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8일 목요일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기관생명윤리위원회)란?

(인간) 유전체를 연구하는 사람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연구 심의에 대해 알아보자. IRB는 이러한 심의를 하는 위원회의 이름이다. 민간 단체나 관공서처럼 어느 한 곳에 이런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려는 주체가 되는 기관마다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2013년 2월 2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동법 제15조에 근거하여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는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게 되었다. 개정의 취지는 인간과 인체유래물 등을 연구하거나,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 내가 어떤 이유로 수술을 받아서 신체의 일부를 도려냈는데, 내 동의 없이 이것이 실험 대상으로 쓰인다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인체 유래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가? 유전체 정보 역시 인체유래물과 동등한 취급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 유전체 정보는 '인체유래물'임과 동시에 가장 궁극적인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인간 유전체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은 것이다. 이론적으로 유전체 정보가 가장 원천적인 개인정보임은 맞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유전체 서열 정보를 가지고 개인을 확인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 내 개인으로서는, 인간 유전체 정보의 활용에서는 좀 더 개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서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유전체 정보는 인체유래물인가? 엄밀히 말하면 요즘 기술로 유전체 서열을 해독할 때에는 매우 소량의 인간 DNA를 이용하여 증폭 단계를 거쳐 라이브러리를 만든 뒤 이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니 유래물의 복사본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렇다면 PCR amplification을 거치지 않는 PacBio 시퀀싱 결과물은 좀 더 확실한 인체유래물인가? 유전체 정보는 오히려 '증명사진'이나 '지문'에 가깝지 않을까? 지문은 개인정보이지만, 인체 유래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이봐 정 박사, 나한테 우리 병원에 다니는 희귀질환 가계의 유전체 정보가 있거든. 이것 좀 들여다보고 어떤 돌연변이가 있는지 좀 찾아주지 않겠나?

"별로 어렵지 않지. NGS raw data를 우리 ftp 서버로 전송해 주게"

2014년 현재 이런 대화가 오고가고 실제로 정보를 주고 받았다면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해당 환자에게 제3자에 대한 유전체 정보의 공여에 대한 동의를 미리 받았어야 하고, 이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논문을 내고자 해도 이러한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물론 실제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알아보지 아니하였다.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를 나열해 보자.

  1. 2013년 2월 2일 이전에 수집된 인간 유전체 정보 활용은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 제공자에게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나?
  2. 만약에 내가 나의 유전체 정보를 읽어서 공개해 버리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가?

20년전, 내가 박사과정 학생이던 당시 연구 주제는 선천성 안티트롬빈 결핍증의 유전자를 PCR로 증폭하여 Sanger sequencing을 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런 연구를 지금 다시 한다면 아마 서류 더미에 파묻혀야 했을 것이다.

다음 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김옥주 교수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 Q: IRB 승인이 필요한 연구와 논문은?
  • A: IRB는 의학연구가 환자나 일반인 등의 연구대상자의 안전, 복지, 권리를 침해하는지의 여부를 사전에 심의해서 연구를 하도록 승인하는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이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IRB 심의가 필요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연구'로서 임상시험(clinical trial)으로 대표될 수 있는 실험적 연구(experimental study)는 반드시 IRB 승인이 필요하다.
  2. 연구대상자의 행동관찰, 대면 설문조사, 신체검사와 같이 연구대상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료를 모으는 관찰연구도 IRB 승인을 받아야 한다.
  3. 직접 연구대상자를 접촉하거나 만나지 않더라도 개인 정보를 사용하는 연구는 IRB 승인을 받아야 한다.
  4. '인체유래물 연구'는 IRB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인체유래물이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 세포, 혈액, 체액 등 인체 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부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RNA, 단백질 등을 말하며, 인체 유래물 연구는 인체유래물을 직접 조사 및 분석하는 연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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