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항저우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이다. 남자축구 8강전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2:0으로 이겼는데, 포털사이트 '다음'의 응원 페이지에 중국의 응원 비율이 높았던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를 여론조작·댓글선동의 한 방법이라 여기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안보 이슈, 가짜 뉴스... 경제 사정도 매우 좋지 않은데 무슨 이런 일에 대응을 하자고 입법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년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집결을 위한 작업으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너무나 발달을 하여 이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이나 영상조차 믿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으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다.
톰 행크스 "AI로 만든 가짜 나 등장" 허위광고 경고(동아일보 2023년 10월 4일)
좀 과격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주요 매체에서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댓글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장난, 여론 호도를 위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정부와 여당은 여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듯), 심지어 노벨상에 근접한 발견을 했다고 주장하는 재야 과학자의 글까지... 기사 자체보다 댓글과 그에 따르는 '좋아요' 숫자에 이끌려 웹사이트로 유입되는 수가 많다 보니 운영자는 이런 마약과 같은 유혹을 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댓글은 사적 제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현실에서 범죄자 혹은 우리 주변에서 간혹 나타나는 '진상'을 온라인 공간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응징하는 쾌감을 느끼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된다. 사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돌을 던지는, 일종의 뒷골목 낙서와 같은 것이다. 정부는 뒷골목 담벼락에 낙서를 하면서 신분이나 국적을 확인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참 부질없는 일이다.
댓글보다 더 엄중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기사 자체일 것이다. 요즘은 사실의 객관적인 전달보다는 어떤 의도를 배경에 깔고 써 내려가는 기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설에나 써야 할 성격의 글이 어엿한 기사가 된다. 더군다나 예전과 같이 지면으로 뉴스를 보지 않으므로, 한 줄짜리 기사 제목의 빽빽한 목록에서 가급적 자기 기사를 눈에 뜨이게 만들어서 클릭을 유도해야 하니 말이다. '인구가 얼마로 줄었다'라는 사실 전달 위주의 건조한 기사 제목보다 '나라가 소멸해간다…합계출산율 0.5 미만으로 감소'이라는 제목이 더 충격적이고 근사하지 않겠는가?
오탈자가 그대로 실린 기사도 문제이다. 기사 입력 후 공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충분한 검토와 교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쏟아져 나오는 기사는 독자의 눈을 피곤하게 만든다. 유전자치료에 관한 뉴스를 찾다가 본문이 A - A' 형식으로 중복하여 실린 기사를 발견하였다. 심지어 '첨단제생의료'라는 오타까지 보인다.
"규제에 눌린 유전자치료제 임상연구, 환자 치료 위해 적극 시행해야"(약업신문 2023년 7월 31일)
아마도 기사 입력 창에서 이전에 작성한 버전을 지우지 않고 전체를 뒤로 밀어내면서 고쳐 쓰기를 한 다음 그대로 저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이메일 주소가 제목 바로 다음에 공개되어 있지만 연락을 해서 고쳐 달라고 하기에는 내 정성이 부족하다.
기본을 갖춘 기사를 보고 싶다. 사실 전달보다 기자(혹은 언론사?)의 주장을 전달하는데 치중하는 기사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댓글/좋아요 기능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댓글 1개:
오탈자가 많아진 건 교열을 하지 않고(? 요새 교열 기자란 게 있기는 한 건지 궁금) 온라인 작성 후 올리는 최근 20년 사이에 흔해졌지만 (NYT, Guardian 등에서도 옛날에 비해 빈도가 늘어난 듯), 사설이나 컬럼이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에 기자 의견 넣는 악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한국 신문의 고질병인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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