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에 입은 뜻하지 않은 부상 이후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기억할 만한 경험은 아닐 수 있으나 '기록할 만한' 경험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의료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른팔에 보조기를 찬 상태로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보조기는 의자의 팔걸이와 책상에 전부 걸려서 자판을 치기가 쉽지 않다. 왼손으로만 자판을 두드리면 속도가 너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결국 바닥에 낮은 상을 펴고 작업에 임하기로 했다.
꽤 아플 텐데...?
오늘 외래를 통해 만난 S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말이었다. 위팔뼈 대거친면 골절이 문제가 아니라, 오른쪽 늑골 3개 골절 때문에 꽤 아플 것이라는 말이었다. 약이 좋아서인지, 운이 좋아서 통증이 덜하도록 금이 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고 후 2~3일째에는 왼쪽 몸에만 힘을 주어서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나 차츰 요령이 생겨서 내일 아침부터는 견딜 만하면 투약 회수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여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받은 약은 진통제인 파라마셋세미정과 소화불량 치료제인 모티리톤정.
응급실에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하고 긴장한 상태로 앉아서 12시간 가까이 기다린 때문인지, 또는 파라마셋세미정의 알려진 부작용 때문인지 사고 후 3일째까지 변을 보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 대장 운동이 너무나 활발하여 하루에 1회 이상 배변을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옆구리가 아파서 힘을 충분히 주지 못하니 성사(?) 직전에 포기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변비약 뉴락스에프정(주성분: 비사코딜)을 먹고 겨우 배변에 성공하였다. 변기에 40분을 넘게 앉아 있노라니 엉덩이도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아내를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이 고질적으로 달고 사는 변비의 괴로움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수술로 인하여 입원을 한 환자들이 변비를 흔히 겪는다고 하니 위팔뼈 골절에 대해 보존적 치료(비수술)를 결정한 것에 대하여 마음이 놓인다.
변비 정보는 대충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하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 변비약의 종류도 상당히 많고, 부작용도 각각 다르다. 무엇보다도 약물에만 의존하다가 우리 몸이 직접 변을 배출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음의 글이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다양한 변비약! 전문가와 상의해 선택하세요
어깨 수술 등으로 보조기를 착용하는 기본 시간은 4~6주라고 한다. 응급실 의사는 옷 갈아입는다는 이유로 보조기를 빼지 말라고 했다. 사고 후 4일차인 오늘까지 그 지침을 철저히 지켰다. 오늘 만난 교수는 보조기를 찬 상태로 어깨를 으쓱으쓱 돌리는 운동을 해 주지 않으면 관절이 굳는다고 하였다. 어깨 관절을 너무 움직이다가 골편이 제대로 붙지 않으면 어쩌냐고 했더니, 그 정도에 떨어지면 어차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번 외래 진료는 3주 후이다. 나이 및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4주쯤이 되면 뼈가 붙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 병원의 의사는 일단 비수술적으로 뼈를 붙이고, 인대 등 손상 가능성은 추후에 MRI를 통해 확인하자고 하였다. 만약 척추·관절 전문병원에 갔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비싼 MRI 찍고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실손 보험을 든 상태라면, 병원에서는 더욱 수술을 권했을 것이다.
- 골절 상태에 따라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비수술적 방법으로 뼈를 붙이고, 연조직 손상은 그 후에 해결합시다.
- 시간만 오래 걸리게 뭘 비수술적으로 골절을 치료해요? 당장 열고 플레이트 박는게 나아요. 수술하고 총 이삼일 정도만 입원하면 되고, 연조직 손상이 있는 것도 한꺼번에 수술로 해결할 수 있어요. 골절면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당연히 MRI도 찍어야죠. 수술 뒤 1~2주가 지나면 재활에 들어갈 수 있어요.
대햑병원이라면 가장 최신 의료기술을 앞서서 보급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고, 그러려면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는 후자의 자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가 접한 대학병원은 오히려 전자에 가까웠다.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록 파업 등으로 병상이 부족하여 응급실에서 장시간을 대기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S대병원은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를 타고 처음 방문한 병원은 아니었다. 동일 건에 대하여 서로 다른 병원 응급실을 연속하여 방문한 것은 일종의 의료 남용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한 것 같다.
나 하나 아픈 것만 해결하면 되는데 왜 의료제도까지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직업병이다...
2023년 10월 23일 업데이트
부상 후 일주일이 경과한 뒤부터는 외래에서 처방해 준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응급실 처방약에 비하여 부작용은 훨씬 덜하지만 종류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늘었다. 이번에는 소염제 성분을 포함하였다.
의약품에 관한 모든 것은 약학정보원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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