 의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노이즈는 유도성 코일을 사용하는 부품의 오동작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레벨 미터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출력 트랜스포머에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무신호 시에 레벨미터 바늘이 튀어도 스피커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전혀 들리지는 않는데 눈으로 보이기만 하니 어찌 성가시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AC 라인 필터/EMI 필터/AC 노이즈 필터(설명) 등으로 불리는 것을 전원단에 삽입하면 개선되지 않을까? 이 필터는 전원선으로부터 들어오는 노이즈를 제거하는 기능도 하지만 반대로 장치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전원선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단상 노이즈 필터'를 검색하면 이런 페이지가 나온다. 대략적인 생김새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디바이스마트나 엘레파츠 등에서는 팔지를 않는다.

Inlet 필터 형태로 노이즈 필터가 앰프에 내장되었더라면 가장 좋았겠으나 저렴한 기기에서 이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PC용 파워서플라이(SMPS)의 회로도를 찾아보니 전원 입력부에 EMI 필터 회로가 있다. 인렛 필터 형태로 독립된 것은 아니지만 정류용 브릿지 다이오드 이전의 회로부를 떼어서 쓰면 될 것도 같다. 그런데 파워소켓과 같이 붙어있는 220V/110V 전환 스위치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전원부라면 전압 전환 스위치의 결선 방식은 너무나 자명하지만, SMPS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다. 구글을 뒤져서 PC용 파워 서플라이의 회로도를 찾아보았다(링크). 200V/110V 전환 스위치는 필터 회로를 지나서 적용되므로 무시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실험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안쓰는 PC용 파워 서플라이(커넥터 선재가 매우 두꺼운 편이라 벌써 몇 개는 잘라서 사용했다)에서 EMI 필터를 추출하여 앰프에 연결해 보자. 레벨미터 바늘이 튀는 현상이 과연 줄어들까? 다음의 사진에서 노랑색 선으로 둘러친 부분이 전원 입력단 바로 다음의 EMI 필터이다.



[2018년 3월 12일에 추가한 글] PC 파워 서플라이에서 추출한 EMI 필터를 전원부에 연결하는 실험을 해 보았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018년 3월 8일 목요일

나의 두번째 진공관 앰프 '밀당 2018'(6J6 push-pull, 제작: 이영건 선생님)

2014년 이영건 선생님을 통하여 주문 제작한 나의 첫 진공관 앰프에는 '지음(知音) 2014'라는 이름을 붙였었다(링크). 만 4년이 지나서 두번째로 갖게 된 진공관 앰프는 '밀당 2018'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왜 '밀당'인가? 바로 push-pull 앰프이기 때문이다. 총 4 개의 6J6 진공관(Valve Museum; Radiomuseum; Tung-Sol 데이터 시트 참조)이 쓰였다. 6J6은 일곱 개의 핀을 갖춘 미니어쳐 쌍삼극관이다. 원래 고주파 회로용이지만 간혹 오디오 용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 1956년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당연히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다. 요즘 민수용으로 만들어지는 진공관은 인기있는 모델 몇 가지에 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시프트 키를 누른 상태로 6j6을 치면 ^J^이 된다. 웃는 얼굴 모습이다. 먼저 진공관의 모습을 감상하자.

'밀당 2018'의 옆모습. 진공관 네 알은 전부 같은 6J6이다.
'지음 2014'를 비슷한 각도에서 찍었던 사진.
출처: http://blog.genoglobe.com/2014/02/blog-post.html
설 연휴 직전 소리전자 장터의 자작품 게시판에 소형 6J6 푸시풀 앰프를 판매한다는 이영건 선생님의 글을 보고 '이런 가격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즉시 주문을 하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배송이 늦어져서 어제 앰프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앙증맞은 레벨미터가 달린 귀여운 앰프이다. 판매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좌우 채널을 각각 별도의 포텐셔미터로 조절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 받고 보니 왼쪽은 회전식 전원 스위치였다. 크기는 트랜스부를 제외하고 본체 기준으로 100 x 104 x 205 mm이다. 가장 높은 부분은 약 170 mm이다.

고무발이 없어서 두꺼운 상자 종이 위에 올려놓고 첫모습을 감상한다.
진공관 표면에는 6J6A RCA라는 마킹이 있다.

전원을 넣고 DAC를 입력부에 연결해 보았다. 소리는 잘 나는데 사무실 스피커를 울리기에는 부족하다. 푸시풀 앰프라는 사실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집에 있는 14GW8 초삼결 앰프보다 출력이 더 클 것으로 잘못 짐작한 것이다. 사용과 함께 따뜻하게 앰프 본체가 데워지면서 전원트랜스로부터 에폭시 수지 냄새가 솔솔 난다. 에이징 및 냄새를 날리기 위해서라도 집중적으로 음악을 재생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집에 들고 가서 知音 2014와 비교를 해 보기로 하였다. 갖고 있던 고무발도 붙여 주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피커는 인켈 SH-950(89 dB)이다. 사무실 스피커에 비해서는 큰 소리가 난다. 확실한 사실은 知音 2014와에 비해서 소리가 작다는 것이다. 이영건 선생님께서는 6V6 싱글 앰프보다 소리가 클 것이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능률이 좋은 스피커를 쓰시는 바람에 그런 혼동이 오지 않았나 싶다.


배송이 늦어진 주요 원인은 바닥판을 열기 쉽게 개조하느라 시간이 걸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음 사진에서 보였듯이 뒷면 아래쪽의 볼트를 풀면...


이렇게 바닥판을 밀어서 뺄 수 있다. 전선이나 케이블류를 수납할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덕트(예를 들어 이런 것)를 사용하여 이렇게 멋들어진 앰프 샤시를 만드는 것은 이영건 선생님의 특기이다. 

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 4 개 말고는 특별한 발열 대책은 없다. 전원트랜스가 엎드려서 배를 딱 붙이고 있고 출력 트랜스도 내부에 거의 밀폐된 상태로 있으니 본체가 따뜻한 정도로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삼십몇 도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틀어 놓아도 어느 이상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매우 훌륭한 손난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3월이 되어 난방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요즘이 더 춥게 느껴진다. 한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바닥판을 완전히 열어 보았다. 66 코어를 사용한 출력 트랜스가 보인다. 초크 코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험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한다.


설계 철학, 마감, 음질, 그리고 가격, 다 맘에 드는데 '밀당'이가 울릴 마땅한 고효율 스피커가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이것으로 앰프와 스피커에 대한 호기심은 일단 접으려고 했는데, 새롭게 스피커를 마련해야 하나? 그것도 사무실 전용으로? 그동안 어설픈 스피커 시스템 자작을 하다가 별로 얻은 것 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는데,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풀레인지 스피커 시스템을 자작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Visaton BG17-8(93 dB 링크)이나 Dayton PM180-8(94.4 dB 링크), 이런 것을 사용하여? 여기에 예시로 든 것은 전부 6.5 인치 급이라서 내가 갖고 있는 통에 넣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앰프 구입 가격보다 더 큰 돈을 스피커에 쓴다는 것이 쉬운 노릇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문제 하나. 아날로그 디지털 볼트미터를 이용하여 레벨 미터를 구현하였다. 표시 범위는 10-17 볼트이다. 즉 원래 VU 미터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바늘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믿지 못하겠지만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 입력을 연결하지 않아도 레벨 미터가 움직인다! 사무실에서는 매우 심하고, 집에서는 움직임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전원에서 유입되는 - 그러나 스피커로는 나오지 않는(?) - 노이즈인가?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영건 선생님께 보고를 하였다. 레벨 미터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여 신호 레벨이 높은 음악을 재생하면 바늘이 끝까지 올라가서 '탁탁' 치는 소리가 난다. 차라리 레벨 미터가 없는 모델(가격은 1 만원 저렴)을 살 것을 그랬나..


Sensitivity가 높은 스피커가 있어야 이 앰프의 진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으련만,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아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또 스피커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되는 것인지...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결론] 이 가격에 이런 물건이 존재할 수는 없다. 부품값만 해도 판매 가격을 훌쩍 상회할 것이 뻔하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할 작은 진공관 앰프로는 최적이다. 내가 만 사 년째 매우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고 있는 '지음'이와 비교하면 훨씬 작고 가볍지만(출력도 약간 낮음) 음질은 동등하다. 100 달러를 조금 더 주면(물론 배송료 제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샤시가 없는 것도 있고 실체배선도도 없이 직접을 납땜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 부품의 품질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매우 만족스럽다. 그런데... 아, 좋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사서 통에 짜넣고 싶다!

2018년 3월 5일 월요일

옆으로 누운 AIWA 오디오

AIWA Micro Hi-Fi Component System AWP-ZX7. 2006년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총 5매의 CD를 넣을 수 있는 기기인데, 구입하면서 언젠가 이 기능이 고장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CD 투입과 인식, 재생은 잘 되는데 Eject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주말을 맞아서 커버를 벗겨 보았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분해를 하면서 CD가 수평으로 위치하도록 기기를 뉘여놓았더니 CD를 잘 뱉어낸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놓고 쓰기로 하였다. 공간 절약을 위해 CD를 세워서 넣는 것으로 설계한 기기지만 수평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히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튜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노로만 작동하는 상태이다. 이걸 고치는 것이 옳은지 그냥 쓰는 것이 좋은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를 AUX IN에 연결하여 유튜브나 인터넷 라디오를 종종 듣고 있어서 튜너부를 빨리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도 아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인켈 CD 플레이어는 수시로 픽업을 교체해야만 했었는데 이 아이와 제품은 그렇질 않다.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절대 사용 시간이 적은 편이라 그런 것인가?

오랜만에 납땜질도 하였다. 사무실에서 쓰는 JBL FE-M2125 스피커 연결선 끝에 바나나 플러그를 달아준 것이다. 오디오 전용 단자를 쓰면 좋겠으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런 선택을 하였다. 인두가 40 와트 급이라서 단자 납땜 작업을 하기에는 수월한데 너무 구식이라서 불만이다. 세라믹 히터를 사용한 인두가 하나 있었으면 한다.


Methylomonas denitrificans is not an approved species name

Methylomonas는 Gammaproteobacteria에 속하는 그람 음성 세균으로서 메탄이나 메탄올과 같은 매우 단순한 C1 화합물을 이용하는 aerobic bacteria이다. C1 화합물을 산화시켜서(최종 전자 수용체는 산소) 에너지를 얻음과 동시에 탄소원으로도 사용한다. C-C 결합이 있는 유기물로는 성장을 하지 못한다. Type species는 Methylomonas methanica이다.

Methylomonas koyamae와 관련한 comparative genomic analysis를 하다가 서로 다른 두 species의 ANI가 100%에 육박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Methylomonas methanica, 나머지는 Methylomonas denitrificans이다. 둘 다 type strain인데 gANI로는 100%가 나왔다. EzBioCloud Identify에서 확인한 pairwise 16S rRNA gene sequence similarity는 98.9%(16/1449)였다. ANI에 비하여 16S rRNA sequence의 차이는 좀 큰 편이다.

Methylomonas denitrificans FJG1(T)를 최초로 보고한 논문을 찾아보았다. 유전체 서열도 이 논문을 통하여 같이 공개하였다.

Methane oxidation coupled to nitrate reduction under hypoxia by the Gammaproteobacterium Methylomonas denitrificans, sp. nov. type strain FJG1. Environ. Microbiol. 2015 (PubMed)

초록만으로는 신종 보고를 위해 필요한 제반 실험을 다 한 것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일단 도서관에 원문복사신청을 하였다. Methylomonas methanica의 최초 유전체 정보가 공개된 것은 2011년 5월(strain MC09)이고 type strain인 R-45363에 대한 것은 2016년이다. 따라서 Methylomonas denitrificans FJG1 논문을 투고할 시점에는 ANI analysis를 할만한 Methylomonas methanica type strain의 유전체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FJG1을 신종으로 보고하려면 DDH 실험을 했었어야 할 것이다.

DSMZ의 Prokaryotic Nomenclautre Up-to-data에서 Methylomonas genus의 공인된 종을 찾아보았다. Methylomonas denitrificans는 아직 등재되지 않았다.


다른 종의 type strain과 유전체가 100% 수준으로 똑같다면 신종의 자격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두 균주 사이에서 16S rRNA sequence similarity가 <99 draft="" fjg1="" p="">

2018년 3월 3일 토요일

독서 기록 - [슬픈 옥수수]외 다섯 권

이번에는 문화에 대해서 매우 상반적인 시각을 지닌 책 두 권을 같이 읽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평소에 한국어에 대해 느끼고 있었던 나의 생각이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2017년 7월 28일 작성 지나친 높임말을 참조하라)



한국어, 문화를 말하다

조현용 지음
문화는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름이 있을 뿐이다(제1장 첫 쪽).
'한국어'라는 언어의 단면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룬 책이다. 한국어는 형용사 중심이라는 것(동사와 형용사의 구별이 쉽지 않은 것도 특징임), 반말과 높임말의 발달, 느낌과 감정이 중요한 언어, 고유어화 한자어 및 외래어의 조화, 맥락 중심의 언어라는 특징을 담고 있다. "보면 몰라?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들어?"라는 고맥락 사회에서는 언어란 정보의 최소한을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입장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문화에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다름이 있을 뿐이라는 첫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번 독후감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나친 반말과 높임말은 자유로운 사상을 잉태하고 표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단순한 문화의 차이, 즉 '다름'이라고 해야 하는가, 혹은 극복해야 할 문화적 문제점인가? 간혹 다른나라 언어에도 높임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손아랫사람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북한 현지의 언어,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의 언어,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 및 중국 출신 교포('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다지 타당하지 않는다고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의 언어, 그리고 이주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한국어를 알아야 하는가? 과거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중동에 나가서 일을 할 때 아랍어를 배우게 하였었던가? 배우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어를 잊어서는 안되고,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국어를 반드시 익히며 김치를 먹을 줄 알아야 하고... 이것은 너무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

최연구 지음
앞에서는 문화에는 '차이'만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 이 책에서는 미래자본주의사회에서는 문화가 중요함을 주장한다. 사무엘 헌팅턴과 로렌스 해리슨은 <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가나와 한국의 1960년대 초반 경제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매우 비슷하였는데 30년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비약적 발전이 한국에서는 이루어졌지만 가나의 1인당 GNP는 한국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문화'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이 글을 곱씹어 보자. '현재의 가나는 한국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으니(GNP라는 기준에서) 가나 사람은 한국인보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고,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하여 3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차이가 벌어진 것은 그들의 문화가 한국에 비해서 우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발에 일절 흙을 뭍히지 않고 포장된 길을 자동차로 왕래하고, 한껏 가공이 된 비싼 음식을 먹고, 유럽의 특정 시기에 유행하던 음악을 듣고... 이것을 문화라고 한다면 미래자본주의사회에서는 팔릴 만한 문화를 적극 개발하여 산업화를 위한 성장 동력으로 삼자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과 문화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물론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기술은 제품화하여 팔릴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전파되는 것이지 그 자체는 팔리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면서 부수적으로 어떤 소비행위가 이루어진다면 문화가 팔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전파가 되는가? 수준이 낮은 문화를 누리던 사람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동경하여 결국 이를 들여옴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문화에는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고, 좋은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쁜 문화도 급속하게 파급되는 사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집단 따돌림이나 비속어 사용 등이 그러하다.

가족끼리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인터넷에 무슨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는지, 내 글에 몇명이나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확인하는 우리의 모습이 휴대폰 및 SNS 소통이라는 '문화'에 아직 노출되지 않은 저개발 국가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고 문화적으로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땅에서는 더 많은 휴대폰이 팔리고 사람들은 이를 구입하고 통신비·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사용료를 지불하느라(개별 사용자는 직접적을 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광고료를 내고 있으니 이런 서비스가 돌아가는 것이다) GNP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은 당연하다. 자, 이것이 소위 '성장 동력'이다. 상품화된 문화는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문화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만들고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킴을 주된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니다! 정의에 따르면 문화에 목적이 있을 이유가 없다. 문화에 고급이니 저급이니 하는 가치 기준을 씌우고 제품화 하려는 자본주의적 시각에서는 더 좋은 문화(상품화가 가능한)가 유리해 보일 뿐이다.

쓰다보니 이 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지 못한 순진한 시민인가보다. 

슬픈 옥수수(우리의 음식, 땅, 미래에 대한 위협 GMO)

케이틀린 셰털리 지음|김은영 옮김
나처럼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GMO(유전자변형생물체 혹은 농산물)을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을 늘 느낀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GMO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부르짖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어린 아들과 자기에게 나타난 원인 미상의 증세들 - 호흡 정지 증후군, 습진, 안면 발진, 낫지 않는 코감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손의 통증 - 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결국은 식품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GM 옥수수가 원인임을 알아내었다. 그녀는 농업인, 전 몬산토 연구자, 학계 종사자, 유럽의 양봉인 등 여러 사람을 직접 만나 심층적인 인터뷰를 하면서 GM 작물이 어떻게 환경을 황폐화하고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며 가난한 농업인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지를 밝혔다.

유전자 변형 기술은 생명공학자에게는 벗어나기 어려운 '유혹'이다. 유전 가능한 생물체의 본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조물주의 영역에 접근한다는 성취감 비슷한 것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만 한다면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도 주어진다. 그리고 GM 작물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유포된다는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살충 단백질 결정인 Bt 독소(Cry protein)를 만들어내는 옥수수를 생각해 보자. 원칙적으로는 Bt 독소는 잎에서만 발현되어 이를 갉아먹는 해충만을 선별적으로 죽여야 한다. 그러나 유전자 발현 기구는 on-off가 완벽한 것이 아니다. 낱알에서 소량 발현된 Bt 독소는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자는 소수의 사람이 계란이나 벌독에 알레르기를 보이듯이, 대다수의 사람은 Bt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으니 일부 과민한 사람은 Bt 옥수수로 만들어진 식품만 피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은 어떠했는가? 우리가 눈으로 보아서 알아볼 수 있는 옥수수를 식재료에서 제외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종류의 식품, 심지어는 아세트이미노펜(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약효 성분이다)과 종이컵 코팅 등에도 옥수수 추출물이 들어있다. 원재료로서 옥수수 추출물 성분을 쓰지 않은 식품·약품·생활용품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GMO가 해로울지도 모르기에 두려워한다. 실제로 GMO 자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지는 않으며,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과민한 반응(이는 종종 치명적일 수도 있다)을 유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과민한 사람이 GMO를 피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공업화된 모든 제품에 성분표가 제대로 찍혀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해도 GMO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다는 것이다. GMO를 허용함으로 인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일부 과민한 사람이 접할 위험에 비해서 현저하게 높으니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면? 이건 경제만을 생각하는 전체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GMO를 둘러싼 문제의 본질은 GMO가 내포한 기술적인 문제점이 아니라 어쩌면 이를 퍼뜨림으로 인해여 이득을 얻는 자본의 힘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GMO가 아니면 현재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만큼의 식량을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가? 보조금에 힘입어 생태 다양성을 해쳐가며 한 가지 작물만을 심는 기업형 농업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GMO를 판매하려는 거대 자본은 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는 과학자들을 탄압하고 있지는 않는가? 과학자들의 주도하여 좋은 의도로 만들어지는 GM 작물도 물론 존재함을 알아두자(예: 비타민 A를 생산하는 golden rice).

이 책의 두번째 파트는 벌에 관한 것이다. 벌이 없으면 농업도 존재하지 못한다. 최근 들어서 벌이 갑작스럽게 떼죽음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어쩌면 GM 작물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래 Bt 독소는 특정 곤충에만 독소로 작용하는데, 벌이 흡수한 Bt 독소가 장 내벽 조직에 영향을 주어서 다른 곰팡이나 세균에 취약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것이다. 

벌꿀이 GM 식품인가? 벌 자체가 GMO가 아니므로 벌꿀에 이와 관한 규정을 지키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벌은 벌꿀의 '주요' 원료가 아니다. 벌은 꿀을 먹었다가 토해내서 저장하므로 벌의 몸에서 유래한 성분이나 생화학적 작용이 약간은 개입할 것이다. 그러나 주성분은 당연히 꽃의 꿀이고, 벌이 GMO 꽃밭을 돌아다니면서 꿀을 채집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이렇게 만들어지는 벌꿀 역시 GMO와 관련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UC 버클리의 미생물 생태학 및 균학 교수인 Ignacio Chapela(1959~, 링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멕시코 오악사카 고원의 옥수수에 미국의 GMO 유래 유전자가 유입되었음을 밝힌 논문을 2001년 Nature에 발표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멕시코는 공식적으로 GMO가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GMO 찬성론자들은 차펠라의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게다가 차펠라는 거대 생명공학 기업인 노바티스와 대학 간에 맺은 계약 - 대학의 연구 결과를 누구보다 먼저 접근하여 권리를 가져가는 대신 거액을 기부하는 5년짜리 계약 - 을 반대하면서 종신 재직권(tenure)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위키피디아를 확인해 보니 이러한 차펠라의 이야기는 독일에서 Scientist Under Attack: Genetic Engineering in the Magnetic Field of Money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종사하는 분야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좀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이에 대해서 과제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를 했더니 무조건적인 GMO 반대론자의 선동적이고 비이성적인 운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연구자도 있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학자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실제 학술 자료에 근거하여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

2018년 3월 5일에 추가한 글 [BRIC 바이오토픽] GMO, 정말 괜찮을까? 링크 이탈리아 연구진은 1996-2016년 발표된 유전자변형 옥수수에 관한 peer-review 논문 6,006편에 대하여 메타분석을 시도한 결과 유전자변홍 옥수수는 생산성이 증대되었으며 곰팡이 유래 독소의 함유량도 적다는 결론을 내려 이를 Scientific Reports에 보고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저자들의 기준을 통과하여 분석에 쓰인 논문은 한 논문은 6,006편 중에서 76편에 불과하였다. 또한 다른 선행연구에서는 GM 작물이 수확량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보고하였으며, 2016년 뉴욕타임즈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실은 바 있다고 한다. 보다 엄격한 해석이 필요한 연구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숙한 시민을 위한 교양 수업)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짜우포충 지음|남혜선 옮김
이 책의 원제는 <정치적 도덕>이다. 배신과 협잡이 횡행하는 정치적 현실을 생각한다면 정치가 도덕과는 원래 관계가 있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이상적인 정치 - 즉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평등한 지위를 갖는 자주적인 개체로 보고 이런 바탕 위에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 제도를 만드는 - 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반공을 국시로 하는 군사독재체제를 경험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유(liberty)에 대하여 정통적이지 못한 시각이 팽배해 있다. 저자 짜우포충은 홍콩중문대학의 정치철학과 교수인데, 홍콩의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경계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과의 온라인 토론에서 일부는 현 시민의 수준으로 볼 때 혼란이 초래될지도 모르니 지나친 자유·권리를 아직은 보장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짜우포충은 이를 단호하게 반대하였다. 모든 시민은 국가에 공정한 대우를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에 시민은 불복할 수 있다. 국가라는 제도가 어떻게 하여 국민의 생활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정당성은 오로지 도덕적 이유, 즉 모든 시민이 성찰을 거쳐서 합리적으로 승인한 것에서 기인한다. 존 스튜어트 밀과 존 롤스의 저작을 읽어봐야 되겠다.

오늘은 독후감이 좀 길어지고 있다. 여기까지 쓰느라 다소 지쳐서 나머지 두 권에 대한 독서 기록은 원하는 분량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지음
가정 폭력 생존자인 폴레트 켈리(Paulette Kelly)의 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만나보자. 마지막 연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정에서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는 아내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페미니즘 입문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아직까지는...?)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지독한 가부장제 사회인 한국 가정의 현 주소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온도

김병수 지음
이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의 <자기계발> 카테고리에 들어있지만 내가 판단하기에는 정신건강의학 및 심리학 범주의 책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강박적 태도를 많이 갖고 있다고 본다. 감정을 올바로 느끼고 이를 제대로 표현하며,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정의 온도를 올림으로써 자존감을 높여나가는 방법을 차분하게 설명하였다.

부쉬 사중주단(Busch Quartet)의 슈베르트 현악 사중주 음반 - 1937년 및 1940년 녹음

가끔 중고 서점 <알라딘>에서 음반을 구입한다. 유명 연주자의 명음반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그저 작곡자를 참조하여 그날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고른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Op. 90과 Op. 142. 앵콜곡으로 종종 슈베르트의 즉흥곡(들어보니 Op. 90 3번 곡)이 연주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어떤 곡들이 더 있는지 궁금했었다. Op. 90의 2번 E flat 장조는 어린시절 누나가 집에서 종종 치던 것이었다. 이 곡이 슈베르트 즉흥곡 중의 하나인줄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번 음반은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였다.


두번째 음반은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곡 D 단조 "죽음과 소녀(작품번호 D. 810)"와 G 장조 D. 887이 수록된 것이었다. 연주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CD 플레이어에 음반을 걸고 재생을 시작하였다. 어라? 음질이 왜 이래? 스테레오도 아니고 잡음이 깔린 소리에 놀라서 언제적 녹음인지를 찾아보았다. 죽음과 소녀는 1937년, 두번째 현악 사중주는 1940년이며 1988년 리마스터링되었다. Busch Quartet은 어떤 사람들인가... 아돌프 부쉬(1891-1952)에 의해서 1919년 결성되었으며 특히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곡 녹음은 전설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부클릿에는 References EMI라는 표식이 선명하다. 아마존의 음반 사이트(링크)에는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15번 녹음 중에는 가장 걸작이라고 한다.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 베토벤 현악 사중주 연주도 찾아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Go!클래식] 부쉬사중주단의 베토벤현악사중주

당시의 녹음 기술로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열악한 음질 속에서도 남아있는 완벽한 연주란 이런 것인가 보다. 세상은 넓고 들을 음반은 많다!

이영건 선생님, 내일은 6J6 푸쉬풀 앰프를 완성하여 보내주실 건가요???

미생물 유전체 - 얼마나 같아야 같은 것인가?(ANI)

제목이 넌센스다. 얼마나 같아야 같은 것이냐?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미생물 유전체의 유사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average nucleotide identity(ANI)의 수치가 얼마나 높아야 두 미생물 스트레인을 '같은' 것으로 판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ANI의 정의는 매우 단순하지만, 이를 실제로 계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MUMmer를 사용하는 ANIm, BLAST를 이용하는 ANIm, 유전자를 먼저 예측한 뒤 이를 대상으로 계산하는 gANI 등이 있다. ANI가 대략 95~95%이면 DDH(DNA-DNA hybridization) similarity 7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gANI >= 96.5%이면 동일 종으로 본다.

ANI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AF(aligned fraction)이다. 각 유전체에 대해서 실제 alignment가 이루어진 서열의 비율을 뜻한다. 만약 계통발생학적으로 매우 먼 두 미생물에 동일한 transposon이 있다고 가정하자. ANI = 100%가 나올 수도 있지만, AF는 0.1%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dRep 프로그램(gANI 사용)에서는 AF가 10% 미만이면 ANI = 0으로 출력한다.

오늘의 논의에서 참고한 웹사이트는 다음의 두 곳이다.

What defines genomes as being "same"? - dRep 매뉴얼
Are these microbes the "same"? microBEnet(the microbiology of the Built Environment network)

두 종류의 미생물 균주가 '같다'라고 말하는 것의 스펙트럼은 의외로 넓다. 구체적인 ANI 값을 적용해 보자.

  1. <96% ANI = 동일한 16S 클러스터에 속한다.
  2. >96% ANI = 동일한 박테리아 종(species)에 속한다.
  3. >98% ANI = 동일한 E. coli clade이다.
  4. >98.8% ANI = 동일한 Prochlorococcus clade이다.
  5. >99.9% ANI = 동일한 Klebsiella pneumonae outbreak 균주이다.
실험 대상자의 온몸을 면봉으로 샅샅이 문질러서 한천 배지에 도말하여 대장균을 배양해 냈다고 가정하자. 손가락 끝에서 검출된 대장균과 엉덩이 피부에서 검출된 대장균의 유전체가 ANI 기준으로 95%가 같다고 하면 두 대장균은 동일한 곳에서 유래한 것일까? 즉,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아서 그 실험 대상자의 대장 속에 머물러야만 했던 대장균이 항문 근처 엉덩이 피부와 손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도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손이 일상 생활에서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대장균을 만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고 싶다면 ANI > 95%여야 함은 당연하지만,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UC Berkeley의 질리안 반필드(Jillian F. Banfield) 교수 연구팀에서는 2017년 Genome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을 통하여 99.9%를 기준으로 삼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2016년에 있었던 Lake Arrowhead Microbial Genomics 미팅에서 논문의 제1저자인 Matthew R. Olm의 발표를 직접 들었었다. 내가 dRep을 처음 듣고 요즘 미생물 유전체 비교 작업에 사용하게 된 것도 이 미팅에 참석한 덕분이었다.


이 논문에서는 병원에서 생후 1개월을 보냈던 미숙아 2 명의 피부와 구강 및 장내 미생물에 대한 metgaenomics 분석을 통해서 어떤 미생물들이 정착하여 성장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때 동일한 미생물 균주의 기준값은 99.9% whole-genome ANI였고, 정착(colonization)의 기준은 샘플을 채취한 위치에서 >1% read일 때였다. 동일한 균주가 신체 여러 곳에 정착하되 서로 다른 growth rate를 보인다는 것이 주요 결론이었다. 동일한 균주라고 했지만 단 하나의 세포에서 각 집단이 유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미생물의 정착촌은 시작 단계부터 집단 내 변이가 당연히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알고있는 ANI 계산 도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단 두 개의 genome sequence를 비교하는 것, 여러 genome 사이를 비교하여 매트릭스 형태의 데이터 파일을 생성하는 것, heatmap을 만들어 주는 것 등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이것을 전부 다 사용해 본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