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6일 화요일

연구란 무엇인가

'연구(硏究)'의 정의는 무엇일까? 영어로는 study, research, investigation, inquiry 등으로 번역되는 '연구'를 다음 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대상을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이치나 진리를 밝힘'이라고 하였다.

미국 커먼룰에서는 45 CF 46.102(l)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국문 번역은 <생명윤리> 제18권 제1호 63-82쪽에 실린 논문 「미국 연구대상자 보호 정책의 최신 동향 -개정된 커먼룰(Common Rule)을 중심으로-」의 73쪽에서 따 왔다.

일반화될 수 있는 지식을 개발하거나 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연구 개발, 테스트, 평가를 포함한 체계적인 조사를 뜻한다(Research means a systematic investigation, including research development, testing, and evaluation, designed to develop or contribute to generalizable knowledge.)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연구' 자체를 정의해 놓지는 않았다. '인체유래물연구'(생명윤리법 제2조제13호)와 같이 특정 종류의 연구를 정의한 곳은 있지만.

'임상연구'는 무엇인가? 미국 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What are clinical trials and studies?).

    Clinical research is medical research involving people. There are two types, observational studies and clinical trials.

    Clinical trial('임상시험')은 의료, 수술 또는 행동을 통한 개입이 어떠한 효과를 갖는지 알아보는 연구이다. 주된 목적은 새로 개발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이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함이다. 커먼룰 45 CF 46.102(b)에서는 임상시험을 '생체 의학이나 행동 건강 관련 결과에 대한 개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한 명 이상의 연구대상자가 향후에 한 가지 이상의 개입(위약이나 여타 통제를 포함할 수 있음)에 배정되는 연구'로 정의하였다. NIA에서 내린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상연구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임상시험이 들어간다고 대충 이해하면 된다. 

    서울아산병원의 메디컬칼럼(링크)에서는 다음과 같이 임상연구와 임상시험을 설명하였다. 빨간색 쉼표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내가 삽입한 것이다. 비슷해 보이는 두 낱말을 적절하게 구분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더욱 깊어지면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라는 더 어려운 낱말의 뜻을 파고들게 될 것 같다. 치료법 또는 약물 등의 개입을 '중재'라고 한다. 임상연구에 중재가 개입된 것이 임상실험이라고 정의를 내려도 된다(메디게이트뉴스 - 임상연구의 설계①: 중재의 개념, 관찰연구의 종류, 연구의 시간적인 방향과 무작위배정 링크)

    임상연구는 암과 같은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에 있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이 포함된 전향적인 임상연구를 임상시험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금 시행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치료법들은 과거의 임상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정립된 것이며, 지금 시행되고 있는 임상연구의 결과는 미래에 시행되는 치료법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향적 연구의 반대 개념은 후향적 연구이다. 감염병 돌발발생(outbreak)을 추적하는 역학 연구(epidemiology)에서 후향적 연구를 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률 현실로 돌아오면 사정은 많이 달라진다. '임상시험'은 새로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여 허가를 받기 위한 과정이고, '(첨단재생의료)임상연구'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 및 질병 치료 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서 정의하는 '연구'이다. 임상연구와 임상시험은 다르다고(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설명해야 한다. 신의료기술 평가는 너무나 복잡하여 차마 여기에 옮기지 못하겠다.

    '첨단'이나 '혁신'과 같이 일반적인 단어가 법률 안에 쓰이면 새로운 의미로 고착되어 버려서 쓰임새에 큰 제한이 따르게 된다.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기, 혁신의료기술, 첨단재생의료, 혁신형 제약기업...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서 이러한 용어를 쓸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면(보통 '인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혜택을 입는다. 그리고 그 자격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능력이 있다면, 일몰 기한을 연장하도록 법을 바꾸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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