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1일 월요일

B&W DM10 스피커를 들여놓다

처남이 중고로 구입하여 사용하던 B&W DM10 스피커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주겠다고 하여 서울에 다녀오는 김에 잠시 들러서 차에 싣고 왔다. 그냥 받아 오기는 미안하여 카카오톡으로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 주었다.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유명한 오디오 기기 브랜드는 잘 알지 못한다. B&W라... Bowers & Wilkins(위키백과, 현 웹사이트)의 약자로서 영국 브랜드이다. 영국 스피커 회사라면 탄노이, 하베스, 로더 정도만 겨우 아는 수준이었다. 구글을 뒤져보니 앵무조개 모양의 스피커 시스템이 바로 B&W의 작품이었다. 아! 이 모습은 너무나 유명하지 않던가.

Nautilus: The ultimate loudspeaker(출처)
DM10은 1981-83 사이에 제조해서 판매한 B&W의 염가형 스피커 시스템이라고 한다. 당시 판매 가격은 180 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HiFi Classic이라는 웹사이트에 꽤 상세한 리뷰 기사가 실렸다(링크). 구글을 뒤지면 발매 당시의 브로셔도 쉽게 구할 수 있다(링크).
What we heard was generally consistent with what we had measured... The bass was surprisingly strong and clean, despite the low-frequency power limitations evident in our distortion measurements...  At any listening level that most people would reasonably use at home, it was completely clean... It is unquestionably one of the better speaker-system values in today's market. (HiFi Classic 마지막 줄)
전면 그릴은 달려 있지 않고, 인클로저도 군데군데 까진 상태였다. 특이하게도 트위터의 보이스 코일에서 나오는 선이 인클로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납땜을 해야 하는 구조였다. 전면 그릴이 없으니 잘못 건드리면 끊어지기 쉽다. 처남도 이를 직접 수리를 했었다는데, 어제 집에 들고 와 보니 나도 뭘 잘못 건드렸는지 한쪽 선이 끊어져 있는 것 아닌가. 딱 코털(?) 정도의 길이로 돌출한 가냘픈 선을 다루면서 만약 이것이 코털 뽑히듯 끊어지면 되살릴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납땜 작업으로 트위터를 되살렸다.
원으로 표시한 곳 내부가 직접 납땜하여 수선한 곳이다. 피복에 해당하는 것은 잘못하여 떨어져 나갔다. 이 가냘픈 선이 엣지 부근에서 끊어지면 정말로 낭패다!

TDA7265 앰프로 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공간이 부족하여 임시로 이렇게 배치하였다.
최초로 앰프를 연결하여 소리를 듣는데 영 이상하다. 한쪽 채널의 극성이 반대로 연결되었을 때에 나는 전형적인 소리이다. 분명히 색깔을 맞추어 연결했는데 왜 이런담? 혹시 인클로저 내부에서 +/-선을 반대로 연결하였나? 시험삼아 한쪽 채널의 극성을 반대로 연결하니 편안한 소리가 난다. 명료하고도 두툼한 소리가 듣기 좋다. 극성 확인을 위해 건전지를 가져다가 스피커에 연결해 보았다. 왼쪽은 적-(+), 흑-(-) 연결에서 우퍼가 앞으로 쑥 튀어나온다. 그런데 오른쪽 채널은 반대로 쑥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흠... 아마도 처남 이전의 소유주가 수리를 하면서 단자에 극성을 반대로 납땜한 것이 틀림이 없다.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을까? 만약 공임을 받고 수리를 하는 기사의 실수였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량 구조이지만 우퍼는 8인치이다. 트위터는 1인치 돔 타입. 카탈로그에 의하면 주파수 재생 특성은 75 to 20,000 Hz ±3 dB, 민감도는 87 dB이다. 

나의 오디오 취미에서 스피커쪽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는 분야였다. 스피커는 소리의 최종적인 출구로서 투자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인데 말이다. 아마 초기에 스피커 DIY를 조금 해 보다가 흥미가 지속되지 못해서 그만 둔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당시 내 블로그에는 이런 덧글이 있었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부만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나는 그때 스피커 유닛을 처음으로 구입하여 두꺼운 종이로 만든 통에 넣고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었다. 그 덧글을 남긴 분의 시각에서는 한심해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취미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효율과는 관계없이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먼 길을 돌아오기도 하고, 무지의 장막 한 겹만 걷으면 곧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내가 어설프게 만든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잘 울리기 위해 스피커를 맞추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진공관 앰프는 그저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재미와 전원을 넣었을 때 빨갛게 달아오르는 불빛을 바라보는 재미를 위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처남으로부터 얻은 스피커(이를 빈티지 스피커라 하기에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가 취미의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해 준 것 같아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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