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4일 수요일

영화, 소셜 미디어, 그리고 성급하지 않은 관계 맺기

요즘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드라마의 시즌 1을 매우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나타냄은 물론 마케팅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시때때로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서 간단한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파리 시내에서 친구와 함께 노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숨을 쉬고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본능적이고도 즉각적인 행동이다. 10회까지를 다 본 뒤에 느낀 것은 젊은 남녀가 만나자마자 쉽게 사랑에 빠지는 일이 프랑스에서는 어쩌면 이렇게 흔한지 상당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을 섞는 일이다!과연 저렇게까지 자신을 온라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까?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연출되고 만들어진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일상 생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어제 본 영화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번역된 제목은 원제와 너무나 다르다 - 넷플릭스 링크)에서 풍겨지는 2차대전 직후의 미국-영국 사회 모습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의 가난한 작가 헬레인 헨프(안 반크로프트)와 영국의 고서적 전문점 매니저 프랭크 도엘(안소니 홉킨스)은 대서양을 오가는 편지를 통해 우정을 쌓는다.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영문학 책을 주문하기 위해 잡지 광고를 보고 런던의 고서점 Marks & Co에 편지를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84 Charing Cross Road은 이 서점이 위치한 주소다. 그들은 살아 생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작가는 런던을 가고 싶어 했으나 생활에 치여서 번번이 미루어진다),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 전후 영국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알고 작가는 식료품을 사서 보내주고, 서점 직원들은 그것에 감동하여 서로 개인적인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간다. 작가가 런던을 비로소 방문한 것은 프랭크가 급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서점도 문을 닫은 다음이었다. 프랭크의 아내 노라(주디 덴치 - 007 시리즈에서 오랫동안 M을 연기한)는 프랭크 사후 헬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편지를 너무나 즐거이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서 질투를 느꼈었다고 실토하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실제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헬레인 헨프가 프랭크의 유족에게 양해를 얻어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서 책으로 먼저 출판하였고, 1987년에 영화로 개봉되었다.

전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편지를 주고 받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조금 전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왜 '+1'이 없어지지를 않는지, 혹시 '읽씹'을 한 것이 아닌지, '좋아요' 반응이 왜 빨리 뜨지 않는지에 대해 우리는 너무 안달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너무나 중요하고, 그것이 경제적 이득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맺는 요즘 사회에서 이러한 세태를 뭐라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나도 구글+ 서비스가 종료된 것을 대단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과 함께 짧은 생각을 올릴 수 있는 소셜 미디어로서 누가 좋아요를 몇번 클릭했는지, 또는 누가 팔로우를 했는지 등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나타내고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도구로서 유튜브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그만인데, 결국 종착점은 수익 창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업무와 관련된 동영상을 찾아 보다가 투명한 판을 사이에 두고 판서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강의자와 카메라 사이에 아마도 아크릴판을 놓은 것 같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히는 영상에는 글씨가 좌우 뒤집힌 상태가 아니라 바른 모습으로 보인다. '어이쿠, 저 강의자가 글씨를 좌우로 뒤집어 쓰는 연습까지 했나?'라고 생각했다가, 판서는 정상적으로 하되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영상의 좌우를 뒤집는 처리를 했을 것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대단히 현명하다.

CheckM for Genome Consistency(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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