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PC방, 그 이틀째 경험

어제 오전 PC방에서 5천원을 선불로 지불하고 세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자리는 학생들로 거의 다 들어차게 되었다. 카운터에서 대충 헤아려 보니 PC 설치 대수는 100대 이상으로 꽤 규모가 큰 곳으로 여겨진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나서 나머지 두 시간을 쓰려고 같은 PC방을 찾았는데... 이럴 수가! 남은 자리가 딱 두 개 뿐이다. 겨우 빈 곳을 찾아서 비집고 들어가 앉으니 전후좌우 모두 모여서 게임을 하는 십대 아이들로 부산하다. 오른편에 앉은 남학생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도 내 PC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들어온다. 바로 뒤에 흡연실이 있었다. 옆자리의 이용객은 라면을 먹고 나서 잠시 어디를 다녀오는가 싶더니 아마 담배를 피우고 온 모양이다.


나는 50원 동전을 넣어 작동하던 오락실 세대, 즉 아케이드 게임 세대이다. 간혹 둘이서 서로 겨루는 게임도 있었지만 당시의 게임이란 철저히 개인적인 활동이었다. 나는 교과 과정으로서의 체육이든 컴퓨터와 겨루는 게임이든 누군가와 '싸우는' 활동에는 그야말로 젬병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서로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니, 게임의 방식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였다. 온라인 저편에 나와 맞붙어 싸우는 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한 팀을 이루는 동료들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위키백과에서 오버워치('Overwatch')를 찾아보았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배급하는 다중 사용자 1인칭 슈팅 게임이다.
그러면 스타크래프트('StarCraft')는? 이것은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고 한다. 2000 년대 초반,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서 강 박사와 윤 박사가 각자 헤드폰을 끼고 '스타 한 판'을 했던 것을 보면 둘이서 한 팀을 이루어서 공동의 적과 싸웠던 것 같지는 않다.


90년대 중반이었던가? 키즈(kids, 나무위키, 위키백과)라 불리던 전설적인 BBS(Bulletin Board System)에 접속하면 MUD(multi user dungeon)라는 메뉴가 있었다. 장난스럽게 붙인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순수한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라서 게임이라니? 스무고개 놀이도 아니고?



나는 스무번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동시대의 컴퓨터 게임에는 도저히 친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PC방 사용 시간은 12분 정도가 남았다. 컴퓨터 게임도 익숙해지기 어렵고, PC방 특유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도 역시 그러하다. 웹 서핑이나 하다가 시간이 종료되면 돌아가야 되겠다.


참고: 나는 지금 연차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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