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5일 일요일

계룡산 오르기(삼불봉)

지나친 운동부족 상태로 나이만 먹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와 함께 계룡산을 조금씩 올라가 보기로 했다. 늘 계룡산 사찰(동학사, 갑사, 신원사)과 근처 물가만 맴돌다가 지난주 은선 폭포를 시작으로 이번 주는 삼불봉에 도전하였다. 변변한 등산복이나 모자도 없는 상태에서 갖고 있는 것이라고는 경등산화 한 켤레가 전부였다. 혹시나 싶어서 쿠팡에서 최저가 등산스틱을 구입하였는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싸구려 등산스틱은 무겁고, 크고, 길이 조절이 불편하다. 손잡이 부분을 이루는 플라스틱에서는 왜 이렇게 유기용매 냄새가 나는지... 환경 호르몬이 풀풀 배어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삼불봉 등산에서는 큰 몫을 했다.

우리는 등산스틱이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trekking pole이라고 부른다. '등산'은 하이킹(hiking), 트레킹(trekking), 그리고 마운티니어링(또는 마운틴 클라이밍 mountaineering or mountain climbing)으로 구분된다. 트레킹이라 해도 보통 이틀 이상의 코스는 되어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저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반대편의 극단에는 레깅스가 있겠다)을 입고 배낭에 음료와 도시락 한끼 분량을 싸서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것은 하이킹이다!

6월 4일 등산, 아니 하이킹 코스는 계룡산 동학사쪽 입구의 주차장에서 천정탐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남매탑까지 2.8 km를 간 후 삼불봉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돌아올 때에는 남매탑에서 세진정으로 곧바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천정탐방지원센터를 기점으로 하면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어서 매우 유리하다. 계룡산 국립공원 웹사이트(링크)에서 천정코스라고 부르는 이 코스는 남매탑에서 삼불봉으로 가는 편도 0.5km의 샛길을 제외하면 5.8km(3시간), 난이도 '중'에 해당한다.

지난주 은선폭포를 갈 때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코스였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숲길이어서 매우 쾌적하게 오를 수 있었다. 여름을 위한 최적의 경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등산은 기다림이다! 걷기 힘들어하는 아내를 조금 앞서 천천히 가면서 기다려 주기. 지난주에 은선폭포를 다녀와서는 장딴지가 아파서 삼사일 고생을 했지만, 이내 회복 후 단련이 되었는지 이번에는 괜찮았다.

큰 바위 앞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름이 있지 않을까?

삼불봉을 다녀온 직후 남매탑 앞에서. 남매탑의 전설은 역사적 사실일까?

정중앙 바로 오른편의 뭉툭한 봉우리가 관음봉(766m)이다. 우리가 위치한 삼불봉보다 9미터 낮다.

엉덩이 붙일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삼불봉에서.



발끝만 보면서 힘겹게 걷다가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 이것이 산에 오르는 재미가 아닐까? 단 나이가 나이니만큼 무릎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언젠가는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 이르는 자연성릉을 따라 가리라.

남매탑에서 세진정으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특히 남매탑에서 시작하여 첫 쉼터까지 내려오는 약 0.6km의 길은 공식 등산 안내도에도 난이도 4급(총 5급)으로 나와 있을 정도라서 등산 초보에게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길을 올라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내려가야 되느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사실 이것은 예의가 아니다. 결혼 전에 아내와 함께 이 길을 통해서 남매탑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비교적 쉽게 올랐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돌도 씹어먹을 20대였으니 당연하지 않을까?

어느 경로를 거치든 관음봉까지 가 보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다. 나 혼자라면 언제든 가겠지만, 체력이 좋지 못한 아내와 함께 오르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아내를 위해 좀 더 가벼운 등산스틱을 사야 되겠다.

긴 가뭄 끝에 오늘 꽤 많은 비가 내려서 당분간 은선 폭포에는 물이 꽤 많이 흐를 것이다.

바위 한가운데 갈라진 틈에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의 생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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