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6일 월요일

독서 기록 - 의자의 배신(원제: Primate challenge)

바이바 크레건리드(Vybarr Cregan-Reid)가 짓고 고석현이 옮긴 신간 서적 '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부제는 '편리함은 어떻게 인류를 망가뜨리는가(How the world we made is remaking us)'이다.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대사율이 낮아지면서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말 그대로 편하자고 앉는 의자가 배신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의자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을 한 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따지자면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진화의학 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번역서를 내는 출판사에서는 원저를 국내에 소개할 때 국내의 정서에 맞게 적절한 제목을 결정하기 위해 무척 고심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뜻이 훼손되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길로 잘못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번역서의 제목은 아주 잘 지어졌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인 견해이고, 어쩌면 나도 이 제목에 끌려서 책을 즉시 구입하게 되었으니 출판사의 의도는 성공을 한 셈이다!

인류의 역사를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업무 시간으로 줄인다면 농업혁명은 퇴근 2분 전, 즉 오후 4시 48분에 일어난다(26쪽). 인류의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진화의 역사는 맨발로 하루에 길게는 수십 킬로미터를 뛰거나 걷고 의자라고는 몰랐던 수렵 채집 시대의 상태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도구와 생활 방식, 더 크게는 문명과 문화라는 것에 우리의 몸은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질환이 얼마나 많은가? 충치, 당뇨병, 근시, 요통, 아토피...

의자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한다. 과거에는 왕과 같이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만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앉은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면서 더불어 요통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서 있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것이 허리에는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서서 일을 할 수 있는 책상이 보급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무릎 아래쪽으로 불편함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책상에 오래 않아서 일을 하는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인데, 현대 문명과 결별을 고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서서 오래 있기 힘들다면 차라리 쪼그려 앉으라고 한다. 이것은 다소 의외였다. 왜냐하면 양반 다리를 하거나 쪼그리고 앉는 한국 특유의 관습이 무릎 관절에 대단히 좋지 않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지 않았던가? 이와 관련한 재미난 최근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쪼그려 앉기... 은근히 '운동' 되네

우리의 발은 신발 안에 갖히면서 많은 감각을 잃어야 했다. 이것 역시 어찌보면 불행한 일이며, 저자도 이에 대하여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인류가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인류가 만든 환경(자원고갈이나 공해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우리가 적응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도 지나친 밀집 생활, 과도한 이동 등 인류의 생활 방식이 그 전파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말로 이 단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논의하고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파국과 다름 없는 결말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 2개:

췌영 :

안녕하세요. minION 구입을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다 흘러들어왔습니다.
하시는 것 들을 보니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자의 배신도 읽어봐야겠구요.ㅎㅎ

jeong0449 :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은 유치한 수준입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https://hifimuse.tistory.com/ 이런 곳 가 보시면 저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