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6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 전원부 설계

올 봄에 탁상용 6J6 푸시풀 앰프를 구입한 것도 나에게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집과 사무실에서 각각 사용할 앰프를 충분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호기심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어서 6J1+6P1 싱글 앰프, R-core 출력 트랜스, SMPS 자작에 이어서 '고전관(vintage tubes)'에 속하는 43 5극관을 이용한 앰프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43번 진공관은 1930~50년대 라디오의 음성 출력관으로 널리 쓰이던 것이다. 히터용 트랜스를 별도로 쓰지 않고 여러 진공관의 히터를 직렬로 연결하여 가정용 전원에 그대로 꽂도록 만든 것이라서 표준적인 6.3 볼트가 아니라 25볼트가 필요하다. 캐소드-애노드 사이에 걸 수 있는 최대 전압은 160 볼트이고 최대 스크린 그리드 전압은 135 볼트이다.

요즘 기준으로서는 전원부 설계가 매우 귀찮은 진공관이다. 히터 전압은 높고, B 전원은 낮고... 그런데 왜 이런 '구닥다리' 43번 관을 다음번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는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좌부터 MT관 (12AU7),GT관 (5AR4),ST관 (2A3)
[출처] 2 진공관의 형태|작성자 phil7724
  • ST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 중에서 43번 오극관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였다.
  • 이미 만들어 놓은 5K:8 출력 트랜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제작에 참고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출처: Radiomuseum
캐소드 캐패시터의 용량을 계산하는 식이 너무 복잡해서 대충 100 uF/50 V를 달아 본 다음에 튜닝을 하면 될 것이다. 캐소드 저항도 360R이나 390R에서 적당히 고르면 될 것이다. 초단/드라이브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손을 줄이기 위하여 별도로 갖고 있는 12AU7 headphone amplifier/preamplifier를 사용할 것이다. 이는 자체 전원 어댑터를 갖고 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긴다면 DC 12 V로 작동하는 프리앰프 제작을 시도해 보고 싶다. 참조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만약 애노드 전압 160 볼트(바이어스 전압 18 볼트를 더하면 178 볼트의 B 전원이 필요)를 43번 진공관의 작동 조건으로 한다면 전원 회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1. SMPS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IR2153과 MOSFET을 사용하여 원하는 DC 전압을 얻는 장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단, 회로를 꾸미는데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 불편한 점이다. "진공관 앰프에 노이즈가 지글거리는 SMPS라니 말도 안된다!"라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지난 여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음악 감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SMPS 실험 끝내기).

2. PC용 파워 서플라이 + DC-DC boost converter

PC용 파워 서플라이는 매우 높은 용량의 직류 전압(5 V 및 12 V)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DC-DC 고전압 부스터를 이용하면 B 전원을 공급하는데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음의 물건을 구입하여 배달을 기다리는 중이다(단가는 5.52 달러). 최대 출력 전류는 0.2 A인데 입력 전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러면 히터용 DC 25 V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컨버터는 고전압 출력이 가능한 대신 전류 용량이 매우 낮다. 43번 관의 히터에는 0.3 A가 필요하므로, 히터를 병렬로 연결하면 총 0.6 A는 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요즘 매우 흔한 DC-DC step up converter를 사용하면 어떨까? 파워 서플라이에서 나오는 12 V를 입력하면 될 것이다.

3. 고전적인 방법 - 트랜스포머 사용하기

43번 오극관을 사용한 라디오 수신기는 가정용 전원(110 V 교류 혹은 직류 - 당시 미국에서는 직류 전기도 공급이 되었던 모양이다)을 그대로 정류해서 쓰도록 만들어 졌었다. 따라서 110~120 V가 2차에 출력되는 전원 트랜스(25 V도 포함하여)를 주문 제작하면 가장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 그런데 돈을 추가로 들이기가 싫다. 갖고 있는 트랜스를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작고 가벼운 앰프를 만드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위 사진을 보자. 모두 220 V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원 트랜스이다. 2차 전압은 왼쪽 것이 13 V x 2(2.3 A), 오른쪽 것은 0-9-12-15-18 V(1.2 A)이다. 두 트랜스를 2차끼리 연결하면 절연된 ~110V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는 제이앨범에서 얻은 적이 있다. 단, 220 V에 연결되는 첫번째 트랜스의 용량이 충분히 커야 한다.

왼쪽 트랜스의 2차 중 하나(13 V)를 오른쪽 트랜스의 2차에 연결해 보았다. 여기에는 13 V 탭은 없으므로 12 V 혹은 15 V에 연결해야 한다. 마침 PC용 파워 서플라이 기판에서 도려낸 정류부(EMI noise filter 포함)가 있어서 최종적으로 얼마의 직류 전압이 나오는지를 측정해 보았다. 모두 부하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이다.
  • 12 V 탭에 연결할 경우: 126 V, 정류 후 171 V
  • 15 V 탭에 연결할 경우: 101 V, 정류 후 137 V
두번째의 트랜스포머에서 전류를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첫번째 조건이 괜찮아 보인다.

그러면 히터용 전원(25 V)을 공급하는 문제가 남았다. 첫번째 트랜스포머 2차의 나머지 13 V를 활용해 보자. 배전압 정류를 하면 충분히 높은 전압이 나오지 않겠는가?

곁에 놓인 것은 하드와이어링으로 꾸민 배전압 정류회로.
다음과 같은 회로를 꾸며서 측정을 해 보았다. 정류 다이오드 직전의 8R2 저항은 돌입전류를 제한하여 다이오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부하 저항을 전혀 걸지 않으면 무려 38 V의 직류가 나온다. 여기에 220R 저항을 연결하니 26.5 V 수준으로 떨어졌다. 43번 진공관 두 개의 히터를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압이 너무 낮아지지는 않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2차에서 2.3 A를 뽑을 수 있는 트랜스포머이므로 너무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검정 삼각형은 B-전원을 생성할 두번째 트랜스포머의 연결 포인트이다.
컴퓨터로 회로도를 그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CircuitLab에 잠시 감동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시간 제한이 있는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파워포인트로 일일이 부품 심벌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시 조사를 해 보았다. Edraw Max라는 것도 꽤 괜찮은데 기능 제한이 없는 30일 free trial 기간이 지난 후에는 구입을 해야 한다. 

Edraw Max 맛보기.

완전히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검색을 해 보니 Fritz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감을 잡고 싶다면 다음 글을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것으로 오디오 앰프의 회로를 그릴 수 있을까? 설치를 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다가 다시 웹 검색을 해 보았다.


여기에서 제시한 소프트웨어들을 검토한 뒤에 결정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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