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6일 화요일

모바일 시대, 문화 소비의 행태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출퇴근 시간에 가끔 버스를 이용할 때가 있다. 출근은 연구소 공용 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퇴근 코스는 운행하지 않기에 시내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어제 저녁, 게릴라성 비가 내리는 중에 버스에 올랐다. 어림짐작으로 70%는 됨직한 사람들이 전부 스마트폰을 끼고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쉴 새 없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날리거나 아니면 하릴없이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를 위아래로 쓸고 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대중교통에서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 과거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이동 시간 동안 잠깐 눈을 붙이거나 책을 볼 수도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잠시의 여유도 참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디지털 소일거리를 찾아 스마트폰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도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최근에 연락이 닿은 친구(취미가 비슷한 점이 많다)와 잡담을 나누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긴 글을 작성하다 보면 '아니, 음성 전화 한 통화면 서로 다 이해가 될 일을 왜 이렇게 글로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손가락 터치로 모든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대에서는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그 내용이 재미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으면 가차없이 튕겨져 나간다. 온라인 신문 기사나 음악 전부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음원 300만곡 넘쳐나도 스트리밍 상위 10%는 42곡뿐(동아일보)

SNS의 무서운 파급 효과에 감탄할 틈도 없이 이제는 그 진실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기는 스마트(smart)해지지만, 사람들은 dumb해지고 있다. 넘쳐 나는 정보, 그리고 이를 너무나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기들, 오히려 이것들이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더 이상 '정직한' 정보는 없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정보가 횡행하고 있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의 쏠림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

이것을 어쩔 수 없는 사회의 흐름으로 알고 받아들어야 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정보를 통해 세상을 아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하지만, 그러는 과정 중에 내 의견이 묻히고 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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