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8일 일요일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 방문기

40년 가까이 대전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방향 개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앙로를 따라 대전역에서 (구)충남도청 쪽으로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 나는 외지인이었으므로 대전 내 첫 도착지인 대전역을 중심으로 여기는 방향 개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대전에서 살던 사람들이 늘 말하듯이 중앙로를 따라 대전역에서 도청쪽으로 올라간다는 표현이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다. 서울처럼 남북을 따라서 뻗은 큰 도로가 있고, 북쪽에는 중요한 관공서(시청 등), 남쪽에는 역(서울역)이 위치한 상황이라면 올라가고 내려가는 방향에 대한 혼동이 적었을 것이다.

대전의 중앙로는 남북도 동서도 아닌 사선 방향으로 뻗어 있다. 북쪽을 12시라고 하면, 대략 2시에서 8시 방향을 지나간다. 게다가 도청은 남서쪽 끝(8시), 대전역은 동북쪽 끝(2시)에 붙어 있으니, 나와 같은 외지인의 시각에서는 대전역을 향해 내려간다고 말하는 것이 영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앙로를 따라 경사가 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길의 방향에 위·아래의 개념이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상행선과 하행선이라는 관습적인 표현을 한번 삐딱한 시선으로 들여다 보고자 한다. '보고서를 올린다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올라감의 방향은 권력을 향한다. 사실 도로나 교통수단의 방향에 대해서 서울 또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건물이 위치하는 쪽, 즉 높은 권력이 위치한 쪽을 상행(올라가는 쪽)이라고 말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정치적 올바름(PC)'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올바름의 적용 범위에 지역을 포함한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보통 정치적 올바름의 대상은 인종·민족·언어·종교·성 등이다.

대전 중앙로(목척교가 놓인 대전천을 중심으로 중구와 동구 구간으로 나뉨)에 상하의 개념을 부여한 중요한 건물, 즉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국가유산포털 링크)에 처음 발을 디뎌 보았다. 이 건물은 도청 소재지를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기면서 1932년 신축되었고, 6·25 전쟁 당시 임시 정부청사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충남도청이 2012년 내포신도시로 이전되면서 이 건물은 1층의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 등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건물 출입문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게 비탈을 만들고,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위를 덮은 저 구조물을 건축용어로 뭐라고 할까? 캐노피인지 포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위에 조성된 작은 정원은 2층의 회의실을 통해 나올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본관 건물 뒤편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꽤 많았다. 주말에는 무료 개방을 하기 때문에, 이 근처를 찾을 예정이라면 여기에 차를 세워도 좋을 것 같다. 




세월을 말해주는 고풍스런 창문 손잡이.

젊은이 몇 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건물 2층에 올라 중앙로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 길을 따라서 '내려가면' 대전역을 만나게 된다.


3층에는 웹툰 전문 창작지원센터인 대전웹툰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만약에 아들 녀석이 지금과 같이 서울의 관련 회사에 자리를 잡지 않았더라면, 대전웹툰캠퍼스에서 독립 작가로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전 - 개척자의 도시! 멋진 발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낱말인 '개발'보다는 '개척'이 더 멋지게 들린다. 핵노잼 도시의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

'중구청네거리'가 충남도청 구청사 바로 앞의 길쭉한 교차로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대전에 35년을 넘게 산 사람으로서 이렇게 지역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차를 돌려서 테미공원으로 향했다. 여기는 원래 철에 유명한 곳이다. 왜 우리나라의 공원에는 곳곳에 헌장을 새긴 조형물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하기 어렵다. 테미공원에서 본 것만 해도 국민교육헌장(1968, 촬영하지 않음), 자연보호헌장(1978), 노인헌장(1982, 세계 유일이라고 하며, 지금은 경로헌장이라고 부름), 시민헌장 등. 공원을 공원답게 유지하려면 인공적인 조형물을 최소한으로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탐방에 도움이 되는 편의시설 외에는 말이다.





마침 테미오래 일대에서 대전 중구가 개최한 북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관련 기사 링크). 직접 가 보지는 않았으나 대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문화적 아이템을 발굴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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