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7일 월요일

캐논 EOS 5는 살아나기 어려울 것 같다

EOS 5D가 아니라 1992년 11월 출시된 EOS 5 이야기이다. 135 포맷의 필름을 넣어 사용하는, 구식 SLR 카메라 말이다. 뷰파인더 내에 세로로 배치된 5개의 포커싱 표식 중 원하는 곳을 눈으로 바라보면 알아서 초점을 맞추어 주던 기능이 당시에는 정말 놀라웠었다.

EOS 5 QD + EF 28-105 mm 1:3.5-4.5 USM 렌즈
이 카메라를 마지막으로 쓴 것이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993년에 종로에서 구입을 하여 나의 주력 카메라가 되었고, 2006년 미국 출장길에서도 열심히 쓴 것이 아마도 마지막 활용 기억인 것 같다. 그 후로는 조금씩 디지털 카메라에서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용 도구구의 취향이 바뀌면서 장식장 안에서 고이 잠을 자고 있었다.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해도 가끔 셔터를 눌러 보든지 하면서 동작을 시켜 보았다면 훨씬 더 좋은 상태로 보존이 되었을 것이다. 배터리(2CR5)를 일부러 사기도 귀찮아서 그냥 방치한 채로 벌써 몇년이 흘렀을까. 어제는 6V 어댑터에 악어 클립을 연결하여 전원을 넣어 보았다. 오디오 앰프를 만드느라 납땜질을 꽤 하는 편이니 이런 수준의 연결 작업은 일도 아니다. 상부 액정창에 표시는 뜨는데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타난다. 멀티미터로 찍어 보니 전압은 잘 나오는데 왜 그럴까? 전류량이 부족한가? 요즘은 구하기 어려운 신품 2CR5 배터리를 구입하여 넣으면 과연 렌즈가 '삐리릿' 소리와 함께 힘차게 돌아가면서 '철커덕'하면서 셔터가 작동할 것인가? 혹은 배터리 값만 날리는 일이 되려나?

렌즈를 분리하니 거울면이 뿌옇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가 많이 묻었으리라. 전원 연결 시험에 실패했으니 본체와 렌즈의 작동상태를 전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차라리 적당한 가격의 중고 DSLR 바디만을 구입하여 소장 중인 몇 개의 EF 렌즈 꽂아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곧바로 풀프레임이냐 혹은 크롭 센서(APS-C) 바디냐의 선택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크롭 센서 바디라면, 광각과 표준을 아우를 EF-S 렌즈를 추가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차라리 초기 세대의 EOS 5D 바디를...?

이래도 돈, 저래도 돈이 든다.

두물머리의 풍경. 올림푸스 E-620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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