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일 월요일

[The Clumsy Venovist] 왜 이렇게 음이 낮을까?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을 비올리스트라고 하니까 베노바를 연주하는 사람은 베노비스트(Venovist)라고 부르면 될 것이다. 구글을 아무리 뒤져도 Venovist라는 낱말은 보이지 않으니 내가 처음 만든 것이라고 선언한다!

어제부터는 휴대폰으로 튜너 앱을 켜 놓고 제대로 피치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G음, 그러니까 왼손으로 모든 구멍을 막고 마우스피스로 숨을 불어 넣으면 튜너에서는 F# 정도를 가리킨다. 아랫입술로 리드를 단단하게 받치라는 설명을 따라서 가까스로 G에 근접하게 되지만 입술도 힘이 들고 소리도 불안정하다. 나는 치열이 엉망이라서 밥을 먹다가 아랫입술을 잘 씹는 편이라 상처가 자주 난다. 그런 상태에서 아랫입술로 리드와 마우스피스를 밀어 올리려니 입술이 아프다. 약간 웃는 듯한 입술 모양을 하고 마우스피스를 단단히 감싸 조이되 볼을 불룩하게 하지는 말고... 어렵다!

리드를 아랫입술로 단단히 죄면 분명히 리드가 더 높은 소리로 떠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너무 신경을 쓰면 윗니가 마우스피스를 누르는 것을 잊게 된다. 손으로 악기를 내리 누르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내 위 앞니도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아서 왼쪽이 더 앞으로 튀어나온 상태이다. 그러니 오른쪽 위 앞니만 마우스피스를 무는 꼴이 되어서 이쪽에만 흠집이 많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 다르니 연습을 통해서 최적화를 이뤄야만 한다. 내가 아무리 치열이 좋지 않다 해도 캐쥬얼 관악기인 베노바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베노바 자체가 새로 개발된 악기이다보니 인터넷에 널린 색소폰 교습 자료를 보게 된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마우스피스와 리드가 작아서 정확한 음정을 잡기가 어려우니 색소폰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알토나 테너 색소폰으로 시작하란다. 베노바는 소프라노 색소폰용 마우스피스를 쓴다. 게다가 단단한 합성수지 리드를 채용하고 있다. 리드 관악기에 입문하는 사람이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베노바는 독학용 악기다! 개발 취지가 그러하니 어떻게든 불어 보는 것이다. 베노바를 잘 불기 위하여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을 미리 배울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다음 이미지는 내가 사용하는 Soundcorset 튜너 & 메트로놈(링크)의 화면이다.


기준음과 측정음의 차이를 센트 단위로 보이는 것이 생소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위키피디아의 설명(링크)에 따르면, 평균율(equal temperament)에서 반음 간격에 해당하는 진동수 차이를 100 센트로 나타낸다고 한다. 따라서 12 반음 위(1 옥타브)는 1200 센트에 해당한다. 저 튜너 화면에 '솔'이 표시되게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데도 어렵다. 

색소폰에 관한 영문 사이트를 검색하면 intonation이라는 용어도 많이 보인다. 이건 중학교에 입학하여 영어를 배울때 문장 내 발음에서 높낮이(단어 안에서의 강세는 accent)라는 뜻으로 배웠고 '억양'이라고도 불렀다. 악기 연주에서의 인토네이션은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의 설명은 이러하다.
In musicintonation is the pitch accuracy of a musician or musical instrument.
아, 그렇구나! 그러나 이것은 인토네이션이라는 단어 쓰임새의 어느 한가지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평균율(equal temperament)와 순정률(just intonation or pure intonation)에서 말하는 인토네이션은 좀 더 길고 복잡한 음악의 역사를 품고 있으니 별도로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피치(음높이)와 음정은 다르다. 음정은 정확하게 풀이하자면 두 음의 높이 차이, 즉 피치의 차이를 말한다. G를 연주해야 하는데 약간 틀어진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음정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내 음악 이론은 기타와 피아노를 혼자 익히던 10대~20대 이후로 정체 상태였다가 '캐쥬얼 관악기'인 베노바를 만나면서 다시 발전할 것만 같다.

2019년 12월 5일 업데이트

튜너 앱을 바꾸었다. 유료 앱으로서 이름은 TonalEnergy(TE) tuner and metronome(링크). 오차 이내의 음을 계속 불면 초록색 스마일이 나타나 점점 커지면서 입을 벌린다. 색소폰 입문자에게 중요한 '롱 톤' 연습을 하기에 아주 좋다. 천편일률적으로 롱톤을 고집하는 교습 방법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은 중요한 연습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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