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6일 일요일

NE5532를 이용한 프리앰프 보드

최근 네이버의 오디오·스피커 DIY  관련 카페의 중고품 판매 게시판에서 고급 납땜인두를 판매하는 글을 보았다. 여기에는 '재능 없는 일은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서' 인두를 처분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도 빨리 이러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그 때가 오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러한 함정(간혹 이를 '개미지옥'으로 비유하기도 한다)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프리앰프보드에 관한 관심이 나를 이 지옥으로 이끌었다.


LP player를 소스로 쓰지 않는 이상 파워앰프로 입력되는 신호를 미리 증폭할 필요는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워앰프 보드의 전단에 간단히 볼륨 폿을 달아서 쓰면 그만이다. 혹은 볼륨 폿이 아예 달려서 나오는 보드도 많다. 여기에는 물론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서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볼륨 놉을 중간쯤(12시 방향)으로 올리면 잡음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임피던스가 가장 낮아서(높은 것이었던가?) 그렇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수식을 동반한 명쾌한 설명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 왜 나는 이 프리앰프 보드를 구입하였나? 호기심 + 볼륨 조절을 좀 더 편하게 해 보자는 의도였다.

판매자의 글에 의하면 첫번째  op amp는 버퍼 역할을, 두번째 op amp는 피드백에 의한 레벨 조절을 위함이다. 만약 볼륨 폿 하나만 덜렁 존재한다면 놉의 위치에 따라서 임피던스가 달라지지만, 이러한 프리앰프를 사용하면 항상 버퍼가 전단에 존재하므로 소스기기 입장에서 바라보는 임피던스는 변하지 않는다.

이 보드는 dual AC를 전원으로 요구한다. 파워앰프에 사용되는 전원트랜스를 같이 연결하니 잡음이 심하게 느껴져서 프린터의 전원으로 쓰이는 어댑터(DC 30V)에 저항과 캐패시터로 구성된 voltage divider를 만들어서 연결하였다. 몇 가지 앰프 보드의 조합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결론으로는 앰프쪽의 볼륨 폿을 완전히 제거하고 프리앰프 보드를 연결하여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다. 신호선 배선과 그라운드 처리 등 잡음 대책을 완벽히 세우지 않고서는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존의 앰프 케이스에 완전히 넣어버리자는 당초의 계획과 달리 독립된 장치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앰프에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테스트를 하다가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소스-프리앰프-파워앰프가 연결된 상태에서 프리앰프의 전원을 차단하면 소스-파워앰프가 직결된 것처럼 소리가 난다. 난 당연히 중간에서 신호가 완전히 끊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전원이 끊기면 입력을 출력으로 그냥 내보낸다'라는 것이 설계 개념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이는 의외로 매우 편리한 특성이다. 여러 통로를 거치게 되니 이 상태에서는 음질이 약간은 열화될지도 모른다. 나의 귀로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케이스에 구멍을 뚫고 커넥터에 납땜을 하는 정도의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오늘의 포스팅 도입 부분에 소개했듯이 이러한 일에 재능과 소질 없음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프리앰프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은가? 호기심 충족은 충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공관을 사용한 버퍼 프리앰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매우 충분한 효과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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