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Academia.edu에서 발행하는 저널로부터 투고 논문을 리뷰해 달라고 연락을 받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Academia.edu라는 곳으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주로 내가 관심이 있을법한 논문이 자기네 저널에서 발표되었다거나, 나의 논문을 누군가 Academia Journal에서 인용했다거나 하는 소식을 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나의 논문을 인용했을까? 호기심에 나의 '프로파일'을 열람하려면 유료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이미 5년 전에 이 서비스에 대한 글을 쓴 일도 있었다.

Academia.edu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Academia.edu에서 보내는 메일의 수신 주소를 업무용(기관) 메일이 아니라 지메일로 해 두었기에 이로부터 오는 메일을 적극적으로 체크하지는 않는다. 며칠 전에 우연히 지메일을 살펴보다가 여기에서 발간하는 저널로부터 논문을 리뷰해 달라는 메일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과거 메일을 찾아보니 Academia 저널의 리뷰 요청을 내가 모르고 지나간 것이 무척 많아었다. 이를 미안하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이 글을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저널에 투고한 원고에 관심을 갖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리뷰를 할 만큰 과연 가치가 있을까? Academia.edu에서 발간하는 저널은 무려 22종에 이른다(링크). 예를 들어 Animal and Verterinary Sciences, Biomedical Engineering, Eartch and Planetary Science와 Medical Imaging and Radiology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1-3개의 아티클이 출판된 것도 있다. 가장 많은 논문이 실린 것은 Biology로서 오늘 확인한 바에 의하면 165개의 아티클이 실렸다. 저널의 공식 명칭은 전부 Academia로 시작한다.

이 신생 저널이 과연 학술지 생태계에서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요즘 많은 저널의 투고료가 매우 높아지고 있으니, 소위 오픈 액세스를 표방하는 저널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양질의 논문이 잘 선별되어 게재됨을 보장할 수 없고, 출판된 논문은 독자 입장에서 무료 접근이라 할지라도 투고자에게 부과하는 Artical Processing Charge(APC)가 상상외로 높은 저널이 꽤 많다. 이를 일종의 수익 모델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사실상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에 가까울 수 있다. KISTI가 운영하는 다음 웹사이트가 이에 대해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MDPI나 Frontiers의 저널도 회색지대에 속한다(관련 글 링크). 흠, 나도 꽤 정성을 들여서 쓴 논문 몇 개를 Frontiers에 출판한 일이 있는데!

SAFE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 의심 학술지

리뷰어의 수고에는 아무런 댓가가 주어지지 않는 관행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는 학계에서 일종의 자발적 봉사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출판사가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 투고자에게는 비싼 비용을, 구독자에게는 구독료를, 리뷰어에게는 무료 봉사를! 물론 리뷰어가 돈을 받기 시작하면 순수한 학술 진흥 활동의 의도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Academia 저널의 APC 체계를 알아보았다(링크). 아티클 타입에 따라서 APC는 달라진다. 타입 A는 연구 아티클, 타입 B는 short communication, 타입 C는 opinion 등의 체계를 따른다.



금액만 놓고 본다면 요즘 추세로 보아 아주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저널의 이름값이나 동료심사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는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내가 속한 분야의 Academia Biology가 Web of Science에 포함되어 있는가? 챗GPT에 의하면 등재되었다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찾아 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도 같다. 

신생 저널은 항상 비슷한 위치에서 시작할 것이다. 가치를 인정받는 학술지 목록에 등재되기도 어렵고, 좋은 논문을 유치하기도 어려우며, 출판 비용을 마련하기도 역시 어렵다. 미생물 분야의 국내 학술지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성장한 것을 봐 왔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여 Academia Journal의 성장을 내가 도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연구 성과의 빠른 공개를 위해서는 bioRxiv와 같은 프리프린트 서비스에 논문 원고를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챗GPT가 정리한 인터넷 커뮤니티 의견에 의하면, Academia Journal은 약탈적 학술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비색인 + 고비용 + 불확실한 평판이라는 점 때문에 여기에 투고하는 것은 아직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가 블로그에서 이렇게 떠들어 대는 것 또한 Academia의 바이럴 마케팅을 돕는 일일 수도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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