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43 싱글 앰프 튜닝 - 전원부 개선

전원 트랜스포머를 220V 50W 절연트랜스로 교체하고, 초단관을 12DT8에서 원래 구성이었던 6N2P로 바꾸었다. 그리고 각 진공관은 최적 B+ 전원 조건에서 구동하고자 실험을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에서는 전원장치에서 출력트랜스포머를 우선적으로 연결하고, 저항으로 전압 강하를 하여 초단관의 플레이트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구식 라디오에 쓰이던 43이라는 오극관은 요구하는 플레이트 전압이 매우 낮다. 최대 160V, 찌그러짐이 가장 적은 조건(2와트 출력)에서는 135V이다. 콘트롤 그리드에 걸리는 바이어스 전압 -15V를 감안허면 155V가 가장 적당한 수준의 전압이 된다. 그러나 드라이브단의 6N2P의 플레이트 전압은 ~250V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인터넷에 43 오극관의 데이터시트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작성일은 무려 1936년 6월 26일다.

지금까지는 43에 공급한 전압을 약간 낮추어서 6N2P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낮은 플레이트 전압에서 6N2P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들어 봐도 소리가 작은 것은 초단관의 동작 상태가 최적이 아닌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아서 개선 작업에 착수하였다. 별 것 있겠는가? 전압을 거는 순서를 바꾸면 되지 않는가. 특히 이번 개선 작업에서는 리플 제거 보드에서 각 진공관으로 연결되는 전압 강하 회로를 채널별로 따로 만들어 보았다. 비교적 값이 비싼 국산 전해 캐패시터가 많이 들어가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가 끝난 다음에 기판에서 떼어내어 재활용하기도 어려운데...

보유한 저항의 값이 다양하지 않아서 다소 이상한 모습의 회로가 되었다. 리플 제거 회로의 출력은 260V 정도이다. 2.2K옴 저항을 거치면 6N2P 부하저항에 200V 정도가 걸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아주 마음에 드는데, 43 오극관에 맞게 전압을 더 낮추는 것이 문제이다. 6.8K옴 시멘트 저항 3개를 병렬로 연결하여 2.267K옴을 만드니 드디어 120V 정도가 된다. 이보다는 약간 높은 값을 얻어야 하지만 더 이상 병렬로 이어붙일 저항이 없다.

저항의 발열을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테스트 회로이다. 2.2K옴은 겨우 2와트급이다. 3개를 병렬로 연결한 6.8K옴 시멘트 저항(각 5와트)도 매우 뜨거운데, 2와트 금속피막저항 하나가 펄펄 끓는 것은 당연하다. 대략 계산하면 2.2K옴 저항에서 약 2.2W, 시멘트 저항 3개를 병렬로 연결한 합성저항에서는 1.95W가 걸린다.  저항이 뜨거워지면, 여기에 연결된 전해 캐패시터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2.2K옴 + 1K옴 정도로 2단 구성을 하면 최종적으로 150V 가량을 뽑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적당한 저항이 없다는 것. 소리는 과거보다 더 커진 것이 확실하다.

처음부터 2차에 150V 정도 출력되는 전원 트랜스포머를 썼더라면 높은 전압을 내리기 위해서 덜 고생을 했을 것이다. 되도록 기성품으로 팔리는 일반 용도의 트랜스포머를 쓰려는 것이 취지였으니, 이런 고생을 해도 감내해야 한다.

이번 개선 작업을 통해 떼어낸 전원트랜스포머(2차 230V 120mA, 6.3V 1.6A)는 정말 무용지물이다. 진공관 앰프를 자작하면서 처음으로 주문 제작을 한 것이었는데, 전기만 통하면 정격을 넘는 것도 아닌데 요란하게 울어대니 도대체 오디오 앰프로 쓸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단에 110V 강압트랜스(단권 트랜스라서 용량에 비해 크기는 작음)를 달아서 출력 전압을 낮게 만들어 43 앰프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겉으로 보면 알 수가 없지만, 앰프를 뒤집어 놓으면 아주 가관이다. 
전기만 흘리면 우는 전원 트랜스포머. 그림 출처는 내 블로그의 글이다(링크).
새 앰프를 만들어 보려고 알리익스프레스를 며칠 동안 뒤지다가 기존의 앰프를 개선하는 것부터 먼저 해결하기로 마음을 바꾸어 먹기를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앰프의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또 다른 앰프를 만든다는 것은 올바른 배움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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