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의 오래된 역사를 뒤져보아야 하는 논문을 쓰다가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wild-type' E. coli K-12 스트레인이 숱한 돌연변이 유발과 선별 과정을 거쳐 어떻게 현대의 방대한 계보를 이루게 되었는지를 기술한 족보에 해당하는 1972년 Microbiological Reviews 논문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그녀의 논문이다. 1996년 단행본으로 나온 Escherichia coli and Salmonella: cellular and molecular biology에 그 후속판이 실린다. 두 저작물 사이에도 대장균의 계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지는 아직 찾아보지 못하였다.
Bachmann은 1958-64년 사이에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강의한 바 있으며, 1968년 예일대학으로 돌아가서 강의를 계속하면서 E. coli Genetics Stock Center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유 균주 스톡의 규모를 크게 늘리기도 하였으며, 1996년 은퇴하여 1999년에 작고하였다. 분자생물학 실험의 바이블인 Molecular cloning 1판 부록에 실린 대장균 실험 균주 목록을 보면 Bachmann과의 personal communication을 근거로 한 것이 많다. 그만큼 대장균의 역사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연구 업적 중에서 1983년과 1991년에 출판된 대장균의 complete genetic map은 당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었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은 1999년 3월 예일대학교 부고 기사에서 정리하였다. 본격적인 유전체학 시대가 도래하기 직전의 세대에서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이 부고 기사는 그녀의 현황이 궁금하여 수일 전 웹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1991년도에 발표된 Bachmann의 논문 "Linkage map of Escherichia coli, edition 8(원문)"을 살펴보았다. Next-Generation Sequencing에 의해 산더미같은 데이터가 쏟아져나오는 지금의 현실과 비교한다면 대단히 소박하게 표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유전체 해독과 분석에 과연 이만한 정성을 들이고 있는가? 1222개에 이르는 참고문헌 목록은 저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서 평생 업적으로서 이 자료들을 다듬어 왔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1990년 무렵의 Bachmann 여사 모습이다(출처). 손으로 기록한 노트도 볼 수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역시 대장균 유전체 과학에서 큰 족적을 남김 Monica Riley에 대한 글을 써 보려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