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6일 화요일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보냈던 약 1년 6개월 간의 파견 근무를 마치고 다시 대전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원래 올해 7월 31일까지 총 2년 동안 근무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원 소속기관에서 급하게 인사발령을 내는 바람에 파견 기간을 단축하게 되었다. 임차했던 오피스텔은 다시 중개업소에 내 놓고, 주말을 기해서 일부 이삿짐을 대전으로 옮겼으며, 후임자에게 넘길 자료 마무리를 하느라 부산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작년 말부터 이 블로그에는 음악 및 악기에 관련한 글만 쓰고 있다. 새로 맡게 될 일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기 위해 일부러 취미와 관련한 일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가는 중이라고 변명을 해 본다. 대전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나라도 더 '미친 짓'을 완수해 놓고 싶어서 악기도 여러 대 사고, 자작곡 녹음도 해 보고, 가이드 보컬을 구해서 사전 녹음한 음원에 입혀도 보고, 마지막으로 가상악기를 이용한 드럼 프로그래밍 준비도 해 놓고...

인사발령과 관련한 면접 자리(개방형 공모직이라 내부 조직이지만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야 했다)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다. 그 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과거 리더십 경험을 근거로 말해 보라는. 나는 지금까지 크든 작든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해 본 일이 없으므로 경험에 근거하여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하였다. 한정적인 과거 경험을 담고 있는 '재고 창고'만 뒤져서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 어차피 인생 모든 것은 일종의 실험이다. 재고 목록을 뒤지느라 창의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실험을 해 보고 싶다. 

광화문 인근에 살면서 돈을 들이지 않고 풍족하게 누렸던 문화적 혜택을 앞으로는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쉽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돈이 덜 든 것은 아니었다. 길거리·무료 공연은 풍성하였으나 이 지역의 음식값은 사악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구본창의 항해> 전시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항해(航海·voyage)'란 지금의 내 상황에 정말 잘 어울리는 낱말이다. 해상도 낮은 해도와 나침반을 갖고서 선원들을 독려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항해의 과정은 곧 성장의 과정이며, 예기치 못한 시련은 조직원을 단련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실무자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다는 이유로 '마이크로매니저'가 되지 않도록 하자. 그건 미덕이 아니다.

혹시 내가 '마이크로매니저'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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