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1일 일요일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회로 수정, 그리고 잡음 잡기

진공관 앰프 자작과 관련하여 늘 많은 도움을 받는 제이앨범 밴드 매니저의 조언에 따라서 다소 엉뚱한 값의 저항을 붙여 놓았던 것을 고쳐 놓았다. 이것이 마지막 버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언제 또 바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DC 265V는 그런 값이 나오도록 특별히 설계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50VA급 220V:220V 절연트랜스포머(아세아전원 AT1OD50-2202S, 제품 링크, 구입 관련 글 링크)에 네이버 카페 '미니진공관 앰프 제작'의 콘골트(손제호) 님이 제공한 리플필터(회로도 및 정보 링크)를 연결했을 때 나오는 전압 그대로의 상태이다. 오늘 수정한 회로에 의하여 결과적으로 6V6GT의 표준적인 동작(캐소드-플레이트 간 250V)에 잘 맞는 상태가 되었다.


출력관 스크린 그리드 스토퍼 저항(5W 시멘트 저항)을 6K8에서 470R로 바꾸었고(1~2K면 적당하다고 한다), NFB 적용 포인트와 그라운드 사이의 저항(R5: 200R)의 양단을 단락시켜서 나중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 때 잘라버리기로 했다.

수정 전 후의 중요한 전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앞이 수정 전, 뒤가 수정 후이다. '~'로 표시한 것은 좌우 채널의 값이 다름을 의미한다.

  • 초단(6LQ8 삼극관부) 캐소드-플레이트: 93~96V ➝ 큰 변화 없음
  • 초단(6LQ8 삼극관부) 바이어스: -2.3V ➝ -2~-2.1V
  • 출력관(6П6С) 캐소드-플레이트: ~250V ➝ 큰 변화 없음
  • 출력관(6П6С) 캐소드-스크린 그리드: ~231V ➝ ~250V
  • 출력관(6П6С) 바이어스: -11~-12V ➝ -12.5~-13.1V

소리전자의 돌쇠 앰프 회로도에 표시된 전압과 비교해 보면 내가 만든 앰프의 6П6С(6P6S, 6V6GT와 동등)는 정상적인 범위에서 동작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6LQ8은? 잘 모르겠다. 제이앨범에서 설계한 6LQ8 SE amp 초단 회로와 비교하면 플레이트 전압은 더 높고, 바이어스도 더 깊게 걸린 상태이다. 그렇다 해도 maximum rating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수정 작업에서 거둔 의외의 성과는 잡음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상판 삼아서 씌운 알루미늄 타공판에 손을 댔더니 '징~'하는 잡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타공판을 접지와 연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륨 폿의 본체는 신호선의 그라운드선에 납땜을 해 놓았으므로, 전면 삼각형 금속판도 접지가 된 상태이다. 테스트 삼아서 타공판과 삼각형 금속판을 악어클립 케이블로 연결해 보았다.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잡음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알루미늄 타공판이 주변에서 날아드는 전자기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자기파가 위에서만 날아드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효과가 좋았을까? 그것은 초단관의 배치를 바꾸어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초단관 PCB를 바닥에 고정하였었다. 그러나 나무 상자가 꽤 깊어서 작업을 하기가 불편하여 전면 나무판의 위쪽 가까이에 90도 돌려 붙이는 것으로 고정 방법을 바꾸었다. 따라서 타공판과 6LQ8이 매우 가깝게, 그것도 나란한 방향으로 위치하게 되어 차폐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려 보았다. 외부에서 방사되는 노이즈는 거의 대부분 초단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진공관에 금속 원통 모양의 실드를 씌우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마이크로포닉 노이즈가 심한 진공관에 씌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발견한 잡음 제거 방법을 응용할 방법이 생긴 것 같다. 즉 가공하기 쉬운 알루미늄 타공판을 접어서 초단관 또는 PCB 전체에 씌울 상자형의 커버를 만들어서 접지와 연결을 하면 될 것 아닌가? 이런 실드는 트랜스포머에만 씌우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금속으로 견고한 섀시를 만든다 해도 거기에 구멍을 뚫고 소켓을 고정하여 진공관을 노출한다면 주변에서 방사되는 전기적 노이즈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이렇게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6LQ8과 같이 Gm(상호 컨덕턴스)가 높은 非 오디오용 관은 이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빨갛게 빛나는 진공관을 눈으로 즐기는 것이 감성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잡음이 없는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이를 실드판 속에 숨기는 것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진공관 앰프 자작은 참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만약 이번 앰프 자작을 위해 상판을 CAD로 가공했더라면? 전체 제작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겠지만, 나는 여전히 잡음과 씨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케이스에 비용을 적게 들이는 쪽으로 즉흥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오히려 여러가지 자유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고, 예기치 않게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금까지 만든 그 어떤 진공관 앰프보다 소리가 좋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이겠지...

남은 숙제는 6LQ8을 사용한 전압증폭회로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동작 해석을 하는 것이다. 다음의 웹사이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최종적으로는 신호원과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여 평가를 하는 것이 옳은데, 그러려면 또 장비가 필요하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초저가형 오실로스코프를 하나 구입해야 할까?

망가진 출력관은 책상 위 장식품이 되었다. 상자 겉면에 쓰인 키릴문자 РАДИО는 RADIO라는 뜻이다. 정식 명칭인 라디오수신기(radio receiver)는 러시아어로 радиоприёмник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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