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5일 일요일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스피커 지연회로

인켈에서 제조한 P878이라는 미니 컴포넌트 시스템의 리시버 앰프부(RX878)를 3년 전에 중고로 구입했다가 즉시 반품한 일이 있다(당시 올린 글). 출력과 스피커 사이를 연결하는 릴레이가 노후하여 접촉 불량이 있어났던 것이다. 이는 오래된 앰프 기기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 릴레이가 음질을 열화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스피커를 연결하는 선재가 음질을 좌우한다는 진지한 논의는 정말 그 기원이 오래되었고, 심지어 전원부의 퓨즈도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스피커 보호회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증폭 소자가 망가져서 단락이 일어나면 출력쪽에 갑자기 DC 대전류가 흘러서 스피커의 보이스코일이 파손되므로 이를 감지하며 짧은 시간 안에 스피커쪽으로 가는 연결을 끊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원이 들어온 뒤 몇 초가 지난 뒤에 스피커가 연결되게 하는 단순한 지연 회로이다. 앰프에 따라서는 전원을 켜거나 끈 직후 스피커에서 '퍽'하는 popping noise를 발생하는 것이 있다. PC용 증폭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주 흔하게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 잡음이 실제로 스피커를 망가뜨리게 되는 일은 없지만,  분명히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다. 발생 원인이 의외로 매우 다양하여 이를 근본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 대신 스피커측 연결을 단순히 지연시키는 회로를 추가하여 해결할 수 있다.

출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앰프에서는 증폭부에서 심각한 고장이 발생해도 스피커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칩앰프의 증폭 소자는 다양한 오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체 보호회로를 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팝 노이즈까지 항상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자작 앰프(산켄 SI-1525HD 칩 사용)는 팝 노이즈가 꽤 크다.  책상위에서 쓰는 소출력 스피커에서는 참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대출력 스피커를 연결하여 전원을 넣으면 상당한 타격감의 큰 소리가 우퍼에서 발생한다. 시판되는 스피커 보호회로 또는 지연회로 보드(예: FK650; 알리엑스프레스에는 훨씬 다양한 제품이 있음)를 구입하여 사용할 것을 여러번 고민해 보았으나 전원을 인가할 적당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피커 보호회로 보드는 보통 정류회로를 내장하고 있어서 12~16 V 정도의 교류 전압을 연결하면 된다. 그러나 내 앰프에 들어있는 파워 트랜스포머는 두 조의 0-18 V 출력 단자만 제공하기에  스피커 보호회로를 구동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앰프보드에서는 양전원이 필요하므로 파워트랜스포머의 출력을 직렬로 연결하여 +18 V 0 V -18 V를 만들었으니 이중에서 한쪽 절반만에서 선을 뽑아서 18 V를 만들면 양전원의 균형이 깨질 것이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18 V를 스피커 보호회로 구동에 맞게 강하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스피커 보호회로를 위한 파워 트랜스포머를 하나 더 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한 방법을 택하였다. 스피커로 가는 출력선측에 4P 스위치를 달아버리는 것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였듯이 볼륨 조절 놉 바로 왼쪽에 보이는 검정색 로커 스위치가 바로 그것이다. 망가진 외장 HDD의 전원부에서 적출한 파워 스위치를 재활용하였다.


이보다 더 간단한 - 그러나 성가신 - 스피커 지연회로는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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