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일요일

PA(Public Address)용 스피커 관찰하기

지난 금요일 저녁,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지나다가 <소설을 읽는 밤>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를 상영하는 자리였다. 원작이나 영화 자체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그래픽 작업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사자와 한 소년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장면을 얼핏 보았던 기억은 난다. 광화문 앞에 살다 보니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문화 행사를 풍성하게 즐길 수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음껏 즐기는 이 호사가 내년 여름과 더불어 끝날 것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지방은 더욱 빠르게 소멸하는 중이다. 지방의 문화적 환경은 점점 더 척박해질 것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행사를 진행했던 영화 평론가 윤성은 씨는 이 영화(또는 원작 소설)이 신의 존재를 체험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어느 참여자가 물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봐도 불편하지 않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자신할 수 없다.

나는 현재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절이든, 이슬람 사원이든, 교회든 이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다. 신은 있는가? 믿는 사람에게는 있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믿는 사람에게만 있다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체험이 객관적으로 옳다고 증거를 들어 설명할 길도 없고, 자신의 믿는 '진리'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너무나 복되고 기쁜 소식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차고 넘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오, 물론 나는 사양하겠다.

아마 그 질문을 한 사람은 국립공원에 있는 사찰을 방문하여 사천왕문을 통과하거나 법당에 들어가는 것도 불편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신의 존재에 대한 개인적 체험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나의 관심은 온통 PA 스피커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설치한 스피커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교보문고 남측 출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에 마련된 자리라서 천장이 없을 뿐 관객이 마주하는 삼면은 전부 막힌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스크린 아래 좌우에 45도 각도로 눕혀 놓은 스피커에서는 적당한 울림과 함께 충분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야외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음향용 장비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크린 아래 좌우에 눕혀진 파워드 스피커를 주목하라.


이날 사용된 스피커는 맥키의 12인치 액티브 스피커인 Thump 12인 것으로 보인다. RMS 500와트로서 출력도 상당하다.

실외에서 행사를 진행할 스피커의 우퍼는 최소한 12인치가 되어야 할까? 오늘 광화문 광장을 거닐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다음의 스피커이다.




Fohhn이라는 회사의 패시브 스피커 X-TOP XT-10인데 우퍼는 8인치에 지나지 않는다. 정격입력은 200와트. 그러나 상당한 수준의 저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휴대폰 녹음으로 이 스피커의 재생 능력이 잘 표현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야외 행사용 스피커 우퍼는 최소한 12인치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러한 편견을 깨 준 스피커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계속 야외 행사가 주변에서 열릴 것이다. 관심을 갖고 어떤 장비가 쓰이는지 관찰을 해 나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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