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관악기류를 조사하면서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일반인에게는 아직 잘 알려져있지 않은 재미난 악기가 많았다. 관악기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취미로 악기를 배우려는 초심자들이 부담없이 입문하게 만든 것들이다. 우선 전부터 알고 있었던 야마하의 베노바(Venova)라는 것이 있다. 모양은 리코더에 가까운데 색소폰과 클라리넷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야마하에서는 이를 캐주얼 관악기라고 부른다. 좀 더 조사를 하니 이런 부류의 악기 중에서 베노바가 가장 늦게 나온 편임을 알게 되었다. 초기 모델(YVS-100)과 알토 베노바(YVS-120) 두 종류가 있다. 꽤 상세하게 기록한 YVS-100의 구입 및 사용기가 여기에 있다.
출처: 야마하 홈페이지 |
하지만 몇년 전에 아들과 낙원상가를 둘러보다가 접했던 클라리넷 모양의 하얀 플라스틱 악기는 베노바가 아니었다. 한동안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도무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들이 알려준 Nuvo Instruments라는 회사의 제품 목록에서 드디어 내가 궁금해하고 있었던 악기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클라리네오(Clarinéo)였다.
출처: Nuvo Instrument 홈페이지 |
이런 악기로만 구성된 일본의 오케스트라가 있으니 그 이름하여 Akiba Plastic Orchestra! 아마도 플라스틱 악기를 제조하는 업계의 지원을 받는 것 같다. 유튜브에 올라온 라벨의 볼레로를 들어보자. 튜닝 상태는 약간 불만인데(조정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멋진 시도 아닌가? 트럼펫, 트롬본에 이러 튜바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니다.
이상에서 소개한 악기는 베노바를 제외하면 기존의 악기를 플라스틱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푼(Xaphoon, 위키피디아)이라는 악기는 하와이 마우이섬의 원주민 연주자 Brian Wittman이 대나무를 이용하여 1972년에 직접 개발한 것이다. 베노바와 마찬가지로 2 옥타브의 음역대를 갖추었다.
출처 링크 |
대나무를 가공하여 일일이 만들다보니 공급이 달려서 이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것은 포켓 색스(pocket sax)라고 한다. Xaphoon store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나보자.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지는 Saxmonica는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제품화가 이루어졌다. 현재는 두 개의 관을 추가한 Generation 2가 발매되고 있다.
출처: 아마존 |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들어내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MiniSax라는 것도 있다. 이 글의 제목인 '플라스틱 관악기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으나 쉽게 배워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기라는 면에서는 일치한다. 공식적인 음역은 1 옥타브에 불과하지만 특별한 테크닉을 써서 높은 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악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작자가 만든 동영상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링크 |
포켓색스는 좁은 의미로는 사푼을 플라스틱으로 재현한 것이지만 휴대용 색소폰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pocket/mini/portable/little sax(or saxophone)을 검색하면 위에서 소개한 것과 거의 같거나(사푼 계열) 또는 다른 플라스틱 관악기가 꽤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Ammoon이란 악기 회사의 것은 10 best pocket saxophone reviews 2019 - best xaphoon에서도 언급되었다.
Ammoon B♭ mini saxophone. 출처 링크 |
Kunath 웹사이트의 리드 악기 소개. chalumeau와 clarineau는 별개의 악기이다. |
출처: 악기나라 |
원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색을 내는 관악기는 호른(혼)이다. 그러나 내가 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보에와 더불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관악기라고 하지 않던가. 현실적으로 배울 수 있는 악기 중에서는 클라리넷에 관심이 많다. 사촌 동생이 클라리넷 연주자라서 혹시 독학을 하다가 막히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다. 색소폰은 중년 남성들이 너무들 많이 달려들어서 왠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내가 만져본 관악기는 초등학교 교재용 악기의 대명사로 잘못 인식된 소프라노 리코더와 단소가 전부이다. 단소는 소리를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다. 리드의 구조와 소리가 나는 원리, 입술의 떨림으로 소리가 나는 트럼펫 계열과의 차이, 이조악기라는 묘한 특성 등등 새로 공부할 것이 무척 많다.
문제는 연습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는 아들녀석도 마찬가지이다. 몇 대의 일렉기타와 신세사이저가 내 관심을 기다리면서 집과 사무실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 와중에 관악기라니... 좀 더 고민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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