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4일 금요일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을 하다

20년을 넘게 지갑 속에 넣어서 사용한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점점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전기기타의 상판에 올리는 플레임 메이플 탑의 무늬처럼... 급기야 휴대폰으로 모바일 뱅킹 등의 가입을 위해 이를 촬영해도 인식이 불가한 상황이 점점 잦아졌다. 새로 발급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관을 찾아 보았다.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을 위해서는 3.5 x 4.5 cm의 사진(여권 사진 규격) 1매를 들고 아무 주민센터나 방문해도 된다고 한다. 정부24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재발급 신청을 해도 되지만, 2006년 11월 1일 이후에 발급한 주민등록등만 가능하다는 글을 보았다. 내 주민등록증은 이보다 더 이전에 발급된 것이다. 2000년 2월이었던가? 참고로 반명함판은 3  x 4 cm, 예전에 널리 쓰이던 증명사진은 2.5 x 3 cm이다. 

지도를 검색해 보았으나 근무지 근처에 마땅한 사진관이 보이지 않았다. 수년 전에 다른 신분증 발급을 위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았다. 어차피 고해상도 이미지는 필요하지 않으니, 휴대폰으로 찍어서 인화하면 되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런 용도의 앱이 있었다. 사진을 찍은 뒤 약간의 수정을 하여 온라인 전송 후 결제를 하면 택배로 필요한 규격과 수량의 인화물이 배달된다. 이미지 파일이 필요하면 비용을 조금 더 내면 된다. 내가 사용한 앱은 셀프증명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앱을 작동시켜 '셋, 둘, 하나!'라는 자동재생음을 들으면서 셀카를 찍는 것은 무척 멋적은 일이었다. 쓸 만한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몇 번이나 촬영을 했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로 공들여 찍은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보정 작업은 비교적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주문을 보낸 뒤 다음날 우편함에 꽂힌 사진을 받았다. 6매의 사진은 모두 절단이 되어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사직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신청서에 재발급 사유를 뭐라고 적었더라? '용모(사진) 변경'이라고 쓴 것 같다. 나이가 들었으니 용모가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성형수술 등의 이유로 용모가 바뀐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것을 지금 반납하면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 신청서를 내면서 같이 제출한 예전 주민등록증에 미처 이별을 고할 시간도 없었다. 20년이 훨씬 넘게 써 온,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던 주민등록증이 이렇게 구멍이 뚫리면서 드디어 세상과 이별한다고 생각하니 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요! 반납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제출했던 사진은 스캔한 뒤 주민등록증 재발급 확인서에 다시 붙여서 돌려받았다. 약 3주 뒤에 다시 사직동 주민센터에 들러서 새 주민등록증을 받을 때까지 이것을 신분증 대신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약 20년 주기로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하게 된다면, 다음번 발급 받을 때의 나이는? 상상하기 싫어진다. 어쩌면 그때는 모든 신분증을 모바일 기기에 넣어서 다니는 시대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 열 손가락 지문과 사진을 찍어 국가에 제출하고 성인의 자격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영국과 같이 주민등록제가 없는 사회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주간조선 2019.1.20.] 신분증도 없는 엉성한 나라? 영국이 주민등록 안 만드는 이유

2023년 4월 11일 화요일

다중 모니터 설정에서 단일 모니터로 되돌렸을 때 LibreCAD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면 Alt + Space를 눌러라

노트북 컴퓨터에 외부 모니터를 연결하여 큰 화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다가 외부 모니터 연결을 해제하면 메인 모니터(노트북)으로 실행 중인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창이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LibreCAD는 그렇지 않다. 리눅스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Windows 11이 설치된 나의 노트북에서는 외부 모니터를 해제해도 LibreCAD 화면은 여전히 메인 모니터로 돌아오지 않는다.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거나 프로그램을 재실행해도 여전히 그러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시 외부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에서 메인 모니터로 일부러 창을 이동해야만 한다.

LibreCAD의 버그인가? 검색을 해 보니 이 문제의 해결책을 질문한 글이 여럿 보였다. 레지스트리를 편집하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주 단순한 해결 방법은 다음의 글타래에서 bajraan이 소개한 것이다.

LibreCAD window unavailable, after multi monitor setup switched back to single monitor

  1. 작업표시줄에서 LibreCAD를 클릭한다.
  2. Alt +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모니터 왼쪽 위에 작은 창이 나올 것이다.
  3. Move를 클릭하거나 M을 눌러라.
  4. 화살표를 사용하여 메인 모니터로 LibreCAD 창을 가지고 온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이 되다니!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2023년형 GenoGlobe 로고의 마무리

어제 새로 만든 로고는 그림과 글씨의 배치가 조화롭지 못하였다. 이전 로고를 다시 확인해 보니 정삼각형 구도 안에 각 요소가 안정적으로 위치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를 더 흉내내어 보기로 하였다. 글씨를 넣고 배치하는 작업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였다.

기존 로고 디자인의 중심이 되었던 도형은 어쩌면 완벽한 원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파워포인트에서 아무리 원을 그려서 직경을 조정해 보아도 테두리가 딱 맞지 않으니 말이다.

최종 작업물을 그림으로 저장한 후 김프에서 적당하게 매만져서 1600 x 1600 픽셀의 최종 로고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해상도는 144 dpi가 나왔다. 비로소 만족할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었다. 

2023년형 GenoGlobe 로고 최종판.

이 블로그의 favicon도 예전에 '발로 그렸던' 모습에서 곧 새로운 로고로 바뀔 것이다.

기록을 위해 예전의 favicon을 남겨 둔다.


다음의 스크린샷 이미지는 원본 그림을 놓고서 다시 CAD 작업을 복습하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에는 훨씬 체계적이면서도 신속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모든 원의 중심은 대각선 위에 정확하게 위치한다. 어제 작업 결과물은 제대로 정렬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23년 4월 9일 일요일

2023년형 GenoGlobe 로고를 새로 만들다

나의 개인 도메인 이름인 GenoGlobe의 로고를 만들었던 이야기는 2021년 2월에 기록하여 놓았었다(링크).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라 해상도가 200 x 200 픽셀에 불과해서 음악 배포를 위해 만든 매우 단순한 동영상의 배경으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저해상도 로고. 원본은 내 위키 사이트에 있다(링크).


마침 진공관 앰프 상판 도면을 만들기 위해 LibreCAD를 다시 공부하고 있던 중이라서 기존의 로고 이미지 위에 도형을 그려 넣으면서 작업을 하면 고해상도의 로고를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말 동안 약 7~8 시간의 고통스러운 가내 노동을 통해 원본과 매우 흡사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다. 과연 이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랑 비슷한 색은 #f2e057, 짙은 파랑 비슷한 색은 #0d1a42이다. 글꼴('Learning from Lives'는 Fjalla One, 'GenoGlobe'는 Raleway)도 매우 정확하게 찾아낸 것 같다. 하단의 글씨 크기와 배치는 재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쓸 줄 아는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은 김프와 잉크스케이프가 전부이다. 이 두 프로그램을 중급자 수준으로 쓸 줄 알았다면 CAD로 로고를 베껴내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본 로고가 매우 단순한 편이라서 그나마 비교적 쉽게 작업을 한 편이었다. 색 추출은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인 컬러 피커를, 글꼴 검출에는 Font Finder를 사용하였다.

원본 이미지를 파워포인트에서 확대하여 100 x 100 mm 정사각형에 꽉 채운 다음, 각 원의 지름을 대략적으로 측정하였다. 모든 원의 중심은 대각선 위에 있다. 

고통스러운 LibreCAD 작업의 결과물...


여러 개의 원을 늘어 놓고 서로 교차한 점을 경계로 나머지를 잘라내는 일이 매우 까다로웠다. trim, trim2, divide 명령의 차이를 이해하고 정확히 적용해야 한다. 이미지를 임포트하여 그 위에 원을 그리다 보니 원점을 벗어나게 되었고, 외접하는 정사각형의 왼쪽 아래 꼭지점이 원점과 겹치게 만드는 일 또한 상당히 어려웠다. 이 정사각형은 최종 작업물에는 남지 않는다. 다음 그림과 같이 LibreCAD경계만 그려서 SVG 파일로 저장한 뒤 잉크스케이프에서 내부를 원하는 색으로 칠하면 다 끝나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경계선을 없애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 결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LibreCAD에서 내부에 색을 입히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방법을 알아내었다. 도형 내부를 단색('solid')으로 'hatch'를 하되, 두 종류의 색상을 적용하기 위해 레이어를 적용하였다. 만약 hex 코드를 이용한 커스텀 색상을 넣지 못했다면 한 번 더 좌절을 했을 것이다. 최종 출력은? SVG로 하니 도형 내부가 색으로 채워지지 않고 여전히 위 그림과 같이 경계선으로만 나와서 아예 PDF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아보아야 되겠다.

그래픽 작업의 ABC만 알고 있었어도 이렇게 온갖 삽질의 조합을 통해서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체, 경로, 윤곽선 등에 대한 개념과 활용법을 조금만 공부해 두었다면 잉크스케이프에서 아주 쉽게 작업을 했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개의 원을 그리고 편집하여 밑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잉크스케이프 하나로 전부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의 작업은 토요일과 일요일(오늘),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오늘 아침까지는 색을 넣는 작업이 영 신통치 않아서 운전 연습을 시키기 위해 만난 아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아들은 웹툰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그래픽 작업에는 능숙하다. 그랬더니 wifu2x라는 웹사이트에서 4배로 키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것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었다.

wifu2x의 4배 확대 결과(800 x 800 픽셀). 클릭하여 확대해 보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CAD로 그린 원본 도면이 있고, HEX 색상 코드를 알고 있고, 마지막으로 글꼴 정보를 갖게 되었으니 비록 고생은 많이 했지만 앞으로 만들 결과물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LibreCAD의 사용법을 중급 이상으로 익히도록 하고, 아울러서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지도록 공부를 해 두어야 되겠다. 우선 벡터(vector)와 래스터(raster)의 차이부터 알아보도록 한다(링크).

낡은 2008년형 토스카를 몰고 자유로를 달리는 아들.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2025년 12월 12일 업데이트

"Learning from Lives"는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엉터리 영어라고 한다. 문법적으로는 흠이 없지만. GenoGlobe 로고를 벡터로 전환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공식 웹사이트의 'another blog'에 관련 글을 남겼다.

Leaning from Life

2023년 4월 6일 목요일

필수의료, 공공의료 - 용어의 모호함과 현장의 절박함 사이에서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가 의협신문에 쓴 글 두 편을 읽어보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필수의료'라는 용어는 듣기에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정의도 불분명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용어이다.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고, 대응하는 영어 표현도 없는 '공공의료'라는 말처럼."

법령을 통해서 어떤 용어가 만들어지면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2000년도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처음 제정되었을 때 공공보건의료란 '공공보건의료기관(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기타 대통령이 정하는 공공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제정 당시의 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예를 들어 민간의료기관이었던 성바오로병원(2019년 3월 폐원)에서 수행하는 의료행위는 공공보건의료가 아니다. 2012년에 바뀐 법률에 의하면 행위의 주체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으로 확대가 되기는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법률이 있을 정도이지만, 정작 영어권에서는 공공의료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가장 근접하게 대응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publicly funded health care, 즉 '공공재정으로 생산하는 의료' 정도가 되므로,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가 바로 공공의료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는 공공의료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고 한다(이규식, 「건강보험 40년의 성과와 과제」 보건행정학회지 27(2):103, 2017 - 그야말로 뼈를 때리는 논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되어 있다.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진료를 하지 않는 곳은 없다는 뜻이 된다.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즉 요양급여는 의료적으로 최선의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최적의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비용 대비 최적의 행위가 의료적으로는 항상 최선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저수가 시스템에서 의료기관은 경영을 위해 복잡한 셈법을 따져야 하고, 그 모호한 틈새에서 온갖 문제가 벌어진다. 한 편의 블로그 포스팅으로 담기에는 그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기에, 정혜승 변호사가 2019년 청년의사에 연속 기고한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1. 의료기관과 요양기관, 의료행위와 요양급여는 무엇이 다른가
  2.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위법하게 된 경위
  3.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위법화'의 문제점

나는 이 글을 전부 인쇄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2021년 메디게이트뉴스에 실린 "건강보험 제도 개선, 의학적으로 필요한 '임의 비급여' 진료비 청구 합법화부터 시작하자"도 이 문제를 짧은 글에 잘 설명해 놓았다.

용어 정의의 측면에서 '필수의료'의 문제는 더욱 까다롭다. 허대석 교수는 의료를 필수와 선택으로 구분하고 필수의료 영역은 보장성 강화의 대상으로, 선택의료는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원문은 찾기가 어렵고, 김영재·이원표 「의료기술의 보험등재」 대한의사협회지 57(11):927, 2014에서 인용; 비슷한 내용 링크1링크2, 전부 2010년 가을 공개된 글임).

보건복지부에는 이미 필수의료지원관이라는 자리가 있다(2023년 12월 30일, 소위 '문재인 케어'의 실무부서였던 의료보장심의관으로부터 변경).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 중심으로-」(2023.01.31.)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정작 공개된 자료에는 무엇이 필수의료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보도자료와 같이 배포된 「필수의료 지원대책」 파일을 들추어 보면.(링크)..

아, 제발 정부에서 내놓는 문서에 '골든타임'과 같은 말 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의미라면 golden hour가 맞다고 한다(관련 글 링크). 그냥 우리말로 하면 안되나?

위 자료를 보면 이번 대책이 적용되는 분야를 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굳이 '필수의료'라는 용어를 쓸 필요도 없었다고 본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에 2022년 8월 메디칼타임즈에 기고한 글 "필수의료 시스템 구축, 지방부터 출발해야"를 보면 보건복지부에서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고 한다.

  1.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
  2. 지역적 특성 또는 시장수요의 부족으로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분야
  3. 미래 전문인력인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에 미달하는 과목 등

이래서는 너무 광범위하다. 사실상 현 한국 의료계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 담고 있는 분야 아닌가? 이쯤되면 '기-승-전-지불구조개선'으로 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기고자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필수의료란 해당 의료가 부존재할 때 수시간 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분야로 판단된다'고 하였는데, 내가 보기에도 이게 맞다. 아니, 그렇다면 기존의 응급의료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재원이 부족하니 여기까지만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뭔가를 해 주겠다"라면서 선을 긋는 것과 흡사하다('그러니 누가 이 울타리 안에 들어올래?'). 특히 특정 전문과를 필수의료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작년부터 구성된 필수의료협의체에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의 6개 과가 들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련 규정에 나오는 임상의학 전문과정 27개 중에 6개를 골랐으니 잘 고른 것일까? 서로 여기에 들어가려고 싸우지 않겠는가? 필수의료 화두에 불을 지피게 된 간호사 사망사건의 해당과는 신경외과라고 한다. 그런데 필수의료 6개 전문과에 현재 신경외과는 없다...

현재는 정부가 개념 정의조차 불분명한 '필수의료'라는 화두를 던지니,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이해를 반영하려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매우 우려된다.

오늘의 글 첫머리에서 소개한 신동욱 교수의 의견이다. 심·뇌혈관 전문병원장의 절박한 인터뷰기사로 끝을 맺고자 한다.

[의협신문 2022.08.29.] 의사들은 기승전 '수가'?... "가슴 무너져 내린다"

LibreCAD의 한글 표기 문제

무료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많은 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간단한 진공관 앰프 자작을 위한 상판 설계도면을 작성하면서 굳이 한글을 쓸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글을 쓸 수 있다면 가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달 수 있으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면에서 좋을 것이다. 공작물에 텍스트를 직접 새겨 넣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클리앙 커뮤니티에 이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2020년 1월 작성). 여기에서는 NanoCAD Free, QCAD 및 LibreCAD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공짜 2D CAD 소프트웨어 관련 조금은 심층적인 리뷰(문자 인코딩 관련 등)

"암튼 공짜를 쓰려면 노오오력이 필요하다 이게 결론이네요."

"QCAD, LibreCAD 같은 약식화된 오픈소스 2D CAD들은 UTF-8 인코딩이 기본이고, 실질 표준인 AutoCAD 및 그 호환제품들은 EUC-KR 인코딩 저장이 기본이라서, 서로 자료 교환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그걸 극복하려면 워크플로우가 이렇게 복잡해지고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글꼴 체계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 설명한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글꼴 관련 상황은 다른 두 개의 소프트웨어에 비해 LibreCAD가 매우 뒤떨어진다고 한다. 그것은 LibreCAD 개발자의 취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AutoCAD에서 작성된 한글 도면을 LibreCAD에서 제대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모두 도전적인 일이다. 사실 나는 LibreCAD에서 아직 한글을 제대로 입력하는 방법조차 모른다. 다음의 화면 캡쳐 이미지를 보라.

텍스트 입력창에 한글을 넣으면 무얼 하나. Drawing area에서는 저렇게 나타나는데... 그런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가기 바란다.


wqy-unicode.lff라는 한중일 통합 글꼴을 가져다가 설치하면 한글, 한자 및 일본어가 보인다는데 나는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 C:\Program Files (x86)\LibreCAD\resources\fonts 폴더에는 LibreCAD와 함께 설치된 46개의 글꼴 파일(.lff, LibreCAD font file format)가 위치하는데, 여기에 wqy-unicode.lff 파일을 복사한 뒤 Options -> Application Preferences -> Paths -> Fonts를 이 폴더로 지정해 보았지만 화면에는 한글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 문제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행위, 즉 font를 지정하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역시 난 바보인가 봐...

글꼴을 선택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빨강 상자). 그런데 '파'가 깨져서 나옴을 발견하였다(노랑 동그라미). PDF 파일로 export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입력한 글자가 가는 선으로 테두리만 표시되는 것은 뒤에 나오겠지만 이 도면 자료를 활용하여 출력 또는 가공을 수행하는 플로터나 CNC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이다. 

wgy 글꼴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위 이미지에서 보였듯이 일부 글자는 깨져서 표시가 되었다. Windows에서 ttf2lff.exe라는 유틸리티를 사용하면 ttf 글꼴을 LibreCAD 전용의 lff 파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용법은 Using tff2lff for windows를 참조하자. 이제 LibreCAD에서 한글이 포함된 도면을 그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김정철 고딕체(다운로드 사이트)라는 무료 글꼴을 받아서 ttf2lff.exe로 변환한 다음 LibreCAD용 글꼴 디렉토리에 설치한 뒤 활용해 보았다. 건축가 김정철(1932~2010)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서체를 공모하여 공개하였다고 하니 무료 글꼴이라고 해서 가벼이 생각하고 가져다 쓸 일만은 아니다(링크). 

[국토일보 2022.06.30.] 정림건축, 국내 최초 건축 설계도면 최적화 서체 개발…'김정철 서체' 무료 배포

"정림건축은 이미 지난 1985년 1년 수주액이 10억원에 불과하던 시기에 3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 CAD시스템을 국내 건축설계사무소 최초로 도입했다. 그러나 당시 CAD 시스템은 영문 사용만 가능했던 시스템이어서 한글 사용을 위해 김정철 창립자는 한글(복선 1,400자/단선 1,700자)을 그래픽으로 직접 도안해 도면 작성에 사용, 건축설계의 새로운 시대를 개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정철 고딕체와 명조체는 이렇게 생겼다. 




LibreCAD에서 김정철 고딕체를 설치한 뒤 font height = 4를 적용하여 도면에 써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한글 포함 도면(.dxf 파일)을 가공 업체로 넘겼을 때, 거기에서는 당연히 AutoCAD와 같은 표준 소프트웨어에서 이를 열어 보게 될 것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다음의 글도 좋은 힌트가 될 것 같다.

Chinese characters missing in the vector fong (unicode.lff.gz), so they are not displayed in sketch comments.

"ttf2lff tool in most cases used for converting TTF fonts ("filled fonts") into double stroke fonts ("outlined fonts") suitable for plotters / CNC, where stroke fonts are required."

특정 부위의 가공에 대한 설명을 도면에 표기하려면 일종의 화살표에 해당하는 leader를 이용하게 된다. Leader 설정은 dimension setting의 것을 따르게 된다고 한다. 

출처: Read The Docs LibreCAD "Annotating a Drawing" 항목의 Leaders(링크). 


LibreCAD 설치 파일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글꼴에 관한 설명은 LibreCAD wiki 페이지("Fonts")를 참조하라. 이 글에는 wqy-unicode.lff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지만 LibreCAD-Installer-2.2.0.exe 파일을 실제로 설치해 보면 이 폰트 파일은 제외되어 있다.

어제 파워포인트로 대충 그린 6LQ8 - 6V6 SE amplifier의 상판 부품배치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파워포인트에서 1:1 크기로 그렸더니 25.4 cm x 19.05 cm의 슬라이드 영역(흰 직사각형)을 벗어나게 되었다.



2023년 4월 7일 업데이트

8핀 옥탈(octal) 소켓을 직접 버니어 캘리퍼로 측정한 뒤 위에 보인 파워포인트 스케치를 바탕으로 도면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구 소련제로 여겨지는 옥탈 소켓. Top/bottom mount가 모두 가능하다.

레이어를 여럿 사용하여 나름은 합리적으로 그려 본다고 노력을 하였다.

3년 전에 초보 수준으로 익힌 LibreCAD 사용법을 다 까먹고 있다가 겨우 당시 수준 + 알파 정도로 회복을 해 놓았다. 도형을 선택하고 복사 및 붙여넣는 방법이 파워포인트만큼 직관적이지 않아서 아직도 혼동스럽다. 블록의 지정, 파일로 저장 및 해제 등도 조금 더 공부해야 된다.

2023년 4월 4일 화요일

6LQ8 + 6П6С(6P6S, equivalent to 6V6GT) SE amplfier의 제작을 시작하면서

출력 트랜스포머는 작년에 만들어서 이미 6LQ8 SE amp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고, 출력관 6П6С와 소켓도 전부 구해 두었으니 언제든지 새로운 앰프 제작에 착수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은 이보다 더 많은 수고를 요구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자작 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외관'이 아닐 수 없다. 잘 설계된 회로(대부분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가져다 쓰는 수준)와 양질의 부품도 중요하지만, 앰프를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만족스런 모습이 나와 주어야 한다. 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이 납땜 자체보다 더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소련의 빔 출력관 6П6С. 미국으로 수출된 것이라서 상자 속에는 영문 설명서가 하나씩 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지난번 43 오극관 앰프처럼 직접 상판을 LibreCAD로 설계하여 가공을 맡기려고 한다. 다만 나무 받침대는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자 한다. 2020년 봄에 만들었던 43 오극관 앰프의 모습은 이러했었다. 상판(2.5T)은 정확하게 A4 landscape size(297 x 210 mm)에 해당한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2D CAD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던 43 pentode SE amplifier.

몇 번의 개량을 거친 현재의 모습. 전원 트랜스포머를 90도 돌려서 배치하였고, 초단관도 6N2P에서 12DT8로 바뀌었다.

약간의 실수가 남아 있었던 상판 설계 도면. 최종 수정일은 2020년 3월 1일이었다. 


3년에 도면 한 장을 그릴 정도의 빈도에 불과하니 LibreCAD 사용법은 이미 망각의 강 저편으로 건너가 버렸다. 다시 사용법을 익혀야 할 상태이지만, 처음 접할 때 보다는 빠르게 진도가 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제작 편의를 위하여 넉넉한 크기의 상판을 써 보고자 한다. 43 앰프 시절에는 상판의 크기 자체가 작은 편이었고, 더군다나 나무틀과 꼭 맞게 포개어지는 형태라서 내부에 부품을 배치하기가 어려웠었다. 상판을 넉넉한 크기로 설계하여 가공의뢰하면 모든 커넥터와 음량조절용 포텐셔미터 및  전원 스위치를 전부 올려 놓을 수 있어서 두꺼운 나무틀을 손수 가공하는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전체 면적이 커지므로 책장에 올려놓기가 나쁘다.

상판의 면적을 조금 키우되 직사각형으로 할 것인가, 또는 정사각형으로 할 것인가? 파워포인트에서 대략적으로 상판에 놓일 주요 부품의 레이아웃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나무틀은 레드파인 18T 집성판재(아이베란다)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번에는 LibreCAD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도면 작성의 ABC부터 철저하게 공부해 나가도록 한다. 다음과 같은 웹사이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OCW(Korea OpenCourseWare)란 고등교육 교수학습자료 공동활용 체제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