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5일부터 공공기관 내 전산망에서 G메일, 다음, 네이버 등의 상용 이메일 사용이 차단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연구소 내부 전산망에 연결된 PC에서 이제는 크롬 웹브라우저를 열고 G메일을 창을 여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뜻이다. 그 부작용인지 이제는 구글 블로그도 작성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구글 블로그에 글을 쓰려면 퇴근 후 집에서만 접속하거나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
이유는 상용메일을 통한 해킹 시도가 빈번하여 이로부터 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 한다. 지금은 집에서 이 글을 작성하느라 공식적으로 전달된 안내문 내용이 상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미래창조과학부(국정원이었나?)의 지침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기업이거나 공무원 조직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생활에 익숙해왔기에 별 불편함이 없었겠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출연연구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유도를 누리다가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점점 손발이 묶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동안 구글 블로그를 통해 꽤 많은 정보를 '공유'해 왔다. 음악과 오디오, 취미 수준의 납땜질뿐만 아니라 리눅스 활용과 생명정보 분석에 대한 업무적인 내용도 꽤 기록을 해 왔다. 어디까지가 '유출'이고 어디까지가 '공유'인가?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정부 연구비로 진행 중인 일을 비밀리에 꽁꽁 숨기는 것이 옳은가, 혹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 널리 알려 도움이 될만한 기술(사실 대단한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모든것이 혼란스럽다.
아예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근무 시간에는 일만 하고, 외부에 풀 이야깃거리는 꽁꽁 싸매들고 집으로 와서 그때부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출퇴근의 경계, 직장과 놀이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집에서도 일을 하게 되므로), 이런 이분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어디 쉬운가? 직장에서의 구글 블로그 접속이 기술적으로 차단되고 말았으니 내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위키 사이트를 더 활성화해야 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것도 고민스러운 것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도메인과 사이트를 일원화하고 일몰제로 운영한다는 시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새로 시작한 어떤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 공개와 소통을 위해 상징적인 별도의 도메인을 할당받아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고, 또 유행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감염병에 대한 연구프로젝트 혹은 센터를 새롭게 출범했다면, infection.org나 infection.re.kr과 같은 도메인을 구입하여 자유롭게 웹사이트를 꾸미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조건 www.kribb.re.kr/infection과 같이 소속 시관의 공식 도메인 아래의 하위 디렉토리 구조로 들어가야 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통일성있게 만들어야 한다. infection.kribb.re.kr과 같은 서브도메인 형태의 주소를 얻는 것도 상당한 사유가 있지 않으며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 표면적인 이유가 뭔가? 공공기관의 웹사이트가 중구난방식으로 운영되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전산 자원을 낭비하며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채로 방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책이 어느 정도의 '효율화'를 낳기는 하겠지만, 정보를 공개하고 나누려는 연구자 중심(정확히 말하면 정보 생산자 중심)의 자발적인 동기를 급격히 꺾게 될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 보따리는 어떤 통로를 통해서 풀어 나갈 것인가. 고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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