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공분야와 가까운 글을 써 보겠다. 오늘 KOBIC에서 열렸던 외부연사 초청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정보이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혹은 수산기업?)인 AquaBounty에서는 AquAdvantage(R)라는 "지속가능한 연어(sustainable salmon)을 개발하여 2015년에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아직 표지를 붙이는 문제로 인하여 시판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바로 위쪽의 캐나다에서는 규제가 달라서 식용으로 팔리는 모양이다.
나는 유전자 조작 생물 - '식품'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피부에 와 닿겠지만, 그렇게 부르면 인류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너무 착취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생물'이라고 부르겠다 - 에 대해서 비교적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위해성을 아직은 잘 모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보다 더 판별하기 어려운 문제는 유전자 조작 생물이 가져올 바로 사회-경제적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관상용 식물을 유전자 조작법으로 개량하여 정말 희귀한 품종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런 것은 기존 식물보다 값이 수십배가 비싸도 아마 사람들은 구입할 의향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식량으로 쓰일 생명체는 어떠한가? 만약 기존의 연어보다 5배쯤 큰 연어를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하자. 가격을 도대체 얼마로 결정해야 될까? 만약 기존 것보다 스무배쯤 비싸게 판다고 하면, 일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를 사다 먹지 않을 것이다. 개발비가 들어갔으니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 기존의 것보다는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인데, 소비자가 높은 가격으로도 만족할만한 뚜렷한 효용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것보다 5배 큰 생선을 스무배 가격을 주고 사서 먹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시장만 가면 알 수 있듯이 명절 때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일이나 생선은 조금만 크기가 크면 값이 상품 취급이 되어 매우 비싸게 팔린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낮은 과일이나 생선을 시장에서 도태시키지는 않는다. 비싼 것은 비싼대로(요즘 말로 '가성비'는 낮지만), 싼 것은 싼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미나 연사는 나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이런 의견을 피력하였다. 성장속도가 빠른 물고기는 투입되는 사료와 양식 시간이 짧아서 오히려 싼 가격에 GMO 생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전반적인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와서 소비자에게 이득을 준다고 보았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없는 일반 어업인들이 생선을 팔아서 폭리를 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유전자 조작 생선이 싼 값에 팔리기 시작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은 이득이 되겠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산업을 하던 업자들은 도태될 수 있다. 그러면 자본과 기술, 규모를 가진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기술혁신을 해서(아니면 유통구조를 개선하거나 최악의 경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맞출 수 있겠지만, 농업이나 수산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나는 경제와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깊이 알지 못하는 골수 이공계 출신이라, 더욱 깊은 수준의 분석을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등의 몇가지 책을 읽은 얄팍한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기술이 인류 전반을 이롭게는 하겠지만 그것이 자본을 위해 일할 때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롭다고 해서 모든 소규모 영농을 결국 다 도태되어야만 하는가? 분명 그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 들은 이야기는 생명공학 기술의 측면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지만, 어찌보면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요인인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배려, 분배, 정의... 이러한 것이 더 큰 가치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자체는 아니지만 나는 오늘도 음악을 듣기 위해 앰프를 만든다 :)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함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그저 호기심과 만드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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