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알아볼 수 없게 변한 TDS 210 오실로스코프의 화면

마지막으로 오실로스코프를 켠 것이 언제였더라? 아마 작년 여름 사무실이었을 것이다. 화면 중앙 부분이 넓게 멍이 든 것처럼 어두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추석 연휴에 사무실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텍트로닉스 오실로스코프 TDS 210을 가지고 와서 전원을 넣어 보았다. 오, 이런! 화면을 알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아래에서 보인 사진은 전면부를 분해하느라 놉을 전부 제거한 상태이다. 작은 놉 몇 개는 여러 해를 거쳐 갖고 다니면서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



완전히 판독 불능의 상태는 아니지만 이래서야 어디 쓰겠는가? 수리를 할까? eBay에서는 교체용 LCD 스크린을 팔기는 하지만 50달러 가까운 돈을 주어야 한다. 내 수준의 전자 공작 취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장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대로 포기하자니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이런 열악한 상태의 오실로스코프를 가지고 어렵사리 측정을 하여 미디라이프 ML-20의 미디 입력 단자에 바로 연결된 옵토커플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확인하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교체용 LCD 화면을 살 돈이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휴대용 오실로스코프를 살 수 있다. 정말 고민스럽다.

진공관 오디오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

추석 연휴 기간에 집에서 머무는 동안 오랜만에 PCL86 초삼결 앰프로 음악을 들어 보았다. CD를 두 장째 듣고 있노라니 오른쪽 채널에서 지글거리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초단(12DT8)과 출력관의 좌우를 바꾸어 끼워 보았으나 잡음은 여전히 오른쪽 채널에서 들렸다. 초단을 6N2P로 전부 바꾸어 버리니 잡음이 없어졌다. 12DT8과 6N2P는 특성도 약간 다르고 히터 배선법도 달라서 그대로 바꾸어 끼워서 쓰지는 못한다. 그래서 2015년도에 히터 전압만 대충 6N2P에 맞게 공급하도록 만든 어댑터를 끼워서 작동을 시킨 것이다.



2014년도에 진공관 앰프에 입문하면서 지금까지 항상 부족하게 느낀 것은 바로 앰프의 출력이었다.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출력이 높지 않은 싱글 엔드 앰프에만 집착을 하게 되고, 스피커는 여전히 반도체 앰프에 맞는 저능률 시스템을 쓰다보니 늘 빈약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89 dB라면 그렇게 낮은 수준도 아닌데 말이다. PCL86 초삼결 앰프에 말썽을 부리는 것에 약간의 짜증을 느끼면서 바로 곁에 있는 TDA7265 앰프에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였다.

풍성하고 힘이 있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무엇하러 진공관 앰프를 만들고 여기에 궁합이 맞지 않는 스피커를 탓하느라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을까? 출력이 높지 않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작년에 6LQ8 푸시풀 앰프를 만들면서 싱글 앰프를 만드는 일은 그만 두어야하지 않을까하는 - 싱글 앰프에 맞는 스피커를 일부러 장만하는 일을 앞으로 하지 않는다면 - 생각이 조금씩 들기는 했었다. 어쩌면 이 판단이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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