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체외진단용 의료기기가 시약이었단 말인가?

의료기기는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危害性, Risk)에 따라서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유해성' '위해성' '위해성'은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오늘은 이것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위해성과 위험성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아무리 유해한 물질이라도 인체가 이에 노출되지 않으면 위해성은 없다' 정도로만 해 두자.

식약처 <의료기기정보포털의 알기 쉬운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읽다가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하였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란? 인체에서 유래한 시료를 검체로 하여 검체 중의 물질을 검사하여 질병 진단, 에후 관찰, 혈액 또는 조직 적합성 판단 등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체외에서 사용되는 시약을 말합니다. 다만, 실험실에서 조제하여 사용하는 조제시약은 제외됩니다. 

으허헉, 체외진단용 의료기기가 시약이었단 말인가? 최소한 전원을 넣어서 뭔가 동작하는 파트가 있고 복잡해 보이는 물건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 가끔 사용하는 COVID-19 신속항원검사 자가검사키트도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의 하나였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제2조(정의) 1호를 보자.

"체외진단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하기 위하여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시약, 대조ㆍ보정 물질, 기구ㆍ기계ㆍ장치, 소프트웨어 등 「의료기기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의료기기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품을 말한다. 

생명공학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중견(중년?)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상식이라면 이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법령에서 내린 용어의 정의를 합리적으로 내리지 못함을 탓해야 하는지 혼동스럽다. 

첨단바이오, 신의료기술 등은 일반적인 의미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낱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부 법률에서 특정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정의해 버렸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써야만 한다. 예를 들어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 및 그 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의약품(현재는 이종이식제제, 이종이식융복합제제)」으로 한정된다. 앞으로 어떤 바이오 기술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법이란 현실을 조금 늦게 뒤따라 가면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이른바 회색 지대에 존재하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에는 알아서 주의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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