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1일 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3]

부상 19일째의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등이 몹시 결려서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았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본 것이 화근일 것이다. 최근 4-5일간은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약에 의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MRI를 찍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귀마개를 하고 시끄러운 가동음이 들리는 기계 안에서 40분이나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기침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입에 자연스레 고이는 침을 삼키는 것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관절이 굳지 않도록 자주 움직이고,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요즘 신체활동의 전부이다. 어깨 보조기를 푼 뒤에 재활을 위해 또 얼마나 고생을 할지 걱정이 된다. 어깨와 그 주변부는 물론이지만 팔꿈치 관절이 더 걱정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상반신을 씻기 위해 보조기를 풀면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완전히 펴려고 하면 팔꿈치가 아프고, 무리하게 펴다가 부러진 위팔뼈가 붙는데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주저하게 된다. 

장기간 부목을 하는 것은 이러한 관절굳음증(또는 강직, ankylosis)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팔을 다쳐 오랜 기간 동안 깁스를 한 뒤 풀었는데, 팔이 기역자로 구부러진 상태로 그대로 있어서 매우 놀랐고 또 이를 펴느라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글을 보았다. 나는 팔을 완전히 고정한 상태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팔꿈치를 굽힌 채 조금씩 회전하는 것은 가능했고, 심지어 전기기타의 간단한 수리까지 하였었다(관련 글 링크). 따라서 팔꿈치를 완전히 펴는데 지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의 어깨보조기 작용 상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입은 채로 퇴원한 환자복은 옆이 열려 있어서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입고 벗을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중에도 즐겨 착용한다.

어제 MRI를 찍느라 보조기를 풀고 팔꿈치를 최대한 편 상태에서 한참을 유지했던 것이 팔꿈치 관절 강직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부러진 뼈를 붙이려면 움직여서는 안되고, 관절의 굳음을 방지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자꾸 오른팔을 꼼지락거리다가 부러진 위팔뼈 대거친면(큰결절. greater tuberosity)의 전위가 더 심해지지는 않았는지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팔뼈의 해부학적 구조(출처)와 나의 골절 상태.

Neer의 근위 상완골 골절(proximal humerus fracture) 분류법. 대한골절학회지(2012)의 논문 '근위 상완골 골절 치료의 치신 지견'에서 가져옴. 이 논문에 의하면 "대 결절에는 극상근, 극하근, 소원형근이 부착되어 이 부위가 골절되면 골편은 상방 및 후방으로 전위되며 상완골 두는 내측으로 전위된다"고 하였다.


부러진 뼈의 전위가 2 mm 이하이면 비수술적 치료(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보인 나의 X-ray 사진에서는 2 mm는 족히 넘어 보인다. 올바른서울병원의 블로그 글(링크)에서도 X-ray 사진에서는 나보다 골절 정도가 더 경미해 보이는데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어떤 논문에서는 골절편의 전위 방향이 더 중요하다며 5 mm 까지의 전위에도 수술을 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기술하였다. 2013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대결절 단독 골절의 다양한 수술 방법에 따른 임상적 결과'의 그림 두 편을 인용해 본다.

내 골절 상태는 Fig. 2보다 약간 경미한 상태로 판단된다. 그림 출처: 대한골절학회지(2013).

비교적 최근인 2018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근위부 골절의 보존적 치료'도 좋은 참고 자료이다.

위팔뼈 큰결절에 붙어 있는 근육은 가시위근(극상근)과 가시아래근(극하근)이다. 혹시 내가 오른팔을 자꾸 움직이면서 이런 근육들을 자꾸 움직여서 골절된 뼈의 전위를 더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걸 걱정할 것이라면, 결절사이고랑에 붙은 세 개의 근육 움직임까지 생각해야 한다. 

아는 게 병이다!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에 외래 진료가 있어서 어제 찍은 MRI와 당일에 찍을 X-ray 자료를 펼쳐 놓고 회복 정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터이니 더 이상의 궁금증은 잠시 접어 두도록 한다. 무엇 하러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단 말인가.

이번 부상을 치료하면서 아직 주사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기왕이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보존적 치료만으로 뼈가 잘 붙기를 기대해 본다.

그 밖의 사항으로는...

  • 다친 뒤 오늘 처음으로 재채기를 했다. 견딜 만하였다. 아직 기침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갈비뼈 골절 시 처방하는 강력한 진통제는 사실 기침 지지(expectoration encourage)를 위한 것이라 한다.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등을 짚어보면 갈비뼈가 부러진 오른쪽 등이 더 부어 있다. 골절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멍은 없다.
  • 무릎 타박상 자리에 생긴 상처가 가장자리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딱지 가운데 위치까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옷에 쓸려 떨어져 나가면 곤란하므로 반창고를 붙여 두었다.
  • 오른쪽 허리에도 살 속으로 단단한 것이 만져진다. 겉으로 보이는 멍은 없으며 점점 크기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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