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6LQ8 Push-Pull amplifier의 잡음 없애기 성공 - NFB 저항이 까맣게 탄 사연

2020년의 마지막 오디오 DIY 프로젝트에 도전하였다. 잡음이 너무 심하여 앞으로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취미를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용기를 잃게 했던 바로 그 앰프이다. 작년에 처음 플라스틱 수납함에 대충 만들었을 때에는 음질이 대충 마음에 든다 생각했었지만, 금속 섀시로 옮긴 뒤 주변 소음이 적은 대전 집으로 가지고 왔더니 도저히 들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10개의 6LQ8 진공관을 무슨 면목으로 바라볼 것인가? 최근 히터 전원선 접지를 통해 43 싱글 앰프의 험을 개선하면서(링크) 6LQ8 PP 앰프의 잡음 제거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개조 사항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NFB(negative feedback, 부귀환) 신호를 보내는 선은 실드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미 PCB에 선을 납땜한 상태라서 실드선으로 교체하는 것은 귀찮으니, 에나멜선을 용수철처럼 말아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결론만 놓고 말하지면 에나멜선을 꼬는 일이 더 번거로왔다. 어묵 꼬치 막대가 권선용 속심 역할을 하였다.


납을 녹여 지지면 에나멜 피복이 타서 벗겨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해 보아도 납이 붙지를 않았다. 열에 강한 도료가 입혀진 것인지? 출력 트랜스포머를 손으로 감았을 때 썼던 에나멜선은 인두질로 충분히 피복(피막 도료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할 것임)을 녹일 수 있었다. 칼로 껍질을 긁어서 벗겨낸 다음 전선을 납땜하여 그라운드에 연결하였다. 두 번째로는 음량 조절용 포텐셔미터(흔히 볼륨이라 부르는 것)의 금속 본체를 접지에 연결하였다. 이것만으로는 잡음이 완전히 줄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앰프 섀시를 접지에 연결하였다. 그랬더니 비로소 거의 완벽한 정적 수준으로 잡음이 사라졌다!
이 앰프는 본체에 전원부를 갖고 있지 않다. 트랜스포머를 포함한 전원부는 별도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 있고, 4핀 원형 커넥터가 부착된 케이블을 통해 B전원과 히터 공급 전원(12V 직류 어댑터)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교류 220V의 접지에는 일절 연결되지 않았다.

목적한 바는 달성하였으나 예기치 않게 약간의 사고를 치기도 하였다. 전원을 연결한 상태로 PCB의 커넥터를 잡아 뺀 것이 화근이었다. 소리가 작아지면서 약간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다. 이 상태로 음악을 좀 듣다가 원래 상태로 복구를 하였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NFB용 저항이 까맣게 탄 것이 아닌가? 다행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비로소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잠시 동안 뽑았던 커넥터는 전원 그라운드에 해당한다. 상식적으로 전원의 한 쪽을 떼어버렸으니 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상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라운드 역할을 한 선이 도대체 무엇인가? 바로 NFB 저항이다. 아래 회로도에서 주황색으로 덧칠한 경로가 그라운드 역할을 한 것이다. 출력 트랜스포머 2차로 들어간 전류는 일부 스피커로도 흘렀겠지만 실제로 큰 소리가 나거나 하지 않았으므로 보이스 코일이 상한 것 같지는 않다. 2차 권선은 두꺼운 선으로 적은 회수가 감긴 상태이니 저항이 매우 작고, 따라서 대부분의 전류는 보이스 코일이 아니라 출력 트랜스포머를 통해 그라운드로 치달았을 것이다.
회로 출처: 제이앨범(http://jalbum.com/board_oBkd16/4523)
그라운드로 흘러갈 전류를 전부 수용한 R10도 혹시 손상을 입었을지 모른다. 소리는 잘 나고 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뚜껑을 열고 확인을 해 보면 된다.

전원을 넣어 작동하는 중에 함부로 커넥터를 뽑거나 꽂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작은 사고를 통해서 이론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산 지식을 얻었으니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히터 공급선을 전원의 그라운드에 연결하는 것도 험 제거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6LQ8 PP 앰프에서는 PCB내에서 패턴의 일부를 공유한다. 다음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그린 것이다. 검정색 두꺼운 사각형은 PCB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그라운드 패턴이다. 왼쪽 진공관의 히터 단자 중 하나를 (-)에 연결하는 방법은 점선과 같이 점퍼선을 연결하거나, 또는 타원으로 표시한 곳을 납으로 이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였다. 만약 PCB 바깥에서 히터 공급선의 (-)와 B전압 (-)를 연결했다면(회색 선),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그라운드 루프를 형성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연결은 하지 않았다.
히터는 직렬로 연결하여 점화한다. 12.6V를 공급하는 것으로 표시하였지만, 실제로는 직류 12V SMPS 어댑터를 사용하였다.
용기를 잃지 말고 앞으로도 진공관 앰프를 만들고 수정해 나가는 취미를 계속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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