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3일 일요일

전주 한옥마을을 거닐다가 완판본 문화관을 한참 구경하고 잠시 전주천 변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전기수'란 소설책을 청중들에게 읽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조선 후기에 생긴 직업적인 이야기꾼이다.

멀리서 농악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참 오랜만에 듣는 장단이다.

그네터 옆에 마련된 약간 넓은 곳에 농악대가 멈추더니 큰 깃발을 든 사람 셋이서 번갈아 화려한 묘기를 펼쳐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장관이라서 한참을 구경하였다. 어깨에 끈을 연결하여 지탱한 항아리 모양의 물건을 다리 사이에 놓고 여기에 깃대를 꽂은 상태로 기를 펼쳐서 빙빙 돌린다. 깃대 꼭대기에 달린 줄을 팔로 지탱하면서 쓰러질락말락 수평으로 돌리기도 하고, 한 손이나 이마에 올려 놓고 중심을 잡기도 한다.

풍물패는 치배(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와 잡색(각기 배역을 가지고 춤을 추며 흥을 돋구는 사람)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깃발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도 잡색의 일종일까? 지금까지 풍물패에 대하여 아는 것이라고는 꽹과리를 치며 전체를 지휘하는 '상쇠'뿐이었다.

전통 예술의 일종이니 퍼포먼스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고, '연희(演戲)'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연희의 사전적 의미는 '말과 동작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네이버 사전)이므로 노래나 악기 연주는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도 음악과와 연희과는 다르다. 

흠... 풍물은 연희의 하나로 취급된다. 악기 연주와는 분명히 다르게 취급되는 것이 맞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학 동기인 이진원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에게 백만 년 만에 카톡을 보내어 물어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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