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1일 목요일

건반을 고쳐보자(4) - 전도성 잉크 만들기

Korg X2의 어두워진 LCD를 비출 EL 백라이트, 그리고 Fatar SL-990 건반의 접촉 문제를 해결할 rubber key contact는 오늘까지 전부 선적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주쯤 배송이 완료되면 교체작업에 착수하여 작동이 잘 되는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건반의 key contact를 보수할 전도성 잉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외국에서 conductive ink  또는 wire glue라는 이름의 물건을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할 터이나, 인터넷에 널린 정보를 이용하여 흑연 가루와 물감을 섞어서 자가 제조를 시도한 것이다.

어제 퇴근길에 미술 재료를 파는 큰 문구점에 들러서 6B 흑연 연필(전체가 연필심), 용기,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구입하였다. ebay에서 소용량으로 담긴 카본 베이스 wire glue를 겨우 6-8 달러 수준에 배송료를 포함해서 살 수 있는데 내가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완제품 wire glue보다는 조금 더 싸게 먹힐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사포로 연필(심)을 갈아서 통에 담았다. 320방 사포를 사용하였는데, 조금만 갈아내면 사포에 고운 가루가 잔뜩 들러붙어서 생각만큼 가루가 많이 생기지를 않는다. 막자사발로 갈면 좋을텐데 이미 7천원을 넘게 썼으니 더 이상 지출을 하기가 싫다. 주변에 있는 것들만을 이용하여 좀 더 쉽게 고운 흑연 가루를 만들 방법을 생각해 봐야 되겠다.



흑연 가루와 아크릴 물감(혹은 폴리비닐 아세테이트 성분의 목공용 접착제도 됨)을 인터넷에서 권장한대로 부피 비율로 1:1이 되게 섞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뻑뻑하게 뭉쳐서 혼합이 잘 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얇게 펴 바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를 좀 묽게 만들기 위해 물을 과도하게 섞은 것이 화근이었다. 시험삼아 몇 군데 표면에 발라서 말린 뒤 멀티 테스터로 저항을 측정하니 무한대가 나온다. 흑연 가루의 비율이 너무 낮았던 것 같다.

혹시 내가 구입한 통심 흑연 연필의 전도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연필에 멀티 테스터를 대 보았다. 3-4 cm 간격으로 프로브를 찍었는데 수 옴에 지나지 않는 매우 낮은 저항이 나왔다. 전도성 잉크를 제조하여 쓰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전도성 잉크는 분명 쓰임새가 많은 물건이지만, 지속적으로 기계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부분의 접점 용도로도 적당한 물건인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금속 분말을 에폭시 수지에 혼합한 전도성 잉크(금이나 은가루가 포함된 것은 상당히 비싸다)를 발라둔다면 기계적 강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접점을 형성한 재료는 무엇일까? 분명히 탄소 가루를 적당한 바인더에 혼합해서 스크린 인쇄로 찍어서 굳힌 것임에 틀림없다. 건반에 사용하는 것이니 분명히 충분한 기계적 강도를 보장할 것이다.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실리콘 러버쪽이 아니라 만약 기판쪽의 접점이 손상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보수를 해야 한다. 내가 집에서 제조하는 카본 베이스의 전도성 잉크를 저 기판 위에 발라도 제 역할을 할까?


흑연 가루와 아크릴 물감의 최적 혼합 비율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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