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5일 금요일

6LQ8 PP 앰프 제작을 마치며

앰프 자작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불만스러운 곳이 완전히 없어질만큼 손을 다 보았을 때? 그렇다면 평생이 가도록 끝을 맺지 못할 것이다. 현 상태의 섀시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 생각한다면, CAD 도면을 만들어서 주문 가공을 하여 재조립을 하기 전까지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 NFB 테스트도 아직 끝나질 않았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말해 보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비록 다이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수납함과 나무 도마에 부품들을 고정한 상태이지만 실용적으로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현 단계에서 '앰프 제작을 마쳤다'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어제는 전원 계통의 배선을 마무리하였다.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램프를 달고, 하나의 전원 케이블로부터 전원 트랜스와 히터 점화용 어댑터가 전부 작동하도록 하였다. 이번에도 무사히 작업을 마치기를 기원했으나 그렇게 순조롭게 되지는 않았다. 220V 전원선 한쪽을 트랜스의 접지 단자에 납땜을 하지 않나(만약 그 전선이 활성선이었고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코어에 손을 댔더라면 나는 오늘 이 세상에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차단기가 내려가게 만들지를 않나...

1차쪽의 'E'와 220V 단자에 전원선을 납땜하는 실수를 하였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납땜을 마치고 스위치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정류회로에 전혀 전압이 잡히질 않았다. 전원선 한 쪽을 트랜스의 접지 단자에 납땜을 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다가 인두를 들고 설쳐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차단기가 내려갔다. 복구를 한 다음 잘못 납땜한 것을 바로잡고 다시 전원을 넣어 보는데 앰프는 여전히 작동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심지어 전원트랜스 1차의 단자에도 전압이 잡히지 않았다. 전선 내부에서 단선이 일어날 이유도 없고, 몇 번이나 배선에 잘못이 없음을 확인했었다.

혹시 퓨즈가? 그렇다! 퓨즈 홀더를 열었더니 유리관 퓨즈는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추정해 보았다. 전원선의 한쪽을 트랜스의 E 단자에 연결을 하였고, 만약 여기에 활성선이 연결된 상태였다면, 접지 처리가 된 납땜인두의 팁에 트랜스 본체가 닿을 때 순식간에 대전류가 흘렀을 것이다(앰프 자체에 손상을 입힐 일은 없다). 이때 퓨즈가 녹아내림과 동시에 차단기가 누전을 감지하고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납땜인두는 히터와 접지가 전기적으로 분리된 상태이므로 이것도 손상이 되지 않았다. 만약 절연이 충분치 않은 일반 납땜인두였다면 히터가 끊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목숨을 위협하는 실수를 되풀이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조심하도록 하자. 며칠 전에는 리플 필터 기판의 방열판이 RCA 단자의 노출 부위에 닿아서 불꽃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 수준(이라 믿는)까지 작업을 마쳤다.

드디어 네온 파일럿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LED와 같은 수준으로 직경이 작은 파일럿 램프를 사용하니 구멍을 넓힐 일은 없었지만(오히려 와셔를 하나 끼워야 했다) 불이 들어온 것이 시원스럽게 보이질 않는다. 다음에는 적어도 직경이 10mm는 되는 네온 램프를 구입하자.

출력트랜스와 PCB 사이의 빈 공간에는 3극관/5극관 접속을 전환하는 스위치를 달 예정이다. NFB 실험까지 완결되면 긴 전선은 적당히 잘라서 정리를 하자. 상판과 아래쪽 플라스틱 케이스를 고정할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2014년 초에 첫 진공관 앰프를 주문 제작한 이래로 벌써 다섯 개째의 진공관 앰프를 갖게 되었다. 그 중에서 자작품은 세 개요, 두 개는 푸시풀 앰프이다. 푸시풀 앰프는 전부 오디오 전용관을 쓴 것이 아니다(6J6, 6LQ8). 자작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는 경험의 폭과 보람은 기성 제품을 사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단,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만 그러하다. 사고 자체는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수련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샌드위치 휴무일이었던 6월 7일에 아세아 전원에서 트랜스류를 구입한 것으로 시작하여 한 달 이내에 전체 제작 과정을 마쳤으니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올해 안에는 더 큰 일을 벌이지 말고 대전 집에 있는 43 오극관 싱글 앰프를 손보고 몇 가지 후속 실험을 하는 것으로 마쳐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9년 7월 7일 업데이트

왼쪽 채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음악이 묻혀버리는 현상이 반복하여 나타난다. 이것이 소위 발진인가? gm이 높은 TV용 수상기용 관을 오디오 앰프용으로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발진이 일어나는 채널의 두 진공관을 서로 자리바꿈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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