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

원래 오늘쯤이면 중요한 회의도 마치고 밴드 합주 연습도 2회차를 끝낸 뒤 아내와 함께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복원 공사를 마친 광화문 앞 월대의 일반 공개 행사도 있어서 볼거리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왼손으로 아주 어렵게 글을 쓰고 있다.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오른쪽 몸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불편한 자세에서 왼손으로 타이프를 치고 있노라니 멀미가 날 정도이다.

2023년 10월 12일 낮, 외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역 북측의 지하도를 내려가다 신발이 미끄러지면서 균형을 잃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아무리 발걸음을 빨리 옮겨 보아도 무너진 균형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춤을 추듯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한 걸음에 몇 계단을 내려가다가 지하 1층 바닥에 쓰러지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은 상처를 보면 앞으로 쓰러지면서 오른 무릎을 먼저 바닥에 찧은 뒤 내려오던 속도를 다 싣고 몸을 뒤틀면서 오른편 상체를 바닥에 내던진 상태로 쓰러진 것으로 여겨진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머리를 다치지 않고 의식도 명료한 것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바닥에 큰 대자로 쓰러지고 나서는 오른쪽 어깨가 빠지듯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근처에 떨어진 휴대폰을 집으러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 노숙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활동가들이 근처에 있다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구급차를 불러 주었다. 사고를 겪은 지하도는 일반인의 통행이 매우 적은 곳이라고 하였다. 만약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꼼짝도 못하고 한참을 누워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구급차에 실려서 도착한 곳은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이었다.

상완골(humerus, 위팔뼈라는 쉬운 이름이 있다) 대거친면(greater tuberosity, 대결절이라고도 함)의 골절(질병분류기호 S42250), 그리고 같은 쪽 늑골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상완골 골절은 외래로 다시 방문하여 수술을 해야 하는데 대기가 밀려서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 필요하다면 즉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였다. 일단 부목으로 오른쪽 어깨를 고정하고 응급실을 나섰다. 늑골 골절은 잘 알려져 있듯이 통증 관리만 잘 하면서 뼈가 잘 붙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병원에 실려온 직후. 잘못된 부분이 분명히 보인다.


응급처치 후의 모습.


흉부 X-ray 사진. 일반인의 눈으로는 몇 개나 부러졌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무릎과 허리의 심한 타박상은 서비스 아이템. 부상 후 3일째를 맞는 오늘, 옆구리가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큰 도전이다. 수술적 치료의 기로에 선 상완골 골절은 별로 아프지 않다.

그림 출처는 다운로드 후 잊어버렸다.


힘이 들어서 글쓰기는 이만 줄여야 되겠다...

(이 글은 최초 작성일 이후 계속 고쳐 쓰면서 분량이 늘어나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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