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독서 기록 - <생각의 지도>외 다섯 권


생각의 지도(원제: The Geography of Thought)

  • 부제: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s differently...and why)
  • 리처드 니스벳 지음 | 최인철 옮김
동양인(이 책에서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동아시아 한중일 3개국을 의미함)과 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역사·문화적 배경과 심리학적 원리에서 설명한 책이다. 잘 알려진 실험을 하나 소개해 보자. 닭과 소, 풀을 한번에 보여주고 서로 관계가 있는 것끼리 묶으라고 하면 동양인은 소와 풀을 묶는다. 소는 풀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인은 닭과 소를 묶는다. 둘은 동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풀은 식물이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전체적인 맥락 하에서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서양인은 개별적인 개체가 갖는 (변하기 어려운) 속성에 더 주목한다. 총기 난사 사건을 보도하는 기사에서도 동양인은 그 범죄자가 처한 상황에 주목하는 반면 서양인은 그 범죄자 개인의 폭력적인 성향에 주목한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인지, 이 차이를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앞으로 두 세계의 생각 차이가 수렴할지 혹은 서로 타협하기 어려운 '문명의 충돌'로 귀결될지에 대하여 논하였다. 저자는 두 문화가 서로 수렴하여 가운데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였다.

지난 500년 동안 서양은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를 무기로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왜 동양은 이렇게 무력한 존재가 되고 말았을까? 그 원인으로서 동양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의 '열등성'을 떠올리는 것은 대단히 불쾌한 일이다. 대체로 한국인(동양인 전체?)은 질문을 잘 하지 않고, 강연장에서도 앞자리에 앉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질문을 제기하지 않는 특성 하나를 가지고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과학기술 및 공학의 목표이기도 하다)이 태생적으로 적은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려도 좋을까? 동양 철학 체계에서 논리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것은 분명 불리한 일일 수도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만이 옳다는 편협한 사고도 위험하고, 문화의 충돌을 예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두 세계의 사고 체계가 매우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정의로운가

  • 부제: 서울대 이정전 교수의 경제 정의론 강의
  • 이정전 지음
완벽한 시장이란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보았다. 물론 이는 나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고, 독서나 인터넷 정보 검색 등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1. 경제 주체들은 모두 100%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시장에 참여한다.
  2.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의 품질과 가격 정보는 100%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지켜진다면 시장은 수요-공급 곡선에 의해서 완벽하게 움직일 것이고, 누구나 정당한 몫을 가져가며,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 주체는 전부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옳고 바름과는 상관이 전혀 없는 메커니즘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소외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고, 남들은 그렇지 않을 때 노력(요즘 분위에게서는 부유한 부모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치 못한 것을 비난받아야 할 것인가?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 마이클 샌델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 이원재 지음
저자에 의하면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오던 경제학의 상식은 사실 이상하다. 시장에서는 모두가 이기심을 추구하는 것이 옳고, 경쟁은 항상 높은 효율성을 가져오며,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왜 2011년 7월 월스트리트에서는 "우리는 99%이다"를 외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을까? 같은 해 11월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10' 강의 시간에 학생들은 왜 공개편지를 통해 수업을 거부했을까?

마지막 파트에서는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2018년 기준으로 본다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2010년에 발간되었고, 기업인 안철수는 이후 교수를 거쳐 정치에 입문하면서 이미지를 많이 구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탐욕 없는 성공의 증거로 안철수를 소개하였다. 기업가로서는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전통적으로 경영자의 사명은 투입(input)을 프로세스에 넣어서 산출(output)을 만들어내는 것까지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성과(outcome)이라는 개념이다. 문제는 주주자본주의의 발달로 성과가 재무적인 성과만으로 치우치게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이익 중심으로 극심하게 변질되고 말았다. 스타벅스는 2008년 4분기에 1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그 다음 분기에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바로 전년도 같은 분기의 이익에 비해 70%에 불과한 수준이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자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협동조합(아무리 출자를 많이 해도 1인 1표제), 윤리적 소비, 사회적 기업 등을 저자는 대안으로 소개하였다. 우리에게는 '탈성장 시대의 새로운 경제 문법'이 필요한 것이다.

검은 감자

  • 부제: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
  •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 곽명단 옮김
지은이 수전 캠벨 바톨레티는 지난번에 읽은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의 저자이기도 하다(독서 기록). 평소에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던 아일랜드 대기근에 관한 책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당시 아일랜드인이 주식으로 먹던 감자에 지독한 역병이 퍼진 때문이지만, 이것이 이렇게 비참한 결과로 이어진 것은 당시 아일랜드의 사회 구조, 특히 소작농 제도와 농업 정책 등에도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농민들은 굶주리지만 영국으로 수출할 농작물은 여전히 배에 실려서 아일랜드의 항구를 떠났다고 한다. 더군다나 당시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의 대책도 매우 미흡했다. 하지만 아직도 아일랜드 대기근을 다루는 입장은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영국 정부가 대량학살을 저질렀다고 보는 입장(민족주의자), 영국이 인명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하는 입장(수정주의자)이 그것이다.

무작정 배를 타고 살 길을 찾아 북미로 떠난 이민자들도 항해 중에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진이 없던 당시 신문에 실렸던 그림을 통해 이 책은 비극적인 기근 사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느냐고 물으신다면(원제: How to be alive - a guide to the kind oh happiness that helps the world)

  • 콜린 베번 지음 | 이은선 옮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정형화된 공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세상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곧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흔히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입장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만 주목한다. 자기계발은 곧 침몰할 타이타닉호를 타고 가면서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상호계발서'라고 하였다. 상호계발의 입장에서는 서로 도와서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대단한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25년 전 숭산 스님을 통해 가르침을 받았으며('오직 모를 뿐 비누'로 머릿속을 씻어라 - 현각 스님의 책으로도 출간됨) 현재 관음선원의 상임법사이기도 하다.

저자가 1년 동안 뉴욕에서 전기를 쓰지 않고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으며 사는 과정은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화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난자들

  • 부제: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 주승현 지음
저자 주승현은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서 남측으로 내려왔다. 연세대학교 입학하여 10년 만에 최종적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비무장지대를 건너는데는 고작 25분이 걸렸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사는 그는 아직까지도 말 그대로의 조난자인지도 모른다. 탈북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진정한 통일시대를 대비한 실험으로서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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