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5일 토요일

또 하나의 기타, Dame(Saint M250 VGNT로 추정)

아내의 배려로 기타 스탠드(3대 거치용)의 허전하게 남아있던 빈 곳을 채울 '관상용'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하게 되었다. 지난번 DBZ Cavallo 기타를 산 것이 겨우 한 달 전이었으니 너무 빨리 기회가 돌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동안의 고통스러운(?) 중고 기타 탐색 작업 끝에 결국은 또 뮬 악기장터에서 적당한 것을 구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이나 네이버 중고나라는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금방 사라져서 구입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기록을 위해 판매글 링크를 남겨둔다(2023년 10월 19일 확인해 보니 이 링크는 사라졌다).

마호가니 몸체에 플레임 메이플이 올려진 24 프렛 Dame 기타를 풍성한 악세사리(스탠드 두 개, JamMate RockFrog, 스트랩, 새것이나 다름없는 가방)와 함께 좋은 가격에 인수하였다. 아래쪽 스트랩 핀 근처의 투명 도장 마감이 조금 깨진 것을 제외하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금속 부분의 광택도 잘 살아 있고, 지판에도 나에게 넘겨지기 직전 새로 바른 오일이 살짝 남은 상태이다. 프렛의 수, 픽업 구성 등으로 미루어 보면 데임의 일렉트릭 기타 모델 중 Saint M250 VGNT(vintage natural)로 추정된다. 제조국은 인도네시아. 데임 본사에 시리얼번호 조회를 문의하니 2006년도 생산이라고 하였다.

스트링 리테이너는 나사못을 조여서 고정해 놓았다.


전기기타용  USB 인터페이스인 RockFrog. 나는 리눅스에서 사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이런 스타일의 물건을 좋아한다. 

흥미롭게도 프리앰프(부스터?)를 내장하였다. 중고로 구입할 때부터 개조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혹시 전전 주인이 이 글을 접하게 되면 반가워할 것 같다. 게인과 볼륨 조절을 위한 노브 두 개는 뒷면에 위치하였으며, 전원 투입용 토글 스위치는 전면에 위치한다. 이를 달기 위해 아름다운 플레임 메이플 탑에 구멍을 뚫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으리라!

노브는 새것으로 교체하였다고 한다.


2N7000 MOSFET을 사용한 부스터 회로 기판(사례는 여기를 참조)이 내부에 들어있다.

백플레이트는 없다. 이걸 제거했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링크).

뒤를 열어 보았더니 작은 인쇄회로기판과 9V 건전지가 들어 있었다. 구글에서 'electric guitar gain boost circuit'로 검색하면 많은 정보가 나온다.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는 게인 부스터를 기타 내부에 넣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음악감상용 앰프 자작에 약간의 경험이 있는 내가 이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공부 거리를 얻은 것을 즐겁게 여기도록 하겠다.

단, 전면의 톤 노브를 시계방향으로 끝까지 돌리면 소리가 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전 주인도 이런 상태에 대해서 판매 글에 분명히 언급하였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일까, 혹은 배선의 실수인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동작하도록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 

멀티미터를 연결해 놓고 톤 포텐셔미터를 돌려 보았다. 시계방향으로 끝까지 돌리면 0옴이 된다. 흠, 슬라이더를 끝까지 돌리면 그라운드에 닿는다는 뜻인데...

전기 기타의 내부 회로를 공부한 다음 뒷뚜껑을 다시 열어 보았다. Pinterst 등에서 실체 배선도 형태의 회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톤 조절 노브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주파수가 높은 신호를 그라운드로 보내버리는 경로의 저항이 높아져서 고음이 많이 출력되는 매우 심플한 구조이다.톤을 조절하는 포텐셔미터의 3번 핀(pin or lug)은 아무 곳에도 연결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일반적인 오디오 앰플리파이어의 passive tone control circuit과 비교해 보라.

그림 출처: Amplified Parts 


 포텐셔미터를 앞에서(손잡이쪽) 보았을 때 핀 번호는 왼쪽부터 1-2(슬라이더)-3의 순이 된다. 따라서 3번 핀은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끝까지 돌렸을 때 슬라이더가 닿는 곳이 된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였다. 아무런 전선도 연결되지 않은 3번 핀이 기타 내부 벽에 발라 놓은 카본 실드에 닿아 있는 것 아닌가. 여기는 당연히 회로의 그라운드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무릎을 탁 쳤다. 아! 문제는 여기에 있었구나. 포텐셔미터를 살짝 돌려서 3번 핀을 카본 실드에서 떨어지게 한 뒤 최대한 닿지 않게 러그를 구부린 다음 바로 곁의 카본 실드면에 절연 테이프를 발랐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톤 노브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고음이 증가하면서 카랑카랑한 소리가 났다. 노브를 끝까지 돌렸을 때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현상이 이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절연 테이프를 붙이기 직전의 상태. 톤 조절용 포텐셔미터의 본체를 반시계방향으로 살짝 돌림과 동시에 3번 핀을 구부려서 더이상 벽면의 카본 실드에 닿지 않게 하였다.


나의 피크 꽂이.

내가 '데임'이라는 기타 브랜드와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될 줄이야... 자잘한 문제를 해결하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연습뿐이다. 

Bernth의 동영상 5 picking tips to save years of guitar practice! 중에서.

오스트리아의 기타 연주자, 작곡가이자 유튜버인 Bernth교육 사이트에 가입하여 진지하게 연습을 시작할 것을 고민해 보자. 국내에도 많은 온라인 레슨이 있지만, Bernth가 제공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꽤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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