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7일 목요일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블로그 글쓰기를 하는가?


가장 큰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가 궁리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것들,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경험들을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위하여 기록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 일기장에 적으면 될 것이지 왜 굳이 남들도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가? 우선 사진이나 동영상, 녹음, 다른 웹사이트 링크 등 모바일 시대에 개인이 직접 만들었거나 참조할 외부 자료들을 한데 담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 글을 작성해 두면 나중에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가 대단히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지식을 쌓았듯이, 다른 사람도 내가 작성한 글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책임이 따르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텍스트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사진만을 찍어서 공유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작성하는 모든 콘텐츠는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경험했던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다루어서 글을 쓰게 되면 여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약 기자라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고유 임무에 해당하므로 일부러라도 열심히 그런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사소한 경험을 떠올려 보자. 매너 없는 주차, 진상 손님, 나를 언짢게 하는 지인, 직업 의식이 부족한 서비스 업종 종사자 또는 판매원 등. 행여 그들이 나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고 이를 고발하는 것이 시민 정신에 입각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해도 이를 공개된 사이트에 올리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 그 사이트가 개인용 블로그인지 혹은 인터넷 카페와 같은 곳인지에 따라서 약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들이 내가 올린 글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것을 징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소소한 분노에 공감하는 '좋아요' 숫자가 높아질수록 그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을 더욱 크게 뉘우치게 될 것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의 또 다른 동기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함도 분명히 있다. 실제 생활에서 사교성이 높거나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불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작성자의 실명 공개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익명성 뒤에 숨으면 좀 더 대담한 글쓰기도 가능하며, 다르게 말하자면 민감한 문제를 들추는데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들추기'가 항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와 관련한 어떤 모임에 참석을 권유하는 전화였고, 곧 이어서 밴드로 초대장이 날아왔다. 물론 모임에 참석하기를 강하게 권유하지는 않았고, 기회가 된다면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에 사전 탐색 비슷한 것을 해 볼 것을 권하였다. 30년이 넘게 단절되어 있던 인연을 이어줄 수 있으려면 같은 시기를 공유한 동기 사이의 유대감 정도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 고향을 떠나면서 출신교와 관련한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끊어졌고, 나는 이를 다시 이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간혹 필요에 의해서 - 사업이나 자녀 결혼 등에 따르는 상조 등의 매우 현실적인 - 이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이 관계를 회복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그 모임이 두 달에 한 번씩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매우 놀랐다. 아주 친한 동기간의 모임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동호회도 아닌 선후배 혼합 모임이 무려 두 달에 한 번?


이것을 블로그에 쓸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하였다. 혹시 나에게 전화를 했던 그 선배가 이 글을 보고 불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이 모임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어느 모임이든 '신입'은 큰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 새로운 사상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며, 그 모임은 생명력을 갖고 더 오래 지속된다. 그런데 그 모임이 기수 등에 의해 위계가 잡혀진 것이라면? 신입이 오랫동안 유입되지 않아서 모임의 유지를 위해 애쓰는 사람(대개는 그 모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수 년째 고정되어 있고 그에 따르는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면? 몇 가지 모임에서 총무 역할을 하는 친구 하나는 자기 아래로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총무 노릇을 하느라 힘이 든다고 하였다. 선배들 스케쥴 맞추어 모임 장소와 일시를 잡고, 연락을 하고, 회비 관리를 하고... 그 어려움이 쉽게 상상이 간다.
꽤 오래전 이야기를 상기해 보자. 어떤 모임에서 선배 한 분이 나에게 총무 역할을 넘기면서 '내가 이 일을 10년 넘게(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해 왔다'고 하였다. 내가 받은 느낌은 약간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참 지겨웠었다' 라고 고백하는 것 같았다. 시건방진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올바른 전임자의 자세가 아니다. 힘은 좀 들지만 보람이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야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지금 입회를 권유받는 모임에 대하여 아주 이기적인 입장에서 저울질을 해 보자. 어느덧 우리 모두가 세뇌된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투입 대비 효용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모임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갔을 때 막내가 될 것이 자명한데 까마득한 선배들을 모시고 새로운 후배 회원들을 수소문하는 수고를 들이면서 이 모임에서 내가 얻을 편익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결론은 비교적 명확하다. 아니면 좀 더 간단하게 고백해 보자.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 스트레스를 별로 겪고 싶지가 않다. 10년쯤 전에 연락을 받았더라면 기꺼이 참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네트워킹, 현재 뿌리박고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교류, 나이를 묻지 않는 모임.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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