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6일 금요일

헤드폰 구동용 IC, MAX4410(80mW)

내가 갖고 있는 베링거의 초저가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UCA200에는 헤드폰 모니터링용 단자가 없다. 지금 이 제품은 베링거 웹사이트에서 소개가 되지 않으며, 후속 기종인 UCA202(UCA222는 색깔만 다름)가 여전히 유통된다. 아마 UCA200은 아날로그 믹서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간이형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개념으로 제조된 것 같다. 아날로그 믹서에 헤드폰을 직접 연결할 수 있으니 저가형·초소형 제품을 표방한 UCA200에 헤드폰 연결 단자를 포함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현재 UCA200은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의 오디오 출력용으로 훌륭하게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만약 언젠가 집에서 음악 녹음 작업을 하게 된다면, 모니터링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컴퓨터가 놓인 거실에 음악 감상용 오디오는 있지만, 모니터링 용도에는 맞지 않는다. UCA200의 아날로그 출력 단자에서 헤드폰 출력을 뽑으면 그런대로 작업은 가능할 것이다.

RCA - 3.5 mm 스테레오 폰잭 젠더 케이블을 출력 단자을 달아서 사무실에서 헤드폰 구동용으로 쓴 일이 있었다. 문제는 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OP amp 칩을 사용한 아주 간단한 CMoy 앰프를 만들어서 사용한 일도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알기 어렵고, 찾는다 해도 음량조절 포텐셔미터가 없는 형태라서 개조를 하려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헤드폰 앰프 반제품으로서 PC의 USB 단자에서 전원을 뽑을 수 있는(흠, 이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그런 물건은 없을까? 오랜만에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져 보았다. 배송 주소를 업데이트하려고 로그인을 하니 개인통관고유번호를 반드시 넣으라고 한다. 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더니 변한 것이 많았구나!

헤드폰 앰프와 관련한 제품을 찾아 보았다. 충전 방식의 휴대용 완제품 기기에는 관심이 없어서 키트 혹은 반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뒤적거려 보았더니, MAX4410이라는 칩을 사용한 보드가 꽤 많이 보였다. 헤드폰 앰프계의 TPA3116에 해당하는 앰플리파이어 칩인가?

MAX4410을 사용한 헤드폰 앰프 보드(알리익스프레스 화면 캡쳐).

MAX4410은 지금은 Analog Devices 사의 일부가 된 Maxim Integrated 사의 제품이다. 웹사이트의 설명에 의하면 80mW, DirectDrive Stereo Headphone Driver with Shutdown이라고 하였다. 작은 크기를 필요로 하는 휴대용 기기를 위해 설계된 헤드폰 드라이버로서 단일 전원을 사용하여 그라운드 기준의 출력을 만들어 내므로 대용량의 DC-blocking capacitor가 필요 없다고 한다. 요구하는 전원 전압도 1.8V-3.6V라 하니 여러모로 내가 쓰려는 용도에 적합하다. 데이터시트(Rev 2)에 찍힌 날짜가 2002년 12월 13일인 것으로 보아 아마 20년 가까이 수많은 휴대용 기기의 헤드폰용 증폭회로에 쓰여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Head-Fi.org 포럼의 2005년도 글에 이 칩에 대한 글이 있었다(MAX 4410 Stereo Headphone Driver?) 데이터시트에 적힌 응용 분야를 살펴보았다.

그렇구나... 세상은 다 알고 있었지만 나만 모르는 헤드폰 구동용 IC였다. 이를 응용한 DIY용 보드가 알리익스프레스에 깔리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포텐셔미터에 폰잭까지 포함한 완성 상태의 보드가 3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나와 있으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뭐하려 CMoy 앰프를 만들려고 만능기판에 뜨개질을 하겠는가? 가뜩이나 노안도 심해서 IC 회로를 납땜해서 만들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UCA200을 음악 녹음 작업에 꼭 써야겠다고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쿠팡 등지에서 베링거 U-Phoria UM2를 5만원 대에 살 수는 있다. 마이크로폰 및 Hi-Z 입력도 지원하니 유용성은 더 높다. 단, 외부 신세사이저 스테레오 출력을 연결하여 녹음하려면 좀 연구를 해 봐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감상'과 '앰프 DIY'를 넘어서는 음악 창작과 녹음 작업이 과연 나의 취미로 자리잡을 수는 있을까? 이를 꿈꾸어 온지는 이미 30년이 넘었지만 몇 개의 싸구려 장비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일단은 Tracktion Waveform 사용법이나 익히는 것으로 시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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