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데임 세인트 M250 기타가 안긴 숙제 - Vintage tremolo bridge의 정비

낙원악기상가에서 구입한 트레몰로 암을 중고 데임 기타에 끼우려는 것으로부터 끝이 없는 숙제가 시작되었다. 사실 '암질' 자체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빈 구멍이 허전해서 이를 채우고 싶었을 뿐이다. 암에 파인 나삿니의 규격이 브리지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걱정을 시작으로 새로운 문제의 발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암의 나삿니는 M6 규격으로서 브리지의 구멍과 잘 맞았다.

흔히 '브릿지'라고 표기하지만 '브리지'가 올바른 국문 표기법이다.

그러나 기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손을 대고 싶은 구석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스프링을 거는 블록에 균열이 꽤 많이 발생한 상태이다.

파열 직전?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상태로 가만히 있을지도 모른다.

새들을 밀어주는 스프링도 두 개가 없다. 데임 본사에 DSV-1 브리지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너무 오래된 모델에 장착된 것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 생산되는 세인트의 최저가 모델(M200)에도 여전히 6 pin synchronized tremolo bridge가 장착되어 있는데, 아무리 인도네시아 생산이라 해도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최소한의 부품을 국내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러한 스타일의 브릿지를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vintage-style tremolo bridge이다. 고정 나사를 6개에서 2개로 줄인 two-pivot bridge, 완전히 고정을 해 버려서 암을 사용할 수 없는 것 등 다양한 변종이 존재한다.

알리익스프레스로 눈을 돌려 보았다. '일렉트릭 기타 트레몰로 브리지'로 검색하면 스프링 세트와 암을 비롯한 모든 부품을 일체로 판매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샀군!

국내 웹사이트를 잘 뒤지면 국산 부품을 구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기타의 OEM 생산 및 부품 제조로는 탄탄한 기반이 있는 나라 아니던가? 물론 낙원악기상가에 가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MJ기타라는 곳에서 국내 제조 브리지(링크)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트레몰로 암이나 뒷면에 고정하는 스프링 세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링크)를 구비한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나중에 그레그 베넷 기타의 전기부품 상태가 나빠지면 이것을 구입해서 통째로 교체하면 될 것이다. 사실 여기 말고도 완제품 배선을 파는 곳은 더 있다.

MJ기타에서 판매하는 펜더 트레몰로 브릿지 cr 빈티지 타입(왼쪽)과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오른쪽).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도 정확한 셋업 방법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암질의 유연성이나 튜닝 안정성 등에서 많은 불리함이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이지만 정확한 셋업을 통해서 최적의 상태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타넷에서 소개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셋업 가이드가 도움이 될 것이다.

6개 나사를 전부 끝까지 박아 넣지 말라는 것, 그리고 셋업 완료시 브리지의 뒷면이 약간 들려야 한다는 것(펜더의 기본 세팅에서는 3 mm 정도를 띄움)이 놀라운 발견이었다. 사진을 곁들인 다음의 국문 자료가 매우 도움이 된다.

빈티지 트레몰로 브리지 6 포인트 스크류 세팅 방법

유튜브를 검색하면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 셋업 방법을 설명한 동영상이 많이 나온다.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모르던 세계였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낙원악기상가에서 처음으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유사품 전기기타(플로이드 로즈 브리지였던 것으로 기억)를 구입했던 1987년 당시에는 기타의 셋업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었고, 그러한 무지는 30년이 넘게 이어졌다. 이제는 그러한 무지몽매한 상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기타는 참으로 오묘한 악기이다. 튜닝 자체가 완벽하기 어렵고, 벤딩이나 아밍 등 전기기타 특유의 주법이 튜닝을 틀어지게 만든다. 모든 현에 대해서 동일한 프렛 위치를 준수하게 하면 인토네이션이 맞지 않는 고유한 운명을 지닌 악기이기도 하다.

자작곡을 제대로 녹음해 보려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하여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닌가? 기타 내부에 들어 있는 COT 50 클론 보드도 꺼내야 하고, 배선도 손을 좀 보아야 하고, 진공관을 이용하여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골절된 팔뼈를 붙여야 하는데 자꾸 스크류 드라이버를 들고 설치지 말자.


2023년 10월 25일 업데이트 - 브리지의 규격에 유의하자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적이다가 적당한 빈티지 타입 트레몰로 브리지를 구입하려다가 일단 새들만 주문해 놓은 다음, 브리지의 규격을 조금 더 알아보기로 하였다. 본체 고정을 위한 6개 나사 구멍 중 가장 바깥의 것의 중심 간격은 52 mm로 측정되었다. 1번과 6번 현의 간격도 동일하다. 그러나 같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라 하더라도 몇 가지 다른 규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임의 DSV-1 브리지는 다음 그림에서 네 번째인 'Mexican Standard'에 해당한다(String spacing = screw spacing = 2-1/16" = 약 52 mm).

이 그림은 워낙 널리 퍼져 있어서 원본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혹시 여기가 아닌지 추정해 본다. E-to-E string spacing이 다르면 새들의 폭도 달라진다.

Callaham Guitars의 Stratocaster Bridge Compatability라는 웹 문서에서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은 2 pivot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문서에 따르면 내 기타와 같은 규격의 브리지는 Made in Mexico Standard Series Strat, Road Worn Player HSS, Squire Classic Vibe 모델에 쓰인다고 한다.

만약 MJ기타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국산 브리지를 덜렁 주문했더라면 낭패였을 것이다. 스쿨뮤직에서 판매하는 Gotoh의 빈티지 타입 브리지인 GE101TS-Chrome의 screw spacing도 56 mm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주문한 새들의 폭은 10 mm라서 기존 것과 같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String spacing이 2 7/32"인 vintage American Stratocaster의 새들 폭은 0.435", 즉 약 1.1 mm이다. 

그리고... 트레몰로 암을 빼 버리고 두께 2 mm 포맥스 판을 잘라서 8장을 겹쳐 넣어서 브리지를 다음과 같이 고정해 버렸다. 포맥스 판의 폭이 더 넓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브리지는 2~3 mm 정도 뒤가 들린 상태로 마무리하였다. Fixed bridge처럼 쓰려면 본체에 완전히 밀착하도록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 줄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산 것이 맞다. 차라리 브리지 규격을 더 연구한 다음에 내 기타에 맞는 브리지(스프링, 암 등이 전부 포함된)를 주문하였더라면 더욱 현명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기타 수리공을 할 것도 아닌데 이런 수준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다음번 숙제는 COT 50 보드를 빼내고 배선을 정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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